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을 한 거야? 글쎄,
기억 안 나? 기억이 안 난다기보다는 기억할 만한 게 없어,
그럼 뭐하고 살았어? 이것저것 나대면서 살았어 근데 왜 나를 싫어했던 걸까?
누가 너를 싫어해? 그냥 나를 항상 가로막는 사람들이 존재했어 별로 피해도 안 끼쳤는데,
사람들이라는 게 한 두 명은 아닌가 보다. 그렇지 한 두 명은 아니었어 내가 그럴 팔자인가 봐.
뭐가 살아가는 모습이 뭐 어땠길래 싫었을까? 아마 나대는 거? 그런 부류 있잖아 괜히 싫어하고 미워하고.
자기들은 아무것도 안 하면서? 그렇지 딱 그거야 그럴수록 나는 더 자극받아서 더 나대고!
그럼 더 싫어하지 않아? 그래도 뭐 어때 그 사람들이 나를 막아 세울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거의 알레르기 반응을 하는 듯이 말하고? 그렇지 그래도 어쩌겠어 그런 사람도 있는 거고 결국 내 뒷자리에 머물러 있을 텐데.
이런 이야기를 해본 적이 또 있어? 아니 지금이 처음이야.
지금 기분이 어때? 음,, 좀 시원하고 통쾌한 거 같아.
왜? 누구한테도 못 했던 말을 털어놓는 거잖아. 겸양 떨지 않고 가림 없이 속마음을 말하는 게 이렇게 좋구나.
그럼 뭐하고 살았는지 다시 기억해 볼 수 있어? 우선 기억나는 건 나 혼자만 좋자고 시작한 일은 단 한 번도 없다는 거?
이기적이지 않다는 거야? 아니 이기적이면서 이타적이야 개인주의면서 공동체주의? 말이 좀 어렵나.
성인군자 스타일이라는 건가? 성인군자가 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고 그냥 모두에게 이로운 일을 하고 싶어 했어. 그 왜 지금 달달한 선택보다 쓰지만 몸에 좋은 선택처럼.
그럼 정의로운 일을 하고 살았다는 거네? 그렇지!
정의롭다는 거 외롭지 않아? 그렇지.. 모두에게 응원을 받으면 좋겠지만 모두가 싫어하는 일일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했어.
싫어하는 일까지 한다는 건 오버하는 거 아니야? 마냥 싫어하는 일은 나도 당연히 안 하지. 기준이 있었어. 변화가 꼭 필요한데 지금의 상황을 지키려고 버티는 건지 어떤지. 그게 기준이야.
말하는 게 꼭 민주열사 같다. 그런가? 내가 크고 자란 과정이 나를 이렇게 키워놓았지.
그럼 무슨 일이라는 게 생뚱맞은 일이 아니었다고 봐도 되려나? 오... 맞아 결국 예상된 일들이었지.
정해진 운명 같은 거였다? 결국 내가 가야 할 길이 정해져 있었고 또 내가 그 길을 만들었지.
나대는 것도 다 계획하고 한 일들이었다. 그렇게 해서 내가 얻는 게 딱히 없을지라도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라면 마땅히 해야 하는 것이 나만의 정의였고 일종의 사명감이었다. 이런 데 어울리는 말일지는 모르겠지만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세상은 불만 불평으로 가득 차있었고 배설하기만 하는 사람들에게 생산적인 논의를 할 수 있는 멍석을 깔아주고 싶었다. 불만을 말할 대상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언제 말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싶었다. 그럼 내가 사라지더라고 사람이 스스로 발전해나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