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무용담 : 프롤로그
한때 친하게 지냈던 동생으로부터 오랜만에 카톡이 왔다.
"오빠 잘 지내?"
동생은 짧은 안부 인사와 함께 링크 하나를 내게 보냈다. 말로만 듣던 온라인 청첩장이었다.
전달된 링크를 눌러보니 두 사람이 다정하게 찍은 사진과 함께 결혼식 장소 등에 대한 안내문이 적혀있었다.
종이로 된 청첩장은 얼핏 구경해본 적 있었지만, 이렇듯 직접적이고 간편하게 전달되는 청첩장은 처음이라 다소 놀랐다.
'결혼.. 얘가 벌써 결혼을 하는구나!' 동생의 나이와 내 나이 차이를 떠올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대학 입학을 앞둔 동생의 모습을 처음 봤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녀는 어느 덧 대학을 졸업한 상태였다.
"너무 축하해! 무조건 갈게"
가까운 지인의 결혼식을 가는 것은 내 인생에서 아직 없던 일이라 동생에게 꼭 가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동생의 결혼식 날짜가 다가왔다. 나는 그 전날 일정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결혼식에 참가할 수 있도록 나름의 시간 계획도 세웠다. 결혼식 당일에는 나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준비를 마치고 결혼식 시간을 기다렸다.
'11시 40분 결혼이니까 대충 20분 정도 일찍 가서 인사도 나누고 좀 일찍 나와야겠다'
이미지 트레이닝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 맞춰 도착한 결혼식장에서는 밖으로 나와 손님을 맞이하는 신부의 가족들을 찾을 수 없었다. 당황한 나는 이리저리 둘러보았지만, 결혼식은 이미 끝나고 식장에서는 기념사진 촬영이 한창이었다. 나는 한참 주의 깊게 예식장 안을 살피다 신부인 동생이 친구들과 환하게 웃으며 사진 찍고 있는 모습을 겨우 발견했다. 청첩장을 자세히 확인해보니 11시 40분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던 결혼식의 시작 시각은 11시라고 반듯하게 적혀있었다. 허탈함을 감추지 못한 나는 폐백실로 바쁘게 움직이는 동생을 잠깐 지켜본 뒤 결혼식장을 빠져나왔다. 손에 든 축의금 봉투가 부끄러워졌다.
결국 나는 결혼식장에서 빠져나와 집으로 향했다. 다행히도 친절하고 편리한 온라인 청첩장에는 축의금을 보낼 수 있는 계좌번호도 적혀있었다. 나는 그렇게 오프라인 결혼식에 가서 온라인 뱅킹으로 축의금을 전달한 사람이 됐다.
평소였으면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었던 해프닝이지만 그날따라 왠지 아팠다. 20살 때부터 지켜봤던 동생은 어느새 훌쩍 커버려 성인이 되는 의식까지 치르는데, 나는 그 의식에도 늦어버리는 사람이 됐기 때문이다. 작게만 보였던 동생은 어느새 나보다 커버린 건지도 몰랐다.
불행하게도 생각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내가 하기로 했지만 못했던 일들, 그동안 포기했던 일들이 스치듯 지나갔다. 남들은 어디론가 바삐 움직이는데, 나만 제자리인 것처럼 느껴졌다.
어느새 20대가 다 지나가고 있는데, 시간의 흐름은 주체할 수 없이 점점 빨라지는데, 나는 지금 하루를 잘 사용하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나는 여전히 무엇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고, 무엇인 사람이 아니라 무엇이 되고 싶은 사람이라는 점에서 답답함도 느껴졌다.
그래서 더 달려보기로 했다. 조금만 더 나를 부여잡고, 조금만 더 정신을 가다듬고, 부단히 움직여보기로 했다. 이 에세이는 그 첫 걸음이다.
함께 아파하고, 회복하고, 배우고, 이를 나누는 과정에서 좋은 에너지들이 이 글을 읽는 다른 사람에게도 전달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