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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틀리Lightly Aug 19. 2019

럭셔리를 향유하고 싶다

유튜브에 나오는 저 사람들은 나랑 다른 세상에 사는 게 분명해

   호텔 조식을 생애 처음으로 경험했을 때는 대학교에서 스타트업 견학을 가서 신라스테이에 머물게 되었을 때다. 그런 고급진 장소에서 고급진 직원들을 보고 고급진 시간을 보내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었다. 새로운 세계에 떨어진 앨리스처럼 긴장되면서 모든 게 새로워 보였다. 은은한 조명과 편안한 음악이 있었고 차분한 사람들과 가지런한 음식들은 내가 그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드는 것 같았다. 원래의 살던 모습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사는 경험을 잠시나마 즐겼다.


   내 기억 속의 시간들은 단순히 일탈을 넘어서 일종의 해방감으로 발전했고 지금의 삶을 거부하고 럭셔리한 삶을 동경하게 만들었다.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데에 급급한 삶은 애써 지우거나 모른 척하는 대상이 되었다. 지금 사는 삶을 부정하고 거부하면 역설적이게도 그리고 당연하게도 럭셔리한 삶은 멀어지기 마련이다. 알면서도 왜 이럴까. 글을 쓰기 전까지는 두 개의 삶을 구별 지었다. 바쁘게 사는 이런 삶과 여유롭게 사는 저런 삶은 결국 호수의 백조 같은 거라고 그래서 양자택일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현생과 미래가 같은 연속선상에 있다는 것을 무의식이든 의식이든 (결국 나니까) 외면하며 살았나 보다. 정말 비겁하다.


   유튜브에는 호텔 조식, 뷔페, 무한 리필, 맛집, 레스토랑, 스시야 등을 탐방하는 여러 영상들이 너무 많다. 하루에도 몇 편씩 들여다보는 시간은 진짜 그곳으로 갈 수 있는 기회를 걷어차 버린다. 아니 어쩌면 걷어 차질 기회라는 걸 너무 잘 알아서 대리만족으로 그 영상들을 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부유하지도 빈곤하지도 않은 어정쩡한 삶이라는 건 꿈만 크게 갖고 현실은 노력하기도 어려운 저주라는 생각마저 든다. 영상 속의 사람들과 나는 다른 세계에 있는 앨리스들이다. 그저 나는 "어정쩡"세계에서 대리만족을 제일 잘하는 앨리스이고 저 사람들은 "럭셔리"세계에서 즐기기만 하면서 살아가는 앨리스다.


   적어도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살았으면 이런 생각과 글은 남지 않았을 텐데 너무 많이 알아버린 저주일까. 동경하는 세계로 갈 수는 없더라도 유튜브를 통해 대리만족은 계속될 것이다. 언젠가 꿈과 현실의 괴리는 여전히 지금처럼 벌어져 있을까 아니면 내가 그 사람들처럼 럭셔리를 누리고 있을까. 가지지 못했다는 마음은 참으로 사람을 괴롭히는 것 같다. 저리 가. 암만 떠들고 반성하고 속상해도 내일 눈을 뜨고 유튜브를 보고 동경할 것이다. 저 사람들처럼 나도 럭셔리를 향유하고 싶다.


Photo by  Nils Stahl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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