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제조업의 경쟁력은 ‘정밀도’ 싸움”
11월 17일 제 60기 경영자 독서모임 MBS 프로그램이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에서 진행됐다. MBS는 매주 월요일 저녁, 경영의 해법과 새로운 통찰을 원하는 경영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독서모임으로 지난 30년간 누적 회원 수 국내 최대 7,500명을 기록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오프라인 독서모임 MBS에서는 지식의 향연이 펼쳐지며 경영·경제·사회·문화·고전·지역테마 등 각 분야의 저자들에게 직접 강연을 듣고 질문하며, 혼자서는 얻을 수 없는 깊은 경험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도서 선정 시 각계 심사위원단의 엄정한 평가를 거쳐 해당 연도에 필요한 도서를 선정함으로써 현재 트렌드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트렌드까지 가늠할 수 있어 조직에 필요로 하는 오피니언 리더로서 성장할 수 있는 도약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제60기 경영자 독서모임 MBS 프로그램 열번째 강연자로 ‘삼성전자 시그널’ 저자이자 KBS 서영민 기자가 강연을 펼쳤다. 서영민 기자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2007년 KBS에 입사했으며 경제부, 탐사보도부, 시사기획 창 등에서 한국의 재정, 금융, 산업 정책을 취재했다. 그는 삼성의 위기를 비롯하여 노인빈곤, 지역소멸, 코로나 등에 대한 기사로 ‘한국조사연구학회 한국조사보도상’ ‘한국방송기자 클럽 올해의 방송기자상’ ‘한국 데이터저널리즘 어워드 올해의 데이터 기반 탐사보도상’ ‘이달의 기자상’ 등을 수상했다.
서영민 기자는 “요즘 권위주의 체제가 무너지고 기술이 모든 걸 바꾸고 있는 상황에서, 메모리 시장은 이미 10만 전자 수준까지 올라갔다. 메모리가 KB(키로바이트)당 30만 원까지 간다는 말도 있을 정도로, 지금의 호황은 과거와 비교가 안 된다. 그래서 다들 내년에 삼성 영업이익이 70~80조 나온다고 기대하지만, 이게 삼성의 ‘본질적 경쟁력’ 때문인지, 단순히 메모리 사이클이 좋아서인지 따져봐야 한다”라며 강의를 시작했다.
이어 그는 “오늘 말씀드린 건 결국 삼성의 ‘잃어버린 10년’이다. 삼성 매출을 달러 기준으로 보면 2013년과 비교해 12년 동안 고작 5% 성장했다. 매출은 파도처럼 올랐다 내렸다 하지만 크게 성장하지 않았고, 영업이익은 오히려 꾸준히 떨어지고 있죠. 2013년보다 못하다. 물론 내년에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정말 봐야 할 건 ‘삼성의 영업이익이 삼성 자체의 실력 때문인가? 아니면 단순히 메모리 사이클이 좋기 때문인가?’ 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서영민 기자는 “사실 삼성의 지금까지 가장 좋았던 시기는 단 한 해였고, 그 뒤로는 코로나로 인해 일시적으로 올라갔던 면이 있다. 만약 삼성이 계속 메모리 산업 사이클에만 의존한다면 미래가 그리 밝지 않다고 보는 이유다. 요즘 미국 증시가 휘청거리는 것도 ‘AI가 정말 계속 이렇게 성장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 때문이다. AI 호황이 꺼진다면 지금의 기업들이 버틸 수 있을지 질문이 따른다”라고 전했다.
그는 ‘삼성이 존속 가능하냐는 질문은 대한민국이 존속 가능하냐와 직결되는 문제’라고 말하며 “삼성은 메모리에서 번 돈으로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가전까지 다 하는 유일한 기업인데, 그 구조 자체가 한국 경제 구조와 그대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를 새로운 고객으로 맞이했다고는 하지만, 이 상황을 단기간에 이겨내는 건 쉽지 않습니다. 지금 삼성에게 새로운 성장동력이 있느냐는 질문 자체가 중요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영민 기자는 성공한 대기업일수록 ‘몰락의 중력’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강조하며 50년 동안 데이터를 쭉 보면, 성장이 멈춘 기업은 정체로 끝나는 게 아니라 결국 수직으로 추락한다고 이야기 했다. 그래서 기업은 반드시 자기 위치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는 기술적 우위가 있는가? 성장곡선 어디쯤에 있는가? 파괴적 혁신을 하는 쪽인가, 당하는 쪽인가? 여기에 따라 전략이 완전히 달라진다.
