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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답은 협력…AI는 더 이상 도구가 아닌 파트너”

by 이예지

12월 22일 제 61기 경영자 독서모임 MBS 프로그램이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에서 진행됐다. MBS는 매주 월요일 저녁, 경영의 해법과 새로운 통찰을 원하는 경영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독서모임으로 지난 30년간 누적 회원 수 국내 최대 7,500명을 기록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오프라인 독서모임 MBS에서는 지식의 향연이 펼쳐지며 경영·경제·사회·문화·고전·지역테마 등 각 분야의 저자들에게 직접 강연을 듣고 질문하며, 혼자서는 얻을 수 없는 깊은 경험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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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도서 선정 시 각계 심사위원단의 엄정한 평가를 거쳐 해당 연도에 필요한 도서를 선정함으로써 현재 트렌드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트렌드까지 가늠할 수 있어 조직에 필요로 하는 오피니언 리더로서 성장할 수 있는 도약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제61기 경영자 독서모임 MBS 프로그램 열다섯번째 강연자로 ‘젋은이를 위한 미래 엿보기’ 저자이자 서울대학교 김도연 명예교수가 강연을 펼쳤다. 김도연 교수는 현재 태재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과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는 프랑스 블레즈 파스칼 대학교에서 재료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1982년부터 2008년까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교수로 봉직했다.


재료미세조직 창의연구단장으로 활동하면서 과학기술훈장과 한국공학한림원이 수여하는 ‘젊은 공학인상’을 받았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학장,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으며, 2008년부터 2011년까지는 울산대학교 총장, 2015년부터 2019년까지는 포스텍 총장으로 일했다. 현재 동아일보 객원논설위원으로 ‘김도연 칼럼’을 연재하고 있으며,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도연 교수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말하며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이 변화의 중심에는 분명히 AI가 있다. 2025년을 기준으로 보면, 인물의 의미 자체가 바뀌고 있다고 느껴진다. 지난 100년을 돌아보면, 1982년에 처음으로 ‘인간이 아닌 존재’가 타임즈 표지에 등장했다. 바로 컴퓨터였다. 그리고 올해, 드디어 AI가 타임즈의 주인공이 됐다. 흥미로운 건, 표지 뒤편에는 AI를 만든 사람들이 함께 등장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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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컴퓨터가 세상을 완전히 바꿔놓았듯, 지금은 AI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AI는 이제 특정 분야의 기술이 아니다. 비즈니스, 정부, 의료, 제조업, 자동차, 항공, 교육, 연구까지 안 들어간 곳이 없다. 심지어 대학 진로를 고민하는 과정에도 AI가 들어와 있다. 오늘은 이런 생각들을 함께 나누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AI가 작곡을 한 지도 꽤 오래됐다. AI와 예술은 이미 현실이 됐고, AI가 만든 교향곡으로 연례 행사가 열리고, 악기 연구조차 AI가 한다. AI가 그린 첫 초상화도 이미 등장했다.


황석영 작가는 “챗GPT를 써보니 박사급 인재 10명을 두고 일하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작년에 일본에서 유명 문학상을 받은 젊은 여성 작가가 있었는데, 그 소설을 쓸 때 챗GPT의 도움을 5% 받았다고 밝혔다. 그런데 심사위원단에서는 ‘아무 문제 없다’고 했다. 이 작가는 올해 봄, 이번엔 95%를 챗GPT로 쓴 소설을 냈다. 독자 반응은 오히려 좋았다고 했다. 일부러 AI 사용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인 작품이었던 것 같다. 작가의 후기를 보면, 본인은 소설가이기 때문에 오히려 95%를 쓰기가 더 힘들었다고 말한다.

일반인이 쓴다면 오히려 더 재미있는 소설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에 국내 한 출판사가 9천 권의 책을 냈다. 이게 사회 문제가 됐다. 그런데 김도연 교수는 이걸 문제라고 인식하는 방식 자체가 앞으로는 달라질 거라고 봤다. 그 안에는 전문서적도 포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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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싱귤래리티(Singularity)를 이야기한다.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은 사실 1950년에 처음 등장했다. 그러니까 벌써 75년이 됐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의 발전은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된다. 인간 지능을 추월하는 시점, 즉 특이점이 다가오고 있다.


