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길고양이 방문하다

우유 한잔으로 고양이 길들이기

by 이장순

검은 머리에 갈색 눈동자

그녀는 잘빠진 몸을 가지고

우유를 달라며 태양이 저녁 노을을

만나는 여섯이 가 되면 대문 뒤에서

앙칼진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고

발을 들어 대문을 찬다.

성질이 더러운 그녀를 작년 시월 더운 여름

문 앞에서 보았다.

더위에 목말라하는 그녀에게

내어준 우유 한잔 한잔이 인연을 만들었다.

우유 한잔에 시작되어 버린 길들임이 좋았다 머리 속에 시계를 가지고 있는 듯 그녀는

시간으로 길들이고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녀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 머리를 쓰다듬지 못하고

손길 한번 주지 못하는 것은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내 탓이다.

그래서 그녀와 나는 우유를 사이에 두고

대치중인 병사처럼 거리를 두다가

내가 물러나면 그녀가 다가온다.

일 년을 그녀와 나는 그리 보냈다.

문을 열어도 들어 오지 않은 그녀

문을 열고도 안을 수 없는 나


나는 그녀를 사랑하지는 않아도

미워하지는 않고

집으로 와서 우유를 마시지만

정을 주지 아니하는 그녀

이 정도의 거리에서 나와 그녀는

서로를 시간이라는 우유라는 것들에

길들여져 일 년을 이년을 지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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