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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장순 Jun 13. 2022

유기(행운이)

행운아  그날 밤 진실을  말하자면

난 아주 나쁜 인간이었다로

시작해야 한다.

솜이를 데려오니 상대적으로 안 이쁘고 시끄럽고 요란한 널 귀잖아 했던 거 같다.

나만 사라지면  는 행운이

네가 걱정되 열 시쯤 널 품에 안고

편의점으로 갔었다.

편의점에서 빵을 들고 널 들고

골목을 다시 돌아오면서

널 여기서 놓아 버리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었다. 잃어버렸다.

가 아닌 놓아버린 것이었다.

너무 힘들어서 새벽에만 우당탕하는

네가 힘들어서 널 놓아 버리면

수면의 질이 좋아질 거 같아서

그래서 놓아버렸다.

놓아버림과 동시에 옆집으로 사라지는

너의 뒷모습을 보면 아차 했다.

세 시간 부르짖으면 너를 찾았다.

가시 덩글을 헤쳐가면 드디어

널 만지는 순간

우리는 이미 가족이었다.

절대 헤어질 수 없는 가족

그날 그렇게 난 진짜 행운이 엄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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