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보헤미안 랩소디> 읽기
2018.11.10
퀸의 리드보컬 프레디 머큐리가 경쾌하게 발을 구르면서 무대에 오르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그 앞으로는 그의 노래를 들으러 온 수많은 팬들로 객석이 가득 메워져 있다. 퀸에 대해서 잘 모르고, 락에 대해서 무지한 나조차도 대체 퀸이 얼마나 대단하기에 이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고 전설로 남아서 이렇게 스크린에까지 옮겨졌는지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 또한 그의 힘차고 경쾌한 움직임은 락에 대해 거의 무지한 내게 살아 있는 락에 대한 첫 인상으로 다가 왔다. 그래서 오프닝 장면부터 영화에 빠져들 수 있었고, 마음을 사로잡을 음악과 그에 얽힌 스토리가 무엇일까 기대하면서 보았다.
영화는 퀸이라는 그룹에 대한 영화지만, 극적인 삶을 살다간 프레디 머큐리에 어쩔 수 없이 더 초점을 맞추는 것 같았다. 머큐리는 과거 영국 식민 지배를 받았던 인도 출신의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사람들 앞에 서기에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입모양과 결정적으로 게이라는 성적 소수자로서 살아야 했던, 안타까운 천재였다.
프레디 머큐리는 항상 외로웠던 것 같다. 영화의 초반부에서 그의 아버지는 항상 옳은 생각만하고 옳은 말만 하고 옳은 행동만 하라고 프레디에게 훈계하는데, 락을 즐기고 게이로서 살았던 프레디는 아버지를 만족시키는 아들이 될 수 없었고 부모와 가족으로부터 점점 멀어졌던 것 같다. 영화의 초 중반부에서 아버지는 어릴적 프레디에게 복싱을 가르쳤다고 하면서 복싱을 하는 어린 아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계속 만지작거린다. 그 시대만 해도 복싱은 남성들만이 즐기고, 남성의 육체적 강인함에 기초한 남성성의 이상적 상징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그렇게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관점에서 이상적인 남성에 부합하기를 원했던 아버지의 바람과 달리 프레디는 락 음악을 부르고, 동성애에 눈을 뜨게 되었으니 부자간의 갈등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사귀던 애인인 ‘메리’ 또한 그의 곁을 떠나게 되었을 때 그는 정말로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을 것 같다. 그래서 그는 ‘메리’에게 선물했던 반지만은 빼지 말라고 간청하고, 헤어지고 나서도 그녀의 옆집에 살면서 전화상으로라도 함께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고 싶어 하고 메리가 프레디 자신의 자리를 대체한 다른 남자친구를 데려왔을 때 심한 질투심을 느낀다. 부와 권력과 명성은 얻었지만, 그럴수록 주변에는 그를 진심으로 대하기 보다 이용하려 하는 사람들만 모여들었고 그는 더욱 외로워졌다. 공연이 끝나고 나면 허무함이 그를 덮쳤다. 그는 그러한 허무함을 달래기 위해 방탕한 파티와 향락에 빠져든다.
결국 그러한 향락과 파티가 그의 인생을 망치게 되고, 에이즈에 걸려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곁에는 항상 음악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상황과 느낌들을 음악에 표현했고, 그렇기에 영화 속의 음악이 더 절절하게 다가온다.
Mama just killed a man
어머니 난 지금 사람을 죽였어요
Put a gun against his head Pulled my trigger Now he`s dead
그의 머리에 총을 들이대고 그는 이제 죽었어요
Mama life had just begun
어머니, 내 삶은 이제 막 시작한 것 같은데
But Now I `ve gone and thrown it all away
난 내 삶을 내팽개쳐 버린 거에요
Mama oooo didn`t mean to make you cry
어머니, 당신을 울게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If I`m not back again this time tomorrow.
