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

영화 해석 및 리뷰 < 더 랍스터 , 2015 >

by 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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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일 이내에 '짝'을 찾지 못하면

사람을 동물로 만들어버리는 호텔.

참신하고 섬뜩한 설정의 영화 '더 랍스터'.


원치 않은 사람과 짝을 이루어 살아가는 삶과

동물로 변해 살아가야 하는 삶 중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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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랍스터


영화 속 주인공이 사는 곳은

커플만이 도시에서 살 수 있는 사회다.

커플이 아닌 사람들은 호텔로 옮겨져

새로운 짝을 찾아야 한다.


더 랍스터는 주인공이

호텔로 가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오랜 기간 함께 살던 아내로부터 이혼당한 뒤

혼자 남겨진 주인공은 호텔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한다.


과거 짝을 찾지 못해 '개'로

변해버린 자신의 형과 함께.


이 영화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시각이 있겠지만

이 글에서는 주인공 '데이비드'

선택과 본능에 초점을 맞춰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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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영화 속에서는 크게 세 가지 공간이 등장한다.

하나는 '도시'로서 커플들이 살아가는 공간이다.

여기에서 살아가는 커플들은 사회가 만들어 낸

규칙에 동의했거나 적어도 순응했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호텔이다.

호텔이라는 공간은 사회가 만들어낸

규칙에 맞게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공간이다.


어떻게 보면 학교라고도 볼 수 있는

이 공간을 운영하는 데는

많은 규정과 제약이 뒤따른다.


마지막 공간은 숲이다.

숲은 사회가 만들어 낸 규칙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모인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혼자의 삶을 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사회가 만들어낸

여러 규칙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있는 공간인 '숲'조차도

다양한 방식의 룰이 존재한다.


인간이 살아가는 집단에서 규칙이

필연적인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남긴다.


주인공은 여러 장소를 넘나들며

선택을 내린다. 우리가 지켜봐야 할 점은

사회의 규율이 주인공이 내리는 선택에

어떠한 영향력을 미치는 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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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


영화 초반 호텔에 들어선 주인공에게

첫 번째 선택이 주어진다.


그 선택은 자신이 이성애자인지,

동성애자인지 정의 내리라는 것이다.


심지어 그가 신는 신발 사이즈인 44.5는

애매하다는 이유로 존재하지 않았고

44 사이즈인지, 45 사이즈인지를

선택하라고 요구받는다.


호텔이라는 공간 안에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규칙'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드러나는 장면이다.


주인공은 과거 동성을 좋아한 적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성애자를 선택하며

틀 안에 자신을 맞추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이 시스템에 답답함을 느끼게 되고

호텔을 탈출하기에 이른다.

그의 본능이 사회의 규제를

벗어나는 순간이다.


영화 속 그의 마음은

이런 대사로 표현된다.

그는 감정이란 억지로 만들어 내는 것이
감추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생각했다.


영화 속에서 드러나는 그의 본능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다.


첫째로 '번식 본능'.

이 부분은 뒤에서 다룰 내용으로

그가 생물학적인 번식을

강하게 추구한다는 말이다.


둘째로 '탈출 본능'.

영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는 사회의 틀에 얽매이는 것을

몹시 싫어하는 사람임이 드러난다.


호텔에서 인위적인 짝을 만들지 않고

탈출한 장면이나, 짝이 금지된 숲에서

한 여인과 사랑에 빠지는 장면들이

이를 잘 드러내고 있다.


결국 사회의 입장에서 보면

주인공은 대표적인 '사회 부적응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주인공이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내며, 오히려 주인공이

사회 부적응자로 비치는 사회가

문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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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스터


주인공은 자신이 짝을 찾지 못하면

무슨 동물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랍스터라고 대답한다.


랍스터는 100년 가까이 삶을 살아가고

평생 번식을 할 수 있으며,

귀족들처럼 푸른 피를 가졌기 때문이다.


나는 그가 랍스터로 살아가고자 했던

이유가 영화의 전체 줄거리와

결말과도 관련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이야기했던 '번식 본능'에 관한 이야기다.


랍스터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인

번식 가능성은 주인공에게

큰 의미가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번식에 실패해서 개로 변해버린

형을 데리고 살아가는 장면이나,

호텔에서 열린 첫 무도회에서

한 여인에게 춤을 추자고 제안했던

장면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번식을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능력 중 하나는

나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가다.


위험한 공간에 남겨져있으면

짝짓기를 한다 하더라도 번식의 성공을

담보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은연중에 강자에게 접근했다.

호텔에서 처음 춤을 췄던

'코피'를 흘리는 여인에게는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도 이와 관련 있다.


그녀는 냉혹하지만

사냥을 잘하는 여인에게 끌렸고,

호텔에서 나와 숲으로 갔을 때에도

사냥 시간에 자신을 위험으로부터 구해준

근시 여인에게 호감이 생겼다.


그녀가 자신과 같은 근시라는 점은

'번식'이라는 틀에서 봤을 때

훨씬 매력적인 요소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영화의 후반부에서

그녀는 시력을 잃게 된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주인공이

근시 여인을 사랑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그녀가 좋아하는 토끼도 가져다주지 않았고,

촉감으로 사물을 맞추는 놀이도

더 이상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행동은 그녀로부터 약한 모습을 발견했고,

어느 순간 번식이 성공적이지 못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은

스테이크 칼을 가지고 자신의 눈을

찌르기 위해 화장실로 향한다.

그녀와의 공통점을 더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나는 그가 눈을 찌르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의 번식 본능은

그가 눈을 찌르는 무모한 행동을 하기보다는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나기를

원했을 테니까 말이다.


영화 중간, 근시 여인이 꿨다는 꿈에서는

두 사람이 '스테이크 칼'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는 그들의 사랑이 스테이크 칼로 인해

비극적으로 끝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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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영화는 세상의 무분별한 규칙들에 대해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동성을 사랑한 적 있는 사람에게

이성애를 강요하거나,

번식을 하지 않으면 동물로

바꿔버리는 무시무시한 호텔처럼 말이다.


그러나 결국 영화 속에서

규칙에 얽매인 사람들은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배신을 당하거나, 들개에게 버려지기도 한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사람들에게 그저 원하는 대로

살아가라고 이야기한다.


그 방식은 랍스터처럼

번식을 추구할 수도 있지만

호텔 직원처럼 혼자 일렉트로닉을

즐기는 삶일 수도 있다.


앞서 언급했던 영화 속 대사로

규칙과 규율에 얽매인 우리 사회에

마지막 말을 던지고 싶다.


그는 감정이란 억지로 만들어 내는 것이

감추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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