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 ‘흠흠신서’속 ‘흠흠’ 뜻? 삼가고 또 삼가라

by 이예지

1월 5일 제61기 경영자 독서모임 MBS 프로그램이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에서 진행됐다. MBS는 매주 월요일 저녁, 경영의 해법과 새로운 통찰을 원하는 경영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독서모임으로 지난 30년간 누적 회원 수 국내 최대 7,500명을 기록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오프라인 독서모임 MBS에서는 지식의 향연이 펼쳐지며 경영·경제·사회·문화·고전·지역테마 등 각 분야의 저자들에게 직접 강연을 듣고 질문하며, 혼자서는 얻을 수 없는 깊은 경험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도서 선정 시 각계 심사위원단의 엄정한 평가를 거쳐 해당 연도에 필요한 도서를 선정함으로써 현재 트렌드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트렌드까지 가늠할 수 있어 조직에 필요로 하는 오피니언 리더로서 성장할 수 있는 도약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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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기 경영자 독서모임 MBS 프로그램 열여섯번째 강연자로 ‘흠흠신서’ 번역가 오세진 작가가 강연을 펼쳤다. 오세진 작가는 연세대학교 철학과와 동 대학원 석사를 졸업했으며 다산학사전팀 보조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국고등교육재단 한학 연수 과정을 수료했다. 옮긴 책으로 ‘논어’ ‘징비록(공역)’ ‘율곡의 상소’ ‘다산은 아들을 이렇게 가르쳤다’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 ’대학연의에서 수양론과 경세론의 관계 연구’가 있다. 조선과 중국의 역사와 사상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현재 관련 서적을 번역하고 강의하고 있다.


오세진 작가는 “경영은 결국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일이다”라고 말하며 정약용 ‘흠흠신서’로 책임 있는 리더십의 조건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시했다.


그는 “인문학은 경영에 바로 쓰이기보다, 생각의 각도를 바꾼다. 인문학이 경영 기법에 곧바로 적용되는 도구는 아니다”라고 말하며 인문학은 미처 보지 못했던 판단의 기준, 책임의 무게를 환기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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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번역한 ‘흠흠신서’는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집필한 책으로, 지방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의 조사·판결 원칙을 다룬 사법서다. 널리 알려진 ‘경세유표’ ‘목민심서’와 함께 정약용 스스로 ‘1표 2서’라 칭한 핵심 저작이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흠흠신서’의 ‘흠흠’은 ‘삼가고 또 삼가라’는 뜻으로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권한을 가진 자라면, 그만큼 두려워해야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오세진 작가는 조선시대 지방 행정의 구조적 문제를 이야기하며 “수령은 평균 1년 반 남짓의 짧은 임기, 연고 없는 지역, 대물림되는 아전 조직 속에서 행정과 사법을 책임져야 했다. 경험도, 정보도 부족한 상황에서 많은 수령들이 사건 처리를 아전에게 떠넘겼고, 그 결과 부정부패와 억울한 판결이 반복됐다”라고 전했다.


정약용은 이를 개인의 도덕성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로 보았다. 그래서 ‘흠흠신서’에는 판례, 검시 방법, 보고서 작성 방식까지 세밀하게 담겼다. 오늘날로 치면 사법 행정 매뉴얼에 가까운 책이다.


실제로 이 책은 일반 인문학 서가가 아닌 법학·로스쿨 도서관에 분류돼 있다. 이에 오세진 작가는 “ ’흠흠신서’가 판례 중심으로 구성된, 매우 실무적인 텍스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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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흠신서’ 서문에는 정약용의 문제의식이 담겨 있었다.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매여 있는데, 수령이 그 중간에서 살리고 죽인다. 그럼에도 삼가고 두려워할 줄 모른다면, 이는 큰 죄악이다.”


정약용은 무지와 게으름을 가장 큰 위험으로 지적했다. 공부는 했지만 실제 판단을 해본 적 없는 사대부들이, 막상 책임자가 되자 두려움 없이 결정을 미루거나 떠넘기는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오세진 작가는 이 대목을 오늘날의 조직과 연결하며 “경영도 다르지 않다. 숫자를 다루는 것 같지만, 결국 사람의 삶에 영향을 주는 결정이다. 잘못된 판단 하나가 누군가의 인생을 무너뜨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조선 후기 국왕 정조는 살인 사건 판결에 유난히 깊이 개입한 군주였다. 재위 기간 동안 1112건의 형사 사건을 직접 검토했고, 그중 사형을 허가한 건은 36건에 불과했다.


정조의 원칙은 명확했다. 주범과 종범의 구분, 증거와 증언의 일치, 사망 원인의 명확성이었다. 조금이라도 의심이 남으면 사형 대신 감형을 택했다. 오세진 작가는 이를 “감정적 자비가 아닌, 철저한 책임 윤리”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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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금, 하늘의 권한을 대신 쥐고 있다는 자각 속에서 결정을 내리고 있는가.” 정약용은 유배라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권한을 가진 자의 책임을 끝까지 사유했다. ‘흠흠신서’는 단지 옛 사법서가 아니라, 권한·책임·판단의 윤리를 다룬 리더십 텍스트다.


끝으로 오세진 작가는 “경영에서 가장 무서운 건 실패가 아니라, 두려움 없는 판단이다 ‘흠흠신서’는 그 두려움을 회복하라고 말하는 책이다”라고 말하며 강연을 끝맺었다.


한편, 제61기 경영자 독서모임 MBS 프로그램은 매주 월요일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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