내가 이번에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Carry on ----carry on--
앞으로도 꿋꿋이 살아가세요 꿋꿋이 살아가세요
as if nothing really matters
마치 아무 문제도 없는 것처럼요
too late My time has come
이젠 너무 늦었어요 때가 되니
Send shivers down my spine.Body`s aching all the time
등줄기를 따라 소름이 끼쳐오고 육신이 항상 쑤셔와요
Good bye everybody I`ve got to go
모두들 안녕 이제 가야 해요
Gotta leave you all behind and face the truth..
모두를 뒤로 하고 진실을 받아들여야 해요
Mama ooo I don`t want to die
어머니, 전 죽고 싶지 않아요
I sometimes wish I`d never been born at all.
때론 차라리 제가 아예 태어나지 않았기를 바라기도 해요
영화상에서 이 노래는 프레디가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자각했을 때 영감을 얻어 작곡한 것으로 나온다. 실제로 많은 이들은 이 노래를 두고 프레디 머큐리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커밍아웃한 것으로 해석하기도한다. 어떤 락가수는 이 노래에 대해 다음과 같은 해석을 하기도 했다.
노래에서, 갑자기 '엄마 사람을 죽였어요.'라고 고백하는 것은 너무 뜬금 없다다. mama라는 말은 엄마라는 뜻도 있지만 애인을 뜻하기도 하며, 보통 팝송 가사에 등장하는 mama라는 말은 여성(이성)을 뜻한다. 그렇다면 just killed a man에서 man이 왜 사람인가? man은 보통 남자를 뜻한다. '사람을 죽였다'가 아니라 '남자를 죽였다'가 맞는 해석이다. 이 노래를 발표했던 1975년만 해도 록스타가 대중 앞에서, 혹은 언론을 향해 '나는 동성애자에요.'라고 말하는 것은 금기였다. 영국은 보수적인 나라다. 그는 노래를 통해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히고 싶었을 수 있다. 고도의 메타포를 동원하여, 'mama'는 그를 사랑하는 대중을 향한 대명사이며, 'just killed a man'은 '(내 안의) 남자를 죽였어요'라고 이해한다면 이 노래 가사의 플롯이 매우 자연스러워진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영화를 봐서 그런지 지 몰라도,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깨달았을 때 느꼈을 슬픔과 절절함이 위 구절에서 잘 드러나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슬프지만도 않았던 게 그의 곁에는 항상 퀸이라는 또 다른 패밀리가 있었고, 음악도 있었다. 프레디 머큐리에게는 남보다 월등한 재능이 있었고 그 재능을 펼칠 기회가 있으면 잡고 없으면 스스로 만드는 사람이었다. 그는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거듭 최선을 다하는 완벽주의자였고 성에 찰 때까지 작업한 후에는 주변에서 어떤 얘기를 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선택에 확신이 있었고, 선택을 밀고 나갈 에너지가 그 안에는 존재했던 것이다. 다음의 노래 구절에 잘 표현되어 있는 것 같다.
Buddy
이봐 친구
you're a young man hard man
넌 젊고 거칠잖아
Shoutin' in the street
거리에서 소리를 지르고 다니다 보면
gonna take on the world some day
언젠가 세상도 맞설 수 있을거라구
You got blood on your face
얼굴에 피가 난들 어때?
You big disgrace
창피한 줄 알아
Wavin' your banner
온세상을 다니며
all over the place
네 깃발을 흔들어 봐
결국 프레디 머큐리는 죽음을 앞두고 가족과도 화해하고 옛 연인인 메리와도 화해한다. 그들은 자신에게 외로움을 안겨준 대상들이었지만,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신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일까. 또한 자신에게는 퀸과 음악이라는 무엇과도 맞바꿀 수 없는 보물이 있었으니까. 카메라는 다시 시작부로 돌아가 무대 앞에서 발을 구르는 프레디를 비춘다. 기아로 죽어가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돕기 위해 열린 라이브 에이드 콘서트에 참가한 것이다. 그는 죽기 직전 그 무대에서 명곡을 쏟아내는데 압권이라고도 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노래로서 기아로 굶어죽는 수 만명의 아이들을 살리는 데 일조함으로서 결국에 그가 옳았음을 증명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