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아바타 라마 왕자의 모험과 사랑을 그려낸 작품

by 이예지

1월 26일 제61기 경영자 독서모임 MBS 프로그램이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에서 진행됐다. MBS는 매주 월요일 저녁, 경영의 해법과 새로운 통찰을 원하는 경영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독서모임으로 지난 30년간 누적 회원 수 국내 최대 7,500명을 기록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오프라인 독서모임 MBS에서는 지식의 향연이 펼쳐지며 경영·경제·사회·문화·고전·지역테마 등 각 분야의 저자들에게 직접 강연을 듣고 질문하며, 혼자서는 얻을 수 없는 깊은 경험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도서 선정 시 각계 심사위원단의 엄정한 평가를 거쳐 해당 연도에 필요한 도서를 선정함으로써 현재 트렌드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트렌드까지 가늠할 수 있어 조직에 필요로 하는 오피니언 리더로서 성장할 수 있는 도약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제61기 경영자 독서모임 MBS 프로그램 열아홉번째 강연자로 ‘라마야나’ 김석희 번역가가 강연을 펼쳤다. 김석희 번역가는 서울대학교 인문대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 국문학과를 중퇴했으며,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작가로 데뷔했다.


영어·프랑스어·일어를 넘나들면서 존 파울즈의 ‘프랑스 중위의 여자’ 존 러스킨의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허먼 멜빌의 ‘모비 딕’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 쥘 베른 걸작선집(15권),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등 많은 책을 번역했다. 역자후기 모음집 ‘번역가의 서재’ 제주도 귀향살이 이야기를 엮은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등을 펴냈으며, 제1회 한국번역상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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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희 번역가는 “이 작품이 작년에 받은 상이 바로 ‘하트래프’다. 배경은 인도이며 인도라는 나라가 워낙 다양하고 복잡하다. 종교도 여러 개가 뒤엉켜 있고, 힌두교랑 이슬람 갈등도 있고, 계급 문제도 있다. 이런 사회 안에서 이슬람 공동체에 속해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을 그린 소설이다”


“이 작가는 여성운동가이기도 하고, 변호사이기도 하고, 동시에 소설가이기도 하다. 그런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이 이야기를 썼다는 점 자체가 굉장히 의미가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이 작년에 상을 받으면서도 동시에 문제작으로 평가를 받았던 것이다. 이 책이 다루는 방식이 뭐냐면, 거창하게 이념을 외치는 게 아니라 소소한 하루, 작은 슬픔, 사소하지만 계속 쌓이는 아픔 같은 것들 등 아주 일상적인 삶을 다룬다. 어떤 장면에서는 굉장히 냉소적이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풍자적으로 그려내기도 한다”


“그래서 이 작품을 번역하면서 느낀 게 있다. 이게 단순히 문장을 한국어로 옮긴다고 되는 작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텍스트를 관통하고 있는 맥락을 이해하지 않으면 번역이 안 된다. 그걸 이해하려면 결국 공부를 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인도에 대해서 대충은 알고 있다. 카스트 제도가 있고, 종교가 다양하고, 힌두교랑 이슬람이 갈등하다가 파키스탄이 분리됐고, 이런 상식적인 수준 말이다. 그런데 이 소설을 붙잡고 자료를 찾아보고, 요즘은 위키나 구글 같은 데서 얼마든지 정보도 얻을 수 있으니까 계속 들여다보다 보니까, 깜짝 놀란 지점이 있었다”


“지금 인도 사회의 일상 속에 살아 있는 어떤 관행이나 규범들, 이게 알고 보니까 2천 년, 3천 년 전에 만들어진 정신문화나 사회 구조에서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더라는 것이다. 그걸 보면서 예전에 제가 번역했던 ‘라마야나’의 세계가 이 소설 속 현실과 아직도 연결돼 있다는 걸 느꼈고, 그게 굉장히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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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야나’라는 작품을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책을 처음부터 그냥 텍스트로만 읽으려고 하면 솔직히 꽤 불편하다. 그래서 항상 배경을 먼저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어떤 문화와 상상력 위에 놓여 있는지 말이다. 라마는 태어날 때부터 푸른빛 피부를 가진 존재로 묘사된다. 그리고 성장하면서 얻게 되는 활과 화살을 자신의 가장 중요한 무기로 삼는다. 그래서 항상 활을 들고, 등에 화살통을 멘 모습으로 그려진다”


“라바나는 만 년 동안 고행을 했다고 전해지는데, 천 년마다 자기 머리를 하나씩 베어 바쳤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머리가 하나씩 늘어나 결국 열 개의 머리와 열 쌍의 팔을 가진 존재가 된다. 굉장히 과장되고 상징적인 악의 형상이다”러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도를 이야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게 두 개의 대서사시가 있다. 바로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다. 이 두 작품은 그냥 옛날이야기 수준이 아니라, 인도인들의 정신세계를 떠받치는 두 개의 기둥 같은 존재다. 인도인의 사고방식, 윤리, 종교, 세계관, 삶과 죽음까지 전부 이 안에 들어 있다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마하트마 간디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마하바라타의 일부인 ‘바가바드 기타’를 읽었다. 또 간디가 암살당할 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오, 라마, 라마’였는데, 여기서 라마가 바로 라마야나의 주인공이다. 이만큼 이 서사시는 지금까지도 살아 있는 이야기다. 우리는 보통 현실만 보면서 사는데 인도적 사고에서는 한쪽 발은 현실에 딛고 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차원의 세계가 항상 같이 존재한다. 신화, 상상, 철학이 현실과 분리되지 않는다. 인도 영화, 흔히 말하는 볼리우드 영화들을 보면 라마야나나 마하바라타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들이 굉장히 많다. 이건 과거의 신화가 아닌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삶의 지혜다”라고 전했다.


