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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미스 Oct 20. 2024

영화 같은 삶, 삶인 영화

영화 리뷰 < 파벨만스, 2023 >

1952년, 어린 꼬마인 샘 파벨만은 난생처음 보는 영화가 두렵다. 스크린에 비친 거인들이 자신을 위협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영화는 그저 움직이는 사진일 뿐"이라는 아빠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그는 겨우 안심한다. 영화를 본 후 샘의 마음은 완전히 달라진다. 이제 그에게 영화는 그저 움직이는 사진이 아니다. 내 생각을 표현하는 하나의 언어다. 샘의 엄마인 미치 파벨만은 그런 샘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그에게 영화를 선물한다. 부모님의 조력 덕에 샘은 일찌감치 영화로 말하는 법을 깨닫는다.


영화 <파벨만스>는 세계적인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그가 영화에 흥미를 갖게 된 첫 순간부터 영화감독을 꿈꾸게 되는 순간까지의 과정이 영화에 담겼다. 영화를 다룬 영화인 <시네마 천국>과 유사하지만 <파벨만스>는 감독 본인의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점에서 인물의 마음에 더 초점을 맞췄다.


<파벨만스>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세상을 이야기하는 샘의 경험을 통해 현실과 영화에 대해 말한다. 샘은 주어진 현실과 보고 싶은 현실(영화) 사이에서 고민하며 성장해 나간다. 엄마의 불륜을 눈치챈 샘이 선택한 것은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영화로 남기는 것이었다. 주어진 현실 속에서도 보고자 하는 것을 찾는 노력이다. 엄마가 슬퍼하자 결국 그는, 엄마에게 그녀가 보고자 했던 현실을 보여준다.


샘에게 영화는 그의 시선이었다. 그가 보고 싶어 하는 것, 남기고 싶은 것을 영화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비록 그 결과물이 주어진 현실과 다르다고 해도, 그는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결국 작품이 됐다. "인생은 영화와 달라"라고 말하던 주변의 시선에 대해 그는 영화로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파벨만스>가 영화 감독이 아닌 일반 관객에게도 울림을 주는 이유는, 누구나 자신만의 '영화'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나의 삶'을 지키고 싶어 하고, 샘의 인생을 응원하게 된다. 꼭 영화의 형태가 아니더라더라도 말이다. 좋은 일과 좋지 않은 일 사이에서 꿋꿋이 자신의 영화를 완성해 가는 샘의 모습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샘과 만난 존 포드는 "지평선이 화면의 상단과 하단에 있을 땐 관객들은 흥미로워하고, 가운데에 있으면 관객들이 지루해한다"고 조언한다. 영화 속 카메라가 아래에 있거나 위에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다른 말로 하면 너의 시선을 어정쩡하게 두지 말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네 영화인만큼, 네 삶을 과감하게 내던져보라는 메시지기도 하다. 영화의 엔딩 장면에서 샘은 기쁜 마음으로 스튜디오를 향해 걸어간다. 카메라는 존 포드의 조언대로 지평선이 아래로 향하도록 재배치된다. 그저 움직이는 사진에 불과했던 영화는, 이로써 그의 인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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