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진의 이야기 1

시간이 약이었죠

by 이장순

그녀가 찾아온 곳은 작은 병원 오늘 그녀는 그를 만난다. 마지막까지 사랑한다고 했지만 사랑했던 그녀보다 더사랑했던 그녀에게 가기 위하여 그녀와 자신의 아들마저 버렸던 그가 죽음을 앞두고 있는 병원. 살아가는 동안 절대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사람 그녀의 전남편 이자 마지막 남편으로 남겨질 사람. 그에게 너무 상처를 받았기에 이십년 가까이 혼자 살아왔던 그녀지만 마지막을 앞둔 그를 외면할 수는 없었다. 죽는다는 것의 두려움을 안다. 그녀 또한 느꼈던 두려움이었기에 그녀가 그에게 가진 것은 연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빨간 피를 토하였다고 검붉은 피를 보였다고 그의 아내가 울먹이며 전화를 했었다. 이혼한 이십년 기억조차 나지 않는 그가 죽어간다고 와달라고 말하던 그녀에게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끓었었다. 젊지도 않은 그녀를 사랑한다면 아장아장 걸었던 민재와 젊은 그녀를 냉정하게 버렸던 그가 이혼만은 안된다면 바짓가랑이를 잡고 놔주지 않았던 그녀의 손가락을 섬뜩하게 뿌려 쳤던 그날 그의 눈동자가 눈이, 얼굴은 잊어도 기억에 박혀서 사라지지도 지워지지도 않았었다. 양심이 있냐고 나를 버려서 벌을 받았다고 그와 그 앞에서 말해주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왔었다. 긴한숨을 몰아쉬고 내쉬고를 두 번쯤 하고 그의 병실 문을 열었다. 모자를 쓰고 있는 그가 그녀를 본다. 잔주름에 얼굴을 점령당한 그. 할아버지 같아 슬픈 머리. 그가 그녀를 보고 웃는다. 천년만년 당당할 것 같았던 그. 그가 비굴하게 웃는다. 불쌍하게 묻는다. "진아 잘 지냈어?"

"당신은 잔인한 사람이었었어요. 잔인하고 냉정하고 비겁한 사람 잘 지냈겠어요. 당신은 잘지냈봐보죠." 손매 끝을 마지막 거리면 그녀의 눈을 외면하면 그가 말한다. "아진아 미안 날 용서하지 마" 시선을 회피하는 그를 보면 아진은 말했다. "용서는 받을 수 있을 때 비는 거예요. 당신 알았나요. 나 그때 위암판정을 받았었죠."그녀의 말에 손가락으로 소매 끝을 만지작 거리던 그가 그녀를 바라봤다. 말해주지 그랬어 그랬다면 어쩌면.." 우물거리는 그에게 그녀는 말했다." 어쩌면 머요. 말했다면 목숨보다 사랑한다던 그녀를 버렸을까요. 그랬을까요?" 그녀의 말에 그녀를 향했던 그의 눈이 갈 곳을 잃고 바닥을 향했던 숙여진 그의 입에서 말이 나온다. "아니 난 그때 젊었고 당신보다 그녀가 우선이었고 아들보다도 우선이어서, 아진아! 너를 더 비참하게 했을 거야 아진아 미안하지만 지금도 그 사랑에 후회는 없어" 아진은 그의 말에 연민이었던 마음조차 동정으로 바꾼 걸 알았다. "당신이 떠나고 여름날인데도 추웠어요. 오히려 잘됐다고 병든 나를 보이지 않아도 된다고 나를 다독였지민 나는 무섭고 두렵고 암이 재발할까 봐 잠자면서도 울었죠. 하나 신의 안배 덕분인지 재발없이 이십 년을 살았죠 지금은 얼어붙은 마음도 녹고 여름이왔됴 시간이 약이 되었죠 시간은 치유라는 약을 지녔었요." 그녀의 말에 그가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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