영국 사람들이 한때 ‘인도를 다 줘도 셰익스피어와는 바꾸지 않겠다’라고 했는데, 사실 인도는 이미 문명 초기부터 인류 최고의 이야기들을 다 가지고 있었던 셈이다. 이 이야기들이 처음 쓰인 언어가 바로 산스크리트어다. 인도 고대 문학에는 크게 두 언어가 있는데, 산스크리트어와 프라크리트어다. 산스크리트어는 굉장히 잘 다듬어진 언어로, 주로 브라만 같은 지식인 계층이 쓰던 공용어였고, 프라크리트어는 자연스럽게 생겨난 서민들의 말이다.


김석희 번역가는 “산스크리트어가 특별한 이유는 문법이 엄청나게 정교하고, 소리와 리듬이 철저히 계산돼 있다. 그래서 문학 작품이 운율을 가지고 있고, 낭송하기 좋게 만들어졌다. 이 덕분에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 같은 방대한 이야기가 수천 년 동안 거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구전될 수 있었다. 글로 베껴 쓰면 사람 욕심이 들어가서 바뀔 수 있는데, 소리와 리듬으로 외워서 전해지면 변형이 훨씬 적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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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쓰는 말 중에도 산스크리트어에서 온 게 굉장히 많다. 예를 들면 찰나(크샤나), 업보(카르마), 윤회(삼사라), 해탈(모크샤), 열반(니르바나) 같은 말들. 이건 다 산스크리트 개념을 한자로 옮기거나 음차한 것이다.

그리고 철학적으로 아주 중요한 게 우파니샤드디. 베다의 말기에 등장한 텍스트인데, 제사나 의식보다는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스승이 제자에게 비밀스럽게 가르침을 전하는 형식이고, 여기서 핵심 사상이 범아일여다, 즉 우주의 근본 원리인 브라만과 개인의 자아인 아트만은 결국 하나라는 생각이다. 이게 이후 인도 철학의 뼈대가 된다”라고 전했다.


산스크리트 문학이 점점 너무 종교적이고 철학적으로만 흐르다 보니, 좀 더 이야기다운 이야기, 사람들 삶에 와닿는 서사가 필요해져 나온 게 이티하사, 즉 서사문학이다. 역사적 사실이나 전설, 영웅담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들이며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가 바로 여기에 속한다.


라마야나는 말 그대로 ‘라마가 걸어간 길’이라는 뜻이다. 라마 왕자가 고난을 겪고 결국 승리하는 이야기고, 전체 분량이 2만 4천여 슐로카에 7권으로 이루어진 엄청난 작품이다. 본래는 시 형태인데, 나중에 이걸 소설처럼 줄여서 번역한 버전들이 나와서 일반 사람들도 읽기 쉽게 된 것이다.


마하바라타는 바라타족의 위대한 이야기라는 뜻인데, 쿠루 왕가에서 벌어지는 판다바 5형제와 카우라바 100형제 사이의 왕위 다툼과 전쟁을 다룬다. 정치, 윤리, 인간의 욕망과 비극이 다 들어 있다.


이 모든 변화의 배경에는 아리아인의 인도 진입이 있다. 기원전 1500년쯤 중앙아시아에서 내려온 아리아인들이 북인도에 정착하면서 농경 사회를 만들고, 정복 전쟁을 하면서 신분제가 생겨났다. 그게 바로 카스트 제도다.


아리아인들은 자연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그 제사와 찬가를 모은 게 베다다. 이걸 독점한 계층이 브라만이었고, 브라만교가 형성됐다. 이후 굽타 왕조 시기에 민간 신앙까지 흡수하면서 힌두교로 발전했고, 브라만 계급의 권위는 계속 유지됐다.


11세기엔 이슬람이 들어오고, 16세기엔 무굴 제국이 인도를 지배했다. 겉으로는 힌두교가 눌린 것처럼 보였지만,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는 계속 살아 있었다. 이후 영국 식민 지배를 거쳐 독립하면서 인도와 파키스탄이 갈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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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희 번역가는 “이렇게 복잡하고 다양한 나라가 왜 안 무너졌느냐. 인도 사람들 대부분은 그 이유를 다르마라고 말한다. 다르마는 각자가 자기 신분과 위치에서 지켜야 할 의무이자 질서다. 이 다르마가 제도화된 게 바로 카스트 제도고, 이걸 법으로 정리한 게 마누 법전이다. 브라만은 지식을 지키고, 크샤트리아는 정의를 지키고, 바이샤는 생산을 책임진다는 논리다”


“문제는 이 다르마를 사람들이 어떻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느냐였는데, 그 해답이 바로 문학이다. 다르마를 교훈으로 설교하지 않고, 감동적인 이야기 속에 녹여서, 노래처럼 외우게 만든 것이다. 그래서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 같은 서사시가 탄생한 것이다. 결국 이 서사시들은 단순한 문학 작품이 아니라, 인도 사회를 지탱해온 정신적 매뉴얼 같은 역할을 해왔던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그는 ‘라마야나’ 주요 핵심 인물과 책 속 내용 일부를 전하며 강의를 마무리 했다. ‘라마야나’는 이상적인 왕 라마가 개인의 사랑과 고통을 희생하면서까지 다르마(의무)를 지키기 위해 유배·전쟁·상실을 감내하는 삶의 길을 그린 대서사시다.


한편, 제61기 경영자 독서모임 MBS 프로그램은 매주 월요일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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