2005년에 MIT 컴퓨터사이언스 박사 출신의 레이 커즈와일이 싱귤래리티에 관한 책을 냈다. 문자 음성을 만드는 기술을 발명한 사람이다. 그는 2045년을 예측했다. 완전히 파괴적이고,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될 거라고. 심지어 인간이 죽지 않는 시대가 온다는 얘기도 했다.


레이 커즈와일은 1980년대에 이미 인터넷, 모바일 기기, 글로벌 정보 네트워크의 등장을 정확히 예측한 인물이다. 빌 게이츠는 “AI가 무섭지 않다는 사람이 더 무섭다”라고 말했다.


커즈와일은 작년에 책을 새로 냈는데, 지난 10년간 AI의 발전을 보고 2029년을 특이점으로 다시 예측했다. 2030년대에는 AI가 주도하는 신기술 덕분에 태양광이 전 세계 에너지를 지배하고, 대부분의 소비재가 무료가 될 거라고 한다. 굉장히 장밋빛 미래다.


반면 유발 하라리는 굉장히 비관적이다. 하지만 그 역시 싱귤래리티가 가까워졌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는 AI가 인간 지능을 향해 가는 게 아니라, 완전히 다른 종류의 지능, 마치 외계인의 지능처럼 진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작년에 헨리 키신저, 에릭 슈밋, 크레이그 먼디가 함께 쓴 책이 있다. ‘AI 이후의 생존 전략’ 원제는 ‘창세기’다.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는 뜻이다. 우리는 지금 그 회오리바람 한가운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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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교수는 “우리나라 역시 AI에 큰 노력을 쏟고 있다. 소버린 AI, 즉 우리만의 AI를 만들자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건 10조, 100조를 써도 쉽지 않은 일이다. 10조라는 돈도 이 세계에서는 명함조차 못 내밀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이건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넘어갈 때보다 훨씬 더 큰 혁명이다. 불과 5년 사이에 일어난 변화다”라고 전했다.


인간은 늘 묻는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사람은 혼자 살지 않는다. 기대고, 받쳐주고, 섞여 살아갈 때 인간이 된다. 그래서 Human-Being이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정의된다. 그리고 그 관계의 핵심은 언어다.


문자는 5천 년 전에 등장했고, 문자가 문명을 만들었다. 500년 전 금속활자는 책을 만들었고, 르네상스·과학혁명·계몽주의라는 지적 혁명을 불러왔다. 이 변화는 500년에 걸쳐 일어났다.


이에 김도연 교수는 “그 과정에서 인간의 정의도 바뀌었다. 르네상스 이전엔 인간은 죄로 가득한 존재였지만, 책이 등장하며 인간은 아름다운 존재가 됐다. 새로운 인류의 탄생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컴퓨터가 시공간을 넘어 정보를 연결했다면, AI는 인간 사이에 들어온 완전히 새로운 존재다. 과거의 책은 인간을 연결했지만, AI는 스스로 의견을 만들고 네트워크를 구성한다. 그래서 세상은 또 한 번 바뀔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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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그는 “이제 우리는 ‘질문하는 인재’를 길러야 한다. 포스텍은 내년부터 AI 필수 과목을 전면 도입했다. 카네기멜론대에서는 컴퓨터공학 전공자의 절반이 직업을 못 구했다. 챗GPT가 이미 많은 일을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이 대한민국의 마지막 골든타임일지도 모른다”


“교육은 지식 전달이 아니라, 지혜 전달이어야 한다. 지혜는 경험의 딸입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는 경험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가 세상을 지배한 이유는 대규모로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끝으로 김도연 교수는 “결국 답은 협력이다. 사람과 사람의 협력, 그리고 이제는 AI와의 협력이다. AI는 더 이상 도구가 아니라 파트너다. 대한민국 교육은 엉킨 실타래 같다. 그 가장 큰 매듭은 저는 수능이라고 생각한다. 흑과 백, 정답과 오답으로 사람을 나누는 평가 방식. 이로 인해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대학의 길도, 삶의 길도, AI와 함께 협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게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시대의 본질이다”라며 강의를 마쳤다.


한편, 제61기 경영자 독서모임 MBS 프로그램은 매주 월요일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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