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 혼란 속 결국 하나로 귀결

by 이예지

지난 7월 21일 제60기 경영자 독서모임 MBS 프로그램이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에서 진행됐다. MBS는 매주 월요일 저녁, 경영의 해법과 새로운 통찰을 원하는 경영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독서모임으로, 지난 30년간 누적 회원 수 국내 최대 7,500명을 기록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오프라인 독서모임 MBS에서는 지식의 향연이 펼쳐지며 경영·경제·사회·문화·고전·지역 테마 등 각 분야의 저자들에게 직접 강연을 듣고 질문하며, 혼자서는 얻을 수 없는 깊은 경험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도서 선정 시 각계 심사위원단의 엄정한 평가를 거쳐 해당 연도에 필요한 도서를 선정함으로써 현재 트렌드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트렌드까지 가늠할 수 있어 조직에 필요로 하는 오피니언 리더로서 성장할 수 있는 도약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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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기 경영자 독서모임 MBS 프로그램 열아홉 번째 강연자로 ‘폭풍의 언덕’을 번역한 황유원 시인이 강연을 펼쳤다. 황유원은 시인이자 번역가이며 서강대학교 종교학과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대학원 인도철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13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김수영문학상, 대한민국예술원 젊은예술가상, 현대문학상, 김현문학패 등을 받았다. 시집으로는 ‘하얀 사슴 연못’ ‘초자연적 3D 프린팅’ ‘세상의 모든 최대화’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슬픔에 이름 붙이기’ ‘패터슨’ ‘모비 딕’ ‘폭풍의 언덕’ ‘바닷가에서’ ‘두더지 잡기’ 등이 있다.


‘폭풍의 언덕’은 1880년대 소설이다. 황유원 시인은 출판사에서 본래 ‘노인과 바다’ 번역을 하자고 제안이 왔었는데, 리스트에 ‘폭풍의 언덕’이 있는 걸 보고 ‘폭풍의 언덕’을 하고 싶다고 먼저 제안해 ‘폭풍의 언덕’을 번역하게 됐다는 비하인드와 함께 강의를 시작했다.


황유원 시인은 “‘폭풍의 언덕’ 책을 번역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에밀리 브론테 작가에 대한 기록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당시 1800년대 여성 작가의 처우는 좋지 않았다. 에밀리 브론테가 거의 신화적 존재가 됐었다. 에밀리 브론테 자매들, 한 해에 셋 다 소설책을 냈다.”

10542_11211_4052.jpg 7월 21일 제60기 경영자 독서모임 MBS 프로그램이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에서 진행됐으며 ‘폭풍의 언덕’황유원 시인이 강연 중이다.

“‘폭풍의 언덕’이 놀랍게도 한국에서 한 번도 되지 않아 처음 실리게 됐다. ‘폭풍의 언덕’ 축약본과 ‘폭풍의 언덕’ 원본의 차이는 사실 크게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소설의 배경은 잉글랜드 요크셔 ‘무어’, 잡초와 히스로 뒤덮인 고지대의 황야다. 배경이 소설의 핵심이며, 모든 걸 말해 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히스다.


황유원 시인이 특히 강조한 것은 소설의 배경이 된 요크셔 황야다.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히스(heath), 곧 황야다. 히스클리프라는 이름 자체가 그 지형의 정서를 담고 있다.” 그는 워더링 하이츠가 실제 존재했던 건물의 잔해와, 그 지역 사투리에서 유래한 ‘Wuthering’의 의미(사납고 거친 바람)를 짚으며 “소설의 제목 자체가 이 공간의 본질을 말해 준다.”고 해석했다.


또한 그는 번역자로서 느낀 어려움도 솔직하게 밝혔다. “1800년대 사투리와 문법, 긴 문장 구조, 하이픈과 세미콜론 남용, 그리고 의도적인 인물 이름의 혼동까지… 에밀리 브론테는 독자가 혼란스럽게 하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혼란 속에서 결국 하나로 귀결되는 서사의 집약을 느꼈고, “무덤에서조차 나란히 누워 있는 인물들이야말로, 이 소설이 추구한 ‘혼합과 일체’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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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이 끊임없이 영화화되는 이유에 대해 황유원 시인은 “이야기의 빈틈과 해석의 여지가 감독과 관객에게 끝없는 상상력을 부여하기 때문”이라며 “문학을 넘어 문화현상이 된 작품”이라고 정리했다.


워더링 하이츠 건물에 모델이 됐던 건물의 잔해다. 워더링 하이츠는 요크셔 사투리로 사나운 바람(폭풍)이 몰아치는 바람에 그대로 노출된 고지, 언덕, 절벽 지대를 의미한다.


히스클리프 씨가 사는 집의 이름은 워더링 하이츠인데, 워더링은 이 지역에서 의미심장하게 사용되는 방언으로, 폭풍이 휘몰아치면 위치상 그대로 노출되고 마는 이 집이 겪는 대기의 소란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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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은 기이할 정도로 영화사에서 좋아했다. 에밀리 브론테 초상화 중간에는 지워진 사람이 있다. 동생과 누나를 그리고 본인을 지운 모습이다. 세 자매들이 소설을 같이 내고 본인은 안 냈기에 지운 것 같다. 중간에 지운 게 기둥 같이 생겼다. 그래서 그 기둥을 브랜웰이라고 지었다.


이 소설 자체는 황야에 대한 소설이다. ‘폭풍의 언덕’ 1장 1절에서 보면 사나운 개들의 공격이 엄청나다. 하지만 키퍼라는 개는 에밀리 브론테를 유독 잘 따랐다. 필체를 보면 에밀리 브론테의 삶과 직결되어 있다. 인물의 성격이 골자에도 드러나 있다. 소설 자체가 황야의 압축본이다. 소설의 배경도 마찬가지다. 히스클리프는 굉장히 잘생긴 전형적인 마초 상남자 같은 분이다. 이후 황유원 시인은 ‘폭풍의 언덕’ 소설 속 내용을 설명했다.


한편, 제60기 경영자 독서모임 MBS 프로그램은 매주 월요일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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