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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솔 Mar 11. 2018

일주일을 기록한 그림일기2

3월 4일 ~ 3월 10일


8.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사러갈 때는 너무 설렌다. 그들의 생각이 담긴 책을 읽으면 마치 대화를 하는 기분이 드니까. “짝사랑을 하면 이런 기분일거야.” 라고 했더니 A가 물었다. “짝사랑 해봤어?” “아니” “그것 참 안됐다”


항상 나 좋다는 사람을 좋아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참 수동적인 사랑을 한 기분이다. 그렇다면 아쉬운게 하나 더 있다. 난 이별 노래에는 펑펑 울며 공감하겠지만 짝사랑을 소재로 한 노래에는 공감하지 못 하겠지. 100세 시대니까 언젠간 짝사랑을 해봐야지.

9.

10대엔 이성친구, 20대엔 좋은 학교, 30대엔 좋은 직장 어쩌고 저쩌고 결국 100세엔 눈 뜨면 성공이라고 한다. 마치 RPG 게임같아서 하나씩 이뤄내면 재밌겠다. 하지만 결말에 다다르면 너무 허무해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고 싶겠지. 프린세스메이커 게임을 할 때처럼.


10.

“우리 단톡방 이름을 정했어. 집단적 독백” 집단적 독백은 상대방 말은 듣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해소하는 일방적인 소통이다. 자기중심적인 소통. 소통인가? 아무튼 검색을 해보니 죄다 어떻게 고칠 수 있는지 알려준다. 유아식 소통방식이며 이런 것은 어른이 아니란다.


난 오늘날 어른들에게도 집단적 독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남을 배려하지 않고 날 위해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공간. 여기선 새벽에 갑자기 우울했던 이야기, 과제에 치여서 자괴감에 빠진 이야기, 마음에 안드는 친구에 대한 험담, 나의 사회성에 대한 고찰 등 많은 이야기가 그냥 흘러간다. 그리고 모두 그냥 흘려듣는다. 암묵적으로 셋이서 동의했으니 가능한 일이다. 셋 다 딴 소리를 하고 있으니 누구하나 나무라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어딘가 얘기했다는 생각에 후련해진다.


11.

회사에서 혼자 야근을 할 때. 문득 너무 무서울 때가 있다. 갑자기 정수기에서 소리가 나거나 타자치는 소리가 들릴 때. 아무도 없는 걸 알면서도 두리번-두리번- 거린다. 그러다 문득 드는 생각


“귀신이면 어쩔꺼야. 내 일 해줄꺼냐고. 방해나 하지 않았으면”


그래, 마감을 못했을 때 나에게 다가 올 미래가 더 무섭지. 근데 사무실에 귀신이 있다면 과로사한 귀신일까.




그렇게 일주일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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