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아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한아는 다정한 지구인이었으므로, 거기까지 듣자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지구에서 한아뿐'은 마음 깊은 곳에 있던 사랑을 발견하게 만들어준다. 제목에 ‘한아’가 존재하는 이유를 증명하는 것처럼 경민이가 진심으로 한아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함께 한아를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한아가 지구를 사랑하는 것처럼 나도 함께 지구를 사랑하게 된다. 작품 속 주인공들이 그러하듯이 나도 그렇게 된다. (외계인) 경민과 친구 유리가 한아를 사랑하는 이유를 보면 우리는 그들처럼 한아를 사랑할 수밖에 없어진다. 한아만의 올곧은 가치관과 그중 환경에 관한 가치관은 다정한 지구인 그 자체를 보여준다.
"업사이클링이라는 말도 맞긴 하지만 어쩐지 그러면 큰 단위로 뭔가를 해야 할 듯해서 대중 얼버무리기로 했다. '환생-지구를 사랑하는 옷가게'라는 간판은, 그래서 직관적인 듯도 아닌 듯도 했다... 패스트 패션이 얼마나 기이하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환경을 망치고 있는지 한아 나름대로 설명해보려고 노력한 팸플릿이 놓여 있었는데..."
작품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환경에 대한 생각, 소재들은 다양한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작품을 읽으면 읽을수록 한아를 탐구하게 되고 작품이 즐거워진다. 일명 “한아 탐구생활”을 해가면서 작품은 점점 내게 다가온다. 한아는 ‘환생’이라는 업사이클링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가 쉽게 잊기 쉬운 ‘옷’이라는 소재에서 환경 이야기가 시작된다.
작품 속 "환생"은 옷가게의 이름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환생 즉, 다시 살아남은 옷에서 더 나아가 지구에게까지 적용될 수 있다. 더 나아가면 우주까지도 적용될 것이다. 다정한 손짓과 행동으로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사실은 정말 매력적이다. 특별한 능력이 없는 우리는 이미 망가져버린 환경을 초능력을 이용해 다시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우리의 방식대로 새롭게 지구를 환생시킬 수 있다. “지구에서 한아뿐”은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고 우리에게 희망을 전해준다.
그렇게 한 번도 돌아보지 않고 우주로 떠나다니. 한아는 마지막 작별을 기억해내고는 치를 떨었다. 다이옥신 같은 새끼, 미세먼지 같은, 아니, 미세 플라스틱 같은 새끼, 낙진 같은 새끼, 옥시벤존, 옥티녹세이트 같은 새끼, 음식물 쓰레기 같은 새끼, 더러운, 정말 더러운 새끼, 밑바닥까지 더러운 새끼. 우주의 가장 끔찍 한 곳에서 객사나 해라.
욕을 할 때조차도 환경에 해를 끼치는 존재들을 열거하는 것을 보며 역설적으로 환경에 대한 한아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인지하지 않으면 잊기 쉬운 것들을 다시 기억해본다.
둘은 신혼여행지를 두고 몰디브와 베네치아 중에 고민을 한참 했다. 두 곳 다 몇십 년 후면 물에 잠겨 못 보게 될지도 모를 곳이었기 때문이다.
“두 군데 다 가면 되잖아?"
"비행기를 너무 많이 타고 싶지 않아."
“왜?"
"항공 연료 소비 증가도 지구온난화의 큰 요인이니까."
가벼운 우주선들은 여기저기 큰 항성 근처에 가서 빛 에너지나 열에너지를 저장하기도 하고, 지구에는 없는 다양한 물질들에서 추출하기도 하고 그래." "화석 연료는 유행이 좀 지났지?"
친환경 세제로 설거지했다.
경민과 한아의 사랑 이야기 속에 나타나는 항공 연료 소비, 화석 연료, 친환경 세제, 사람의 존재 등 우리가 쉽게 잊을 수 있는 행동들도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너는 본 적 없는 고래를 형제자매로 생각했어. 땅 위의 작은 생물과 물속의 커다란 생물까지 너와 이어지지 않은 개체는 없다는 걸, 넌 우주를 모르고 지구 위에서도 아주 좁은 곳에 머물고 있었는데도 이해하고 있었어.
환경보호에 대한 강의를 들을 때면 “미래의 후손들을 위해 자연을 지킵시다! “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런 말을 들을 때면 “그렇다면 자연 문제는 미래의 일인 걸까?”라는 생각으로 나아가게 된다. 하지만 환경 파괴의 문제는 실시간으로 발생하고 있고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닿아있다. 주변의 동물들이 이상기후로 터전을 잃고 목숨도 잃어가고 있다. 동물에서 더 나아가 인간들도 환경 파괴로 인한 피해를 입고 있다.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들이 공동체고 모두가 이어져있다는 생각을 하는 한아를 보며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반한 경민을 보며 우리는 지구 공동체 자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환경에 대한 이야기는 주로 에세이에서 찾아보기 쉽다. “지구에서 한아뿐”은 SF소설 속 사랑을 주제로 하면서 환경에 대한 소재를 추가하여 쉽고 가볍게 환경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만든다. 그리고 작품의 중요한 내용인 한아를 향한 경민의 사랑은 지구를 향한 사랑과 같다고 표현할 수도 있을 듯하다. 경민은 한아의 다정한 지구인인 모습을 사랑했으니 이 작품은 아예 환경을 주제로 한 소설이라 생각되기도 한다. 다 같이 한아를 사랑하고 지구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주인공들을 닮아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