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끔 방문하는 미용실은 유독 사람이 많다. 인근에 다른 미용실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이곳은 갈 때마다 사람들로 북적인다. 파마와 염색을 핑계 삼아 ‘이야기’를 구매하러 온 아주머니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 미용실의 가장 큰 장점은 미용사가 맞장구를 잘 친다는 점인데, 마치 십년지기 친구가 카페에서 수다를 떠는 듯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아들 이야기부터, 동네 돌아가는 이야기, 어제 본 드라마 내용까지 모든 주제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미용사분이 신기했던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나는 언제나 묵묵하게 머리를 자르면서도 귀는 항상 그들의 대화로 향해있었다.
오늘도 역시 머리를 자르기 위해 미용실을 찾았다. 언제나처럼 가게 안은 사람으로, 또 소리로 북적였다. 자리에 앉자마자 자연스럽게 그들의 이야기가 귓속으로 빨려들어 왔다. 하지만 오늘은 평소와 조금 달랐다. 아들 이야기로 출발해 세상 모든 분야를 넘나들던 얼마 전과 다르게, 그들의 대화 주제가 한정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주식 이야기, 부동산 이야기 등 경제 분야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었다.
별거 아닌 거로 넘겨버릴 수 있는 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까웠다. 문득 나와 내 친구 사이의 대화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주변 친구들 사이에서 취업, 생계, 내 집 마련, 적금, 재테크 등 경제에 관한 이야기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아들 이야기와 영화 이야기, 드라마 이야기가 사라진 아주머니들의 모습과 현실의 삶을 살아내는 데 급급한 내 친구들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언제부터인지,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과거보다 열심히 살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것 같다. 예전부터 힘이 세던 돈이라는 녀석은, 점점 더 몸집을 키우고 힘을 과시하려 든다. 돈이라는 녀석에게 깔려 죽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쉴새 없이 움직여야 한다. 어제 읽은 소설에 관해 이야기하기보다는 경제 서적에 대해 말해야 하고, 영화 한 편을 다 볼 시간도 아까워 10분으로 요약된 유튜브 영상을 찾아야 한다. 돈을 벌기 위해 시간 활용도 최적화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잡담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미용실 아주머니들이 이들 이야기뿐만 아니라 딸 이야기도 하고, 옆집 강아지 이야기까지 했으면 좋겠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돈 버는 이야기보다 연애 상담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금은 덜 열심히 살아도 되는 자유가 우리에게는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