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미스 Jul 06. 2020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작은 것들

2020년 7월 6일 스미스의 생각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작은 것들


출처 : 뉴스 1


1. 마스크


마스크 착용이 편해졌다. 사실 편해졌다기보다는 적응했다는 표현이 정확할 거다.

생각 없이 집을 나설 때도 항상 마스크를 챙겨 다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마스크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었다.

예전에는 마스크를 낀 사람을 보면 피해 다니기 바빴는데,

이제는 마스크를 끼지 않은 사람에게서 떨어져 걷는다.

과거, 마스크가 병균의 상징이었다면 지금은 방역의 상징이 됐다.


마스크의 가장 큰 장점은 얼굴을 가려준다는 거다.

감지 않은 머리와 씻지 않은 얼굴은 모자와 마스크가 있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됐다.

만사가 귀찮을 때, 면도를 하지 않을 자유를 누리게 된 것도 마스크님 덕분이다.


어른들과 대화에서도 마스크는 유용하다.

가끔, 어른들과 대화할 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고민하는데, 마스크는 이 걱정을 덜어준다.

재미없는 농담에도 애써 올라가야 했던 내 입꼬리가 쉴 수 있게 됐다.

테이크 아웃 커피전문점에서 어색하게 주문을 할 때도,

항상 귀찮은 표정으로 콜라를 결제해 주는 아르바이트생이 있는 편의점에서도,

표정을 숨길 수 있어서 편하다.


2. 접촉


어느 순간, 앞에 있는 사람의 눈을 정면으로 마주치는 일이 줄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면 만남을 줄이는 듯한 분위기가 있어서인지

'사람'이라는 존재가 어색할 때가 있다.

특히 히키코모리처럼 집 밖을 나가지 않는 주말을 보내고 난 뒤면 더욱 그렇다.


이번에 입학한 초등학생들은 '짝꿍'을 겪어보지 못한다고 한다.

짝꿍 대신 1미터 이상 떨어져 있는 친구와 인사를 나눈다.

마스크를 벗어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는 건 불가능한 얘기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이 점은 나아지겠지만, 왠지 모르게 짠하다.

엠티를 가보지 못한 새내기보다 초등학생 쪽에 감정이입되는 건 왜 그런지 모르겠다.


사람 사이의 접촉도 일종의 운동 같다는 생각을 한다.

낯선 사람을 자주 만날수록 낯선 사람을 대하는 일이 편해지고,

익숙한 사람을 자주 만날수록 낯선 사람을 대하는 일이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이와 유사한 이유인데, 최근 들어 낯선 사람을 마주하는 상황이 더욱 어색하게 느껴진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떤 행동을 보여야 할지 떠올리는데 많은 노력을 들인다.


그렇게 어찌어찌 상황을 모면하고 난 뒤에는, 영혼까지 끌어모아 유지하고 있던 힘이 맥없이 풀려버린다.

힘이 풀린 마음때문에 한동안 어느 것에도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쉽게 소란스러워진다.

갑자기 운동을 하고 난 뒤에 온몸에 알이 배기는 것처럼, 마음에도 알이 배기는 걸까.


3. 노래


하루에 1번씩, 적어도 이틀에 한 번씩은 노래를 부르러 코인노래방을 찾던 내가

벌써 2주 가까이 노래를 부르지 않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전 세계 확진자 수가 천만 명을 넘었다는 사실보다 충격적인 이야기다.

노래를 부르러 다니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다니..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막상 노래를 부르지 않으니까, 노래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다.

요즘엔 매일 틀어놓던 노래보다, 팟캐스트를 더 많이 듣는다.

유익한 오디오 콘텐츠가 꽤나 많다는 사실을 노래에 빠져 살았을 땐 전혀 몰랐다.

그래서인지 2년 넘게 지속해 오던 멜론도 끊기로 했다.

VIP 등급이 됐을 때 느꼈던 뿌듯함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멜론은 위기의식을 느꼈는지 그제서야 나를 잡기 시작한다.

한 달에 8천 원 내던 요금을 4개월간 2500원으로 낮춰주겠단다.

평소 같았으면 혹해서 이미 결제 버튼을 누르고 있어야 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과감하게 '다시 보지 않기'버튼을 누를 수 있게 됐다.


멜론은 아마 깜짝 놀랐을 거다.

VIP 등급을 차지하기 위해 2년 넘게 자기에게 매달려 오던 '호갱'이 갑작스레 이별 통보를 했으니 말이다.

지난달에 2500원을 해줬더라면 생각을 바꿨을지도 모르는데,, 역시 사랑은 타이밍이다.


당분간은 오디오 콘텐츠에 집중하려고 한다. '골라듣는 뉴스룸'은 요즘 나의 최애 팟캐스트 중 하나다.

특히 목소리 좋은 기자분들이 책을 읽어주는 '북적북적'은 라디오 드라마를 들을 때만큼 편안함을 준다.

정말 듣고 싶은 노래가 생길 때면, 멜론보다 유튜브를 활용하겠지.


모든 부분을 다 적진 못하지만 코로나19는 사회뿐 아니라 내 삶에도 여러 변화를 가져왔다.

도서관이 제한적으로 문을 개방함에 따라 '교보문고 ebook'을 월 정액으로 구독하기로 한 게 대표적인 예다.

최근 메일링 서비스를 하고 있기 때문에, 첫 번째 도서는 '일간 이슬아 수필집'으로 골라봤다.

한 페이지 페이지마다 이슬아 작가의 담백하고, 섬세한 문장이 잘 녹아있다.


나도 자극을 받아, 앞으로는 조금 더 많은 글을 써보려고 한다.

언제, 어떻게 다칠지는 알 수 없지만 이리저리 부딪혀보는 거다.

그러다 보면, 조금씩이나마 다치지 않는 법을 배울 수 있겠지.

사실 다치는 거쯤은 두렵지 않다.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무엇보다 재밌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대상은 방금 내 이불 속으로 들어간 모기 한 마리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천공항공사 사태와 선택적 분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