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 플로리다프로젝트, 2018 >
오갈 데 없는 빈민들이 모여 사는 모텔촌에서 자라는 ‘무니’는 착한 일보다 나쁜 일이 익숙한 아이다. 허름한 동네에 새로운 자동차가 모습을 드러내면, 이 소녀는 반가워하기는커녕 침부터 뱉고 본다. 잔뜩 화가 난 자동차 주인이 손가락질을 해대도, 되려 욕설을 퍼붓고 도망가기에 바쁘다.
미혼모 ‘핼리’의 성격도 만만찮다. 무니를 키우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핼리는 어지간한 일에는 눈도 끔쩍하지 않는다. 무니와 무니의 친구 ‘스쿠티’가 꼬리표처럼 문제를 달고 와도 그들을 감싸는 게 우선이다. 아이들의 기를 살리는 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인 듯.
션 베이커 감독의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미국 플로리다주 디즈니월드 인근에서 거주하는 꼬마 무니의 일상을 다룬 영화다. 비극으로 치닫는 현실 속에서도 행복해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겨 절절함을 더한다.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매력은 대조에 있다. 어른들이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도 아이들은 매일매일 새로운 재미를 찾아 헤맨다. 핼리가 마땅한 직업이 없어 고민하면, 다음 장면에서 무니는 친구와 함께 ‘아이스크림 원정’을 떠난다. 싸구려 향수를 팔다 지친 핼리의 모습 뒤에는 무니와 친구들이 즐겁게 집을 불태우는 장면이 이어진다.
각박한 어른의 세계와 천진난만한 아이의 세계가 교차하면서 영화의 무게감은 한층 가벼워진다. 카메라는 무심하게 맑은 하늘을 의도적으로 비추거나, 익스트림 롱샷으로 아이들이 걷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담아내면서 무니 가족의 위태로운 처지를 애써 가린다.
아이의 세계로 어른의 세계를 가리는 행동은 역설적으로 그들의 현실을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일주일 치 숙박료를 낼 돈이 부족해 성매매까지 결심한 핼리의 상황을 어린 무니는 모르지 않는다. 감독은 허술하게 감춰진 진실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며 현실을 더 처연하게 묘사한다. 성매매하는 핼리의 모습을 직접 카메라에 담기보다 무니가 욕실에서 혼자 목욕하는 장면을 길게 보여주는 식이다. 구걸하기처럼 가난도 ‘하나의 놀이’로 체화해 버린 무니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들의 현실이 피부에 스며드는 듯하다. ‘어른이 울려고 할 때 바로 알아차린다’는 무니는 엄마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눈과 귀를 닫은 채 살아간다.
디즈니월드를 건설한 디즈니의 사업 이름인 동시에 빈민을 구제하는 정부 보조금 사업을 의미하는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영화 제목부터 반어법으로 점철된 작품이다. 영화 내내 무니 가족의 비극을 아름다운 화면으로 담아내던 션 베이커 감독은, 영화 후반부에 다다라서야 비로소 서술자로서 이야기에 개입한다.
유일한 가족인 엄마 핼리와 헤어질 위기에 처한 무니는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처음으로 눈물을 보인다. 그동안 꾸역꾸역 집어삼키던 설움이 마침내 폭발한 것. 관조적인 태도를 유지하던 감독은 클로즈업 기법을 사용해 무니의 얼굴을 화면 가득 채운다. 비극을 절정으로 치닫게 만드는 건 서술자의 낯선 개입이다. 이어지는 장면은 무니가 악몽 같은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꿈의 나라인 디즈니월드로 향하는 모습이다. 어른들의 문제로 발생하는 어린이의 비애를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잘 풀어낸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