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the sea

핀란드 4일째

by 초이

핀란드의 월요일은 마치 1월 1일과 같은 공휴일처럼 박물관, 미술관의 정기휴일이라 갈 곳이 마땅치 않다.

아침에 어딜 가야 될까 고민하면서 부엌에서 오믈렛과 빵을 구웠다. 계란이 익어가는 냄새에 한 숙박객이 냄새가 좋다며 말을 건넨다. 한 숟갈 정도 나누어 주어 간단한 스몰 톡을 나누었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핀란드에 오게 되었다 하니 대단하다고 칭찬한다. 어깨가 으쓱 올라간다.


"별 거 아냐~낫 어 빅 딜."


얘기는 다시 다른 숙박객들의 여행 얘기로 흘러갔다. 어떤 사람이 독일과는 다른 핀란드의 정확한 기차 시간에 감탄하며 탐페레에 다녀왔다고 한다. 나는 탐페레의 정보를 얻게 되어 바로 체크아웃을 하고 탐페레로 떠났다.


탐페레는 핀란드 제2의 도시로 헬싱키에서 북쪽으로 약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위치한다.

기차에 탑승 후 눈 덮인 창밖을 구경하다가 스르륵 잠이 들어 버렸다. 아무래도 오랜 여행에 지친 것 같다.


기차는 탐페레에 도착하였고 아침식사 때 탐페레 다녀온 여행객이 알려준 호스텔로 바로 이동하는 길에 배가 고파 마트에 들렸다.

이게 바로 250만 원 여행의 비결이다. 하루에 한 끼 조차 식당에서 사 먹지 않고 마트에 들려 다음날 아침 식사를 위한 장을 보고 간단한 빵으로 허기만 면하는 나날이 반복되었다.

마트마다 보이던 빵이 가격도 저렴해 한 번 사보았다.

치즈인 줄만 알았던 노란 부분 아래 밥이 있었다.

요플레 밥에 이어 빵 밥이다. 맛이 있지도 없지도 않았다.


호스텔은 비록 16인실이었지만 투숙객이 없었고 깨끗한 침구가 마음에 들었다. 다만 16인실에 혼자 숙박하는 게 걸렸다.


침대에 누워 지도를 펼쳤다. 바다를 보러 가기로 정한다.

바다를 보러 가는 길은 헬싱키와 또 다른 분위기의 탐페레가 펼쳐져 있다.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런데 저 멀리 바다 위에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바다 위에 사람이 걷는다는 건 이미 블라디보스토크부터 보아와서 놀랍진 않았지만 지나가는 무리가 스키복과 스키 스틱을 들고 지나가는 건 의아했다.

저 먼바다 위에서 스키를 타는 것은 탐페레 시민의 겨울 스포츠 중 하나인 것 같다. 나도 가볼까 했지만

이제 4월이 다돼가는데 안전을 위한 장치 하나 안 보여 무서웠다.

하지만 들어와 버렸다. 여행이 끝나고 돌아와 바다 위를 걸어보았다는 여행가의 허세를 부려야 했기 때문이다.

증거도 남기려고 구글맵 현 위치를 캡처했다.

길은 단단했고 얼어버린 바다 위에 눈이 많이 쌓여있었다. 심지어 이 위를 제설차가 지나가며 눈을 치우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길이 단단한 곳은 아니었다. 어떤 곳은 녹아서 물이 넘실 거렸다. 눈을 잘못 밟아 발이 쑥 하고 들어가기라도 하면 심장이 지구 내핵까지 뚫고 내려갈 정도로 철렁하였다.

녹은 부분을 피하기 위해 길을 골라가는 것은 굉장히 피곤한 일이었다. 수영도 못하고 얼음물에 빠졌다간 그대로 동사인데, 여행자 보험은 사망 시 얼마나 주는 걸까 그런데 내 발로 바다 위를 걸어왔으니까 못 받으려나 하는 불안한 생각들이 몸을 잠식해 가지만 길이 끝나지 않았고 왔던 길로 돌아가기에 너무 많은 길을 걸어왔다.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건 인생과 같은 거라고 제주 올레 여행을 하면서 배웠다. 그래서 아마 그때부터 이렇게 하고 싶은 대로 사나 보다. 과거는 돌아갈 수 없고 미래는 알 수 없으니 현재 하고 싶은 대로 일을 그만두고, 가고 싶은 여행을 가는 것처럼 말이다. 아니면 청춘의 특권일 수 있겠다. 실수를 가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으니 말이다.


그렇게 지면이 보이지 않던 행군도 어느덧 끝이 난다.

드디어 사람들의 발자국이 자욱한 곳에 도달했다.

저 나무막대를 붙잡아 바지 속에 들어간 눈을 탁탁 털어내며 마침내 땅을 밟은 안도감에 눈물을 흘린다.

땅이 딱딱해서 좋다는 생각을 28년 만에 처음 해본다.

아직 해가 지지 않은 오후였지만 바다 위에서 진을 뺀 관계로 몸이 천근만근이라 숙소에 들어가 비타민을 먹고 자버렸다. 아니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