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돈이 많이 있던건 아니였으니까!
처음 뉴욕 여행이 기억이 난다. 그 땐 처음으로 아시아를 벗어난 여행지였던지라 비행기에서 내리는 그 순간 부터 심박수가 오르고 얼굴에 피는 웃음을 참기가 힘들었다. 입국 심사가 까다롭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나름 긴장했지만 역시 지금 있는 곳이 미국 땅이라는 흥분에 올라가는 광대를 내리지도 못한 채로 입국 심사관을 마주했다. 사실 내 앞에 있던 여성분이 심사대를 떠나 다른 오피스로 가는 것을 보고 조금은 초조했었다. 하지만 심사관은 한껏 올라간 내 광대 때문이였는지 나를 그저 흥분한 관광객으로 대해주었다. 뉴욕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얼마나 가져왔는지 간단한 것만 물어보고 통과시켜 주었다.
이번 뉴욕 여행은 시애틀에서 출발한지라 뉴욕의 국내 공항인 뉴왁공항에 도착했다. 그래서 별도의 입국심사 없이 바로 트레인을 타고 뉴욕으로 들어왔다.
트레인은 펜 스테이션까지 가는 급행열차였다.
펜 스테이션에 도착했는데 역 안이 너무 넓어 동행자와 한참을 헤맸다. 겨우 입구를 찾아 나온 곳에는 미국 국기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성조기와 노란 택시를 보니 다시금 뉴욕에 온 것이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다 마주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감개무량하다.
평일 오전의 뉴욕은 출근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밥이 먹고 싶다는 동행자의 말에 코리아타운으로 항했다. 시애틀에서 먹은 거라곤 첫번째 스타벅스의 커피와 그 옆 베이커리의 빵이 전부였기 때문에 그 마음이 십분 이해가 되었다.
코리아타운에서 한참을 돌아다녔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한식집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아비꼬를 발견하게 되었고 이 곳에서는 점심에 할인메뉴를 제공하는 것을 보았다. 우리는 점심시간에 다시 오기로 하고 근방을 돌아다녔다.
걷다가 얻어걸린 브라이언트 파크는 역시나 아름다웠다. 봄의 브라이언트 파크는 아직은 겨울의 한기를 머금고 있어서 차가운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사진 속 처럼 여름의 브라이언트 파크의 울창한 나무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사람들이 삼삼오오 걸어가는 모습에 살아 있는 느낌을 주었다.
봄의 시작이였던 3월에 방문한 뉴욕은 나무의 나뭇잎이 미처 자라지도 못한 겨울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우연히 뉴욕에서 만난 여행자와 이야기 했는데, 그녀는 애매한 시즌에 온 것 같아 아쉽다고 말하였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우리가 나무 가지 사이로 빌딩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시즌이라고 대답하였다. 나뭇잎이 없는 것이 오히려 뉴욕의 높다란 빌딩들을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기회니 말이다.
브라이언트 파크와 타임스퀘어는 아주 가까워 tkts의 뮤지컬 티켓을 확인하려 왔다. tkts는 브로드웨이 뮤지컬들을 판매하는 티켓 부스였는데 아직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유명한 뮤지컬은 이미 매진인지 들어보지 못한 뮤지컬 티켓만 전광판에 걸려있었다. 하지만 운이 좋다면 유명한 뮤지컬을 예매할 수 있다고 한다.
내가 또 언제 스타벅스 파트너가 되어보겠냐며 뉴욕에서 꼭 사야지 하는 첫번째 리스트, 타임스퀘어 시티컵을 파트너 디스카운트를 이용해 구매했다.
그리고 자유의 여신상을 직접 보러 가지 않아 페리 이용료를 아낄 수 있어 미니마우스 자유의 여신상 인형도 샀다.
타임스퀘어 근처에 m&m과 허쉬 가게를 돌아다니다보니 아비꼬 점심 메뉴 판매시간이 되었다.
카레와 쌀밥은 빵으로 어그러진 속을 달래주기 좋았다. 해장이 이런 느낌인가, 오랜만에 먹는 밥과 카레가 그렇게 부드러울 수 없었다. 그리고 마늘. 마늘을 입에 넣는 순간 속이 편안해지는 것을 보니 역시 내가 마늘맨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일주일치의 짐을 배낭매고 돌아다녔더니 어깨의 피로도가 최고로 올라 숙소에 짐을 두기 위해 먹자마자 바로 숙소로 향했다. 퀸즈의 사장님 내외분은 예전 모습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계셨다. 사장님이라는 호칭보다 아저씨, 아줌마라는 호칭을 좋아하시는 두 분은 우리에게 침실을 소개한 후 근황 토크를 시작하셨다. 어쩌다 캐나다 영주권을 생각하게 되었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여러가지의 이유로 캐나다에 오게 되어 캐나다 생활 초반에는 내가 왜 온거지 자문하면 답을 할 수 없었다. 이제 1년정도 되어 생각이 정리되었는지 바로 답할 수 있었는데
"캐나다는 일한 만큼 돈을 주더라구요."
가장 근원적인 대답을 찾아냈다.
숙소에서 잠시 땀과 어깨를 식히고 맨하튼으로 향하는 길에 발견한 던킨이 너무도 반가웠다. 동행자도 캐나다에 없는 던킨이 반가웠는지 같이 아이스라떼를 주문하였다. 쓰읍 한 입 빨아올리는데 순간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도착한 곳은 소호이다.
뉴욕을 다녀온 이 후 가끔 꿈에 뉴욕이 나오곤 했는데 그 때마다 소호의 정렬된 길거리를 해매다 소호의 건물 비상계단에 앉아 석양을 바라보는 꿈을 꾸었다.
소호는 각종 브랜드 샵이 모여있다.
소호에서 그 다음 목적지인 센트리21로 이동했다. 이 곳은 아울렛인데 온갖 브랜드 의류와 가방 등 싸게 구매할 수 있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 지점이 규모가 커서 버스를 타고 월드 트레이드 센터로 이동했다. 매장은 넓고 컸지만 생각보다 살만한 옷을 찾지는 못했다.
숙소에서 아저씨가 뉴욕 페리가 새로 생겼다는 정보를 주셨다. 뉴욕 시에서 운영하는 페리라 가격이 2.75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왕 월스트릿에 온 것 페리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정했었다. 페리를 기다리는 곳에서 멀리 브룩클린 브릿지가 보인다. 한편 사진 속 무지개색으로 빛나는 곳에선 마이클 부블레의 공연이 한창이었다. 멀리서나마 공짜로 그의 연주를 들으며 야경을 즐겼다.
항구에 도착한 시간 바로 5분전에 페리가 떠나버려 다음 페리까지 30분정도 기다려야 했었다. 나는 성격이 급해 보통 출근길이나 퇴근길에 버스가 내가 도착 전 바로 전에 출발했을 때에 극대노한다. 하지만 여행은 나에게 그리 조급하게 굴지 말라고 넌지시 알려준다. 다음 차를 기다리는 동안 마이클 부블레의 공연과 브룩클린 브릿지가 위로해 준다.
페리는 아름다운 뉴욕 야경을 보여주었다. 검은 물결위를 넘실거리며 다리 아래를 지나 저 멀리 사라지는 맨하튼의 밤은 인상깊었다.
펩시 사인이 보이고 우리는 페리에서 내렸다.
뉴욕의 하루가 끝났다.
D-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