파괴적 혁신 사례: 삼양 ‘불닭볶음면’
삼양식품은 라면 업계 3위였지만, 불닭볶음면 하나로 판을 완전히 바꿨다. 동남아에서 대박났다. BTS 효과로 먹방 문화에 확산됐으며 유튜브 밈(meme)과 넷플릭스에도 등장했다.
그 결과 영업이익도 농심(2천억)을 넘어서 5천억까지 올라갔고, 시가총액은 기존 1등보다 3배 높아졌다. 불닭은 한국 시장만 보고 만든 제품이 아니라, 아예 세계 시장에서 ‘매운맛 카테고리’를 새로 만든 파괴적 혁신이었다. 삼양 공장은 지금도 불닭을 만들면 바로 팔릴 정도로 공급이 부족하다.
핵심은 이것이다. 파괴적 혁신은 기존 1등에게서 나오기 어렵다. 왜냐하면 기존 강자는 지금의 1등 사업을 스스로 위협하는 투자를 쉽게 못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2~3위 기업에서 혁신이 나오는 것이다.
엔비디아: GPU에서 출발한 우연한 혁신
엔비디아도 마찬가지다. 본래 GPU는 게임 그래픽을 위해 만든 칩이었는데, 과학자들이 우연히 GPU로 병렬 연산을 해보니 CPU보다 훨씬 잘 됐다. 이 ‘우연한 발견’에서 지금의 AI 산업이 시작됐다.
젠슨 황은 이 흐름을 매번 “우리가 이걸 해야 한다”고 외치며 밀어붙였고, 그 결과 지금의 AI 시대를 만든 것이다. 이미 엔비디아 생태계는 너무 크고 빨라서 다른 기술이 들어올 틈이 없다.
삼성과 HBM: 왜 하이닉스에 밀렸나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을 보면, 삼성보다 하이닉스가 훨씬 잘하고 있다. 삼성 내부에서는 HBM을 이렇게 판단했기 때문이다. 무어의 법칙 흐름에 비켜난 제품, 주요 고객도 원하지 않음, 불량률이 높아 수율 확보 어려움, 단가가 너무 높아 장기 수익성 의문, 기회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즉 면밀하게 분석할수록 투자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 제품이었다. 그런데 하이닉스는 과감히 뛰어들었고, 지금 엔비디아가 선택한 메모리 기업이 됐다. 이게 바로 파괴적 혁신의 공식이다. 합리적인 분석은 때때로 혁신을 가로막는다.
끝으로 그는 제조업의 미래를 피지컬 AI와 디지털 트윈으로 제시했다. “앞으로 제조업의 경쟁력은 ‘정밀도’ 싸움이다. AI가 가장 잘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피지컬 AI는 공장 라인을 가상 공간에서 무한히 돌려보며 최고의 레시피를 찾아내는 기술로 실제 공장은 비용이 들고 실수하면 복구도 어렵지만, 가상 공간에서는 1,000번, 1만 번도 돌려볼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 공장을 디지털로 똑같이 복제해 운영·개선하는 방식이다. 표준화가 잘 돼 있으면 새 공장을 지을 때도 그대로 복제해 효율을 끝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기존 삼성 반도체 공장은 너무 복잡해 디지털 트윈을 완벽히 구현하기 어렵지만, 앞으로의 신규 공장은 처음부터 AI 기반 표준화가 필요하다. 메모리가 잘될 때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야 한다. 결국 메시지는 하나다. 메모리 호황일 때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삼성도, 한국도 위험하다. 지금은 AI, 피지컬 AI, 디지털 트윈 같은 미래 제조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해야 할 시기다”라고 이야기했다.
한편, 제60기 경영자 독서모임 MBS 프로그램은 매주 월요일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