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무용담 : 제1화
개인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메일링 서비스인
'주간 무용담'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곳입니다.
구독자분들께 전달된 메일이 2주 후,
이 곳에 공개 될 예정입니다.
『아무튼, 술』이라는 책으로 처음 알게 된 ‘김혼비’ 작가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라는 다소 신선한 소재의 책으로 작가로서의 인생을 시작한 김 작가의 작품에는 항상 유머가 넘친다. 그녀는 재치 있는 표현이 담긴 문장으로 시시콜콜한 과거를 회상하고 큰 아픔마저도 해학과 풍자를 통해 좋은 추억으로 탈바꿈한다.
김 작가의 또 다른 특징은 일상과 동떨어져 있지 않은 친숙한 소재로 글을 쓴다는 점이다. 『아무튼, 술』의 ‘술’이나 『전국축제자랑』의 ‘지역축제’처럼 우리가 흔히 경험하고 때로는 그냥 지나치는 소재를 바탕으로 글을 쓴다. 그래서인지 더 공감 가고 정겹다. 하지만 김 작가의 이야기 속에는 날카로운 분석과 통찰이 숨겨져 있는데, 하하호호 책을 읽다 보면 문득 느껴지는 작가의 문제의식에 놀라울 때가 많다. 나는 이러한 점에서 김 작가가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는(사실 여전히 나는 어리다고 생각한다) 김훈 작가를 가장 좋아했다. 수려한 문장 속에서 사회문제를 짚어내는 그의 능력을 나도 갖고 싶었다. 부드럽게 사회를 관찰하면서도 문제를 발견하면 무섭게 회초리를 드는 그의 글이 참 마음에 들었다. 내가 기자를 꿈꾸게 된 이유 중에는 기자 출신인 김훈 작가의 ‘시선’을 닮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다.
나이를 먹고, 시대의 흐름을 좇아오면서 나는 김훈 작가보다는 김혼비 작가의 방식에 더 공감하게 됐다. 선생님 같은 훈계보다는 웃음 속에 교훈이 녹아 있는 한 편의 블랙코미디가 사람들의 변화를 끌어낸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사회에 던지는 거대한 메시지 못지않게 자신에게 미치는 작은 변화를 원하고 있었다. 김훈 작가의 각 잡힌 비판보다 김혼비 작가의 웃긴 냉소가 더 끌렸던 이유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뉴스레터를 보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나는 이런 점을 전달하고 싶었다. 거대 담론보다는 무용한(일상적인) 것에서 유용함(가치)를 찾는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상과 일상 속 공백이 주는 사소한 교훈을 통해 독자들이 한 주를 의미 있게 보냈다고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이번 뉴스레터의 제목 ‘무용담(無用談)’은 그렇게 지어졌다.
무용담은 사전적 의미로 ‘싸움에서 용감하게 활약하여 공을 세운 이야기’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우리는 모두 한 주간 크고 작은 싸움을 하면서 삶을 살아나가기 때문에 사전적 의미의 무용담과 내가 쓰는 무용담은 같은 맥락을 지닌다.
나는 이번 뉴스레터를 통해 큰 이벤트, 해외여행, 벼락부자 등 거창함이 미덕인 사회에서 작은 것들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모처럼 맞는 휴일의 만족감, 집 앞 산책, 소소한 저축과 작은 마음의 선물 등 당장 느낄 수 있는 행복의 이야기를 많이 전달할 예정이다.
우리는 그 안에서 거대하진 않지만, 어디에든 숨겨져 있는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작은 것들이 소외당하고 있는 시대에서, 무용함이 주는 유용함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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