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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솔 Mar 07. 2018

프랑스인들은 ‘그냥’이 없다.

Drawing Dayz / 프랑스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성향 테스트를 했는데 평균치를 벗어나는 사람 중 유독 프랑스인들이 많았다는 거야. 그 결과에 어리둥절해하는데 (프랑스인이 아닌) 유럽인들은 “그래, 쟤네 그럴 줄 알았어” 라는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더래. 정말 그래?


파리에서 만난 A에게 말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던 A는 정말 그런거 같다며 말을 이어갔다.


“프랑스인들은 ‘그냥’이 없어. 너무 피곤해.”

A는 파리 생활이 지겹다며 서울로 돌아오고 싶어한다. 그 중 가장 안 맞는 것은 대화. 어떤 주제든 꼬리에 꼬리를 무는 프랑스인의 화법이 너무 피곤하다는 거다.


무슨 이야기를 해도 온 몸으로 - 뭐 어쩌라고 - 를 풍기는 A에게 - 왜? 그래서 왜? 근데 왜 그런거야? - 를 묻고 있다 생각하니 너무 웃음이 나왔다.


“토론을 하는거야? 결론이 나와?”

“아니. 결론을 찾기보다는 서로 생각을 이야기해. 그래서 얘기가 더 길어지더라. 그걸 즐기는 것 같아.”

그래서 파리의 카페가 유명한 것일까. 19세기 이후 파리의 카페에는 수 많은 예술가들이 모였다. 카페에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토론을 하고.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면 주인공은 카페에서 헤밍웨이를 만난다. 나에게 일어나지 않는 허구인 것을 알면서도 친구에게 물었었다.


“내가 빈센트를 만나는 일은 없겠지?”

“근데 빈센트를 만나면 나는 무슨 그림을 보여줄 수 있을까”

언젠가는 내가 사랑하는 예술가들이 다녀간 카페들만 돌아다니며 그림을 그리고 싶다. 나도 그들처럼 보일 수 있기를 바라며, 아니 그들처럼 남길 바라며.


“우리도 밖에 앉아서 맥주 마시자”

“밖에서 마시다가 얼어 죽을거 같은데”

더 따뜻했다. 추워 죽겠는데 밖에 앉아있는 파리지앵들을 보며 “낭만이 있네. 쟤들은 몸에 열이 많나?” 하고 생각했는데 난로가 아주 빵빵하더라. 속았다.


A의 말을 듣고나니 카페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나 궁금해졌다. 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불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냥

왜?

그냥

그니까 왜?

그냥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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