핀란드 2일째
아침부터 구름이 잔뜩 끼더니 바람이 엄청 불었다. 러시아보다 위 쪽으로 올라와서 그런지 더 춥게 느껴졌다.
이 날은 별 계획이 없던 터라 중요 관광지만 둘러보고 오자는 마음으로 일단 숙소를 나왔다.
걷다가 발견한 마트에 들어가니 빵 가격이 충격적이었다. 모든 빵이 1유로 즈음하거나 밑도는 것이다. 북유럽 물가 비싸다고 러시아에서 덜 먹고 덜 샀는데... 핀란드 국민빵 시나몬롤과 커피를 사 가지고 나와도 3유로도 안되었다.
녹음으로 가득 해지는 계절일 때 이 곳은 어떠할지 궁금하다.
마켓 스퀘어 kauppatori에 도착했다.
관광객들을 위한 기념품이 가득했는데 가격이 좀 비싸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역 주민은 가지 않는 것 같다.
설탕이 들어있지 않다는 아저씨의 말에 시식해 본 잼을 한 병 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관람차는 비싸서 타지 않고 구경할 요량으로 가보았다. 나랑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사람이 사진 찍는 것이 보여 사진 찍어줄까 물어보았다.
사진을 찍어주고 대화를 하는데 친구가 한국어를 잘하는 것이다. 아이유를 좋아하는 홍콩 친구는 심지어 나랑 동갑이었다. 헬싱키 여행자라는 공통점뿐만 아니라 많은 것이 비슷했던 우리는 오늘 하루 같이 다니기로 했다.
계획이 없었지만 암석 교회를 가고 싶다 하니 흔쾌히 같이 가자고 해서 길을 나섰다.
친구랑 정말 많이 떠들었다. 같은 나이, 같은 문화권이다 보니 이야깃거리가 계속해서 생겨났다.
회사, 결혼, 친구, 여행 등등의 이야기를 나누며 추운지도 모르고 걷다가 바람이 한 번 크게 불면 춥다고 괜찮냐고 물어보았다.
암석교회는 애초엔 갈 생각은 없었는데 막상 들어와 보니 차분한 분위기가 좋아 한참을 앉아 있었다.
관광객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큰 소리로 얘기하는 사람이 없어서 마음만 먹으면 하루 종일 있을 수 있었다.
맞은편에는 기념품 가게가 있는데 이 기념품 가게는 헬싱키에서 가장 오래된 가게라고 한다. 한참을 들어가 구경하고 계산하려 하는데....
카드가 없다.
너무 당황해 일단 현금 계산하고 나와 가방을 뒤졌지만 나오지 않았다. 카드를 쓴 마지막 기억은 아침에 호스텔에서 숙소비 결제했었을 때였다. 카드 내역을 확인해 보니 다행히 그 이후로는 결제 기록이 없어서 단순 분실이었다.
옆에 동행이 있기 때문에 금방 정신을 붙잡아야 했다. 시벨리우스 공원까지 걸어가며 다시 수다를 떨었지만 머릿속은 카드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일단 근처에 있는 시벨리우스 공원으로 향했다.
시벨리우스 공원은 눈으로 덮여 있어 큰 감흥이 없었다. 그리고 일단 카드를 잃어버린 후유증으로 정신이 없었다. 점점 더 추워지는 날씨에 전차를 타고 도심으로 돌아왔다.
친구가 봐 둔 곳에 있다며 간 레스토랑은 분위기도 좋았고 맛도 있었다.
그 친구와는 정말 통하는 게 많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야근을 하다가 내 삶을 이러다 잃어버리는 것이 아닌지, 이제 겨우 일한 지 2~3년 정도 되었는데 남은 인생 이렇게 일만 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사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친구는 이런 깊고 철학적인 얘기는 홍콩의 친구들이랑도 얘기한 적이 없다고 신기해했다. 나도 아마 네가 남자였다면 우린 역대급 로맨스일 거라고 농담까지 했다.
친구는 다음날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해서 카페에서 남은 이야길 하다가 마켓에 들려서 아침 식사를 위한 장을 보고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