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6일째 이자 에스토니아 1일째
인종차별을 당했다.
에스토니아에 3일을 머물 계획이라 캐리어와 배낭을 끌고 힘겹게 가는데 꼬마애가 코를 쥐고는 나를 보며 실실 웃는다. 나를 보면서 지나가는데 한 블록 차이 날 때까지 뒤돌아 보며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나는 죽어라 그 아이를 바라보며 욕을 했다. 눈에 힘을 주어 최대한 미친 여자처럼 보이고 싶었다.
인격모독보다는 인종차별이 나았기 때문에 별로 타격을 받지는 않았지만 핀란드에 대한 현실적인 감각을 일깨워주었다. 아무리 복지가 잘 되어 있다고 소문 나 살고 싶은 나라일지라도 생김새만으로 나는 절대로 이 속에 속하게 될 수 없다는 점이다.
겨우 정류장까지 와서 전차를 타는데 현금을 받지 않는다. 운전기사가 영어가 능숙지 않아 대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그냥 타라고 한다. 버스는 현금을 받지만 전차는 자판기에서 표를 구매하거나 어플로 타야 한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항구에 도착해 에스토니아 탈린으로 가는 가장 빠른 배를 타고 싶다고 표를 구매하면서 돈을 두 손으로 드렸다. 그랬더니 판매원도 두 손으로 잔돈을 거슬러 주셨다. 해외여행에서 두 손으로 받은 적은 처음이다. 두 손으로 건넬 때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것을 받는 사람도 아는 것 같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배에 탑승했다. 배 안에는 엘리베이터가 있어 위층으로 가서 버거킹 키즈 메뉴를 주문했다.
우리 동네 버거킹은 집 앞 들어가는 골목에 있어서 거의 일생을 같이하는 햄버거이자 영혼의 양식이다. 그래서 어디 나라를 가건 항상 와퍼주니어를 먹곤 한다. 배 위에서 버거킹이라니 이 우연 같은 만남을 피할 수 없었다.
콜라까지 리필해 먹고 나니 배도 부르고 바다와 하늘만 보이는 풍경에 눈이 감겨 아래층에 있는 면세점을 구경하니 금세 에스토니아에 도착했다.
항구와 주요 관광지인 구시가지와 가까워 캐리어를 끌고 힘겹게 호스텔에 가 체크인을 하고 방에 들어갔는데,,,
냄새가 심각했다. 일단 창문을 열어두고 캐리어를 던져놓고 밖으로 나왔다.
탈린의 구시가지에 들어서자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 모습 그대로의 건물들 사이로 돌길을 걷고 있자니 동화 속 세상에 들어온 것 같았다.
너무 좋은 나머지 발길 닫는 대로 무작정 걷다 보니 배가 고파 들어간 곳에서 맛있는 식사를 마쳤다.
노을 지는 에스토니아는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