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냥이를 만났다.

by 이장순

눈을 감고 다녀야겠다. 행운이를 키운 지 이년

솜이를 데려온 지 일 년 그리고 또한 아이를 만났다,

아기를 낳은 지 세달된 어미묘 생명이.

그 몸으로 아기를 어찌 낳았는지

순산의 고통이 얼마나 심했을지 보지 못하였으니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뒷다리가 없는 어미 고양이

절뚝이면 아가에게 먹을걸 나르는 어미 고양이

선천적으로 태어났는지

아니면 인간이 고의로 자른 건지

길 생활 중에 잘라진 다리인지

세 다리로 걸어 다니는 아이를 열흘 전 비 오는

차도 골목에서 만났다.

난 애니멀 호덜도 아니고 그렇게 되고 싶지도 않았다.

행운이랑 솜이랑 살고 싶었다.

그 어미 냥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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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를 지킨다고 하악질을 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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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은 병인지 누가 자른 건지 헐어 보이는 어미냥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아이를 데려오게 되었다.

아가들은 임보 집으로 어미는 나에게로 오게 되었다.

포획할 수만 있다면 어미냥은 나의 가족이 될 것이다.

과연 난 어미냥을 잘 돌볼 수 있을까?

왜 고양이를 기를 수록 더 아픈 냥이가 눈에 띄는 것일까,

아마 난 눈을감고 다녀야겠다.

온세상의 불쌍한 고양이를 책임질 수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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