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의 표현

by 이장순

죽고 싶어 말해오는 그녀에게

죽고 싶으면 죽어라고 말해 주었다.

"죽는 것이 쉬운가 쉬운 것은 없어"

죽을 용기가 있다면 죽는 것도

좋을지도 모른다" 라며
그녀의 가슴을 송곳으로 후벼 팠다.

그녀의 상처 따위는 들으려 하지 않는
내가 미울 법도 하건만 웃는다.

그녀

"그러게 죽을 용기도 없어"
라며 멋쩍게 말하는 그녀

오랜 세월 우울증을 앓았던 그녀

그녀를 돌보던 엄마가 떠난 뒤
자신을 방에 가두었던 그녀는

세상으로 나왔다.

아무도 없으므로 세상 속으로

걸어 나왔지만 혼자가 돼버린 세상은
그녀를 힘들게 하였으리라.

힘들고 고단한 밤 그녀에게 전화가 온다.

죽고 싶어 죽을 용기도 없다던 그녀는

간혹 죽고 싶은 생각이 드나 보다.

"죽을 용기로 살아야지 "
말을 하지만 그 말마저
그녀에게는 어떤 식으로 전해질까

삶과 죽음의 무개는
어느 쪽도 기울지 않는

평행선 이리라
평행선이 어느 쪽으로 기우는가에 따라
삶과 죽음이 있을 것이다.

죽고 싶어 라는 전화를 받으면

잠들 수 없는 밤이 온다.

혹여 그녀가 잘못될까나 걱정스러운 밤

그 밤이 지나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면 안도한다.

죽고 싶다는 말은 그녀만의

살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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