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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긍 Feb 08. 2020

#절단장애_이해 ‘피로 물든 새하얀 블라우스.’

-빗줄기 탓일까? 첫 출근 새하얀 블라우스에 젖어든 붉은 피.

 그녀를 알게 된 건 sns 개인방송


 ‘미긍 tv’를 통해서다.                          


-소통의 눈 sns (2016~)   


        

“언니.. 고개를 더 숙여야지요~


시선을 약간 높이 바라보면서 눈을 더 동그랗게..”

               

성가대 동생 20대 중반의 그녀에게 전수받고 있다.


 ‘얼짱 각도’로 사진 찍는 비법이다.    

       

 Q. 얼짱 각도로 사진을 찍으려면...?           

1단계: 카메라를 올려다보며 찍으면 얼굴형이 갸름해진다.위에서 아래로 내려 찍어야 턱보다 눈을 강조되어 어려 보인다고.  

                       

2단계: 조명 빨이다. 사진을 찍은 후

한 톤 밝게 조명을 조절하면 피부 톤이

깨끗하고 뽀샤시~ 하게 보정된다.    

   

3단계: 볼에 바람을 불어넣고 살짝 머금어 ‘아무것도 몰라요~’ 순수한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뜬다. (이건 비위 상해서 여태 못 해;)

                  

이렇게 얼짱 각도의

사진을 찍겠다고 연습하는 이유가 있다.  

        

이제 나도 sns 활동을 시작하기 위함이다. 특히나 facebook은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게 사진 빨이지.ㅋ~


 물론 사진을 찍은 장소와 사연도 중요하지만 결국 얼굴이 가장 중요하기에 facebook인지도.ㅋ    

                

-유튜브 라이브 방송 (2016)


어쨌든 이제 모바일 사진 찍기를 생활화하게 됐다.

          

무얼 먹더라도 젓가락을 대기 전에 한 컷이 먼저다.


음식을 예쁘게 먹는 표정도 굿~   

        

사실 이제 sns 활동은 작가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아이템이다.  

        

가령.. 책을 출판하거나 그림 전시를 한다고 치면 일단 먼저 외부에 알려져야 하지 않겠는가.

           

정 멘토에 정식으로 코칭을 받으며


sns의 소통 법을 배우게 되었다.


    

정은상 멘토. 그는 현재 이미지와는 전혀 매치가 안 되는 장교 출신이다.  

      

은퇴 후 몇 년 동안은 다른 지인들의 sns 활동을 돕고자 본인이 직접 여러 방면의 sns 활동을 배우기 시작했단다. 그렇게 조금씩 알려주다가 보니 은퇴한 시니어들에게는 반드시 sns 활동이 필요하다 느껴졌다고.


특히나 길어지는 수명으로

은퇴 후 새로운 일자리가 반드시 필요한데

그는 요즘 트렌드에 맞춰 인생이모작(두 번째 일자리 창출)을 강조한다.


그리고 ‘맥아더스쿨’을 창립해서 수많은 시니어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며 힘이 되고 있다.


시니어들에게 도움을 주며 자신의 가치를 높여나가는 그의 활동이 참 존경스럽다.

                    

나의 경우는 특별 케이스.

그가 주로 지도하는 시니어 층에는 아직 속하지 않지만 sns 활동을 체계적으로 배우고자 한다.


아마 그가 없었다면 sns 세계를 그저 먼발치에서 바라봐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먼저 가장 빠른 sns 소통

facebook 활동을 추천받았다.

** facebook은 우리나라의

싸이월드와 같은 미국의 인적 네트워크 중심 웹 기반 소셜(Social) 네트워크이다.

자신이 소속된 기관의 인맥을 중심으로 학교 동창 등 여러 정보를 기반된 지인을 만들어 가는 미국의 대표적인 인맥 사이트.


그리고 그동안 본인이 facebook에

왜 그렇게 활동이 부진했는지 깨닫게 된다.


sns 친구들과 ( facebook 친구  '페친') 가볍게 교류하며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 것 이상으로 다른 이들의 사연에 공감의 댓글과 ‘좋아요’가 필수다.  

              

그리고 자신이 올릴 스토리는

너무 길어져서도 안 된다.

 왜냐하면 항상 많은 페친들과

소통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상품을 판매하거나 전시를 자주 하는 그룹 같은 경우라면 큰 도움이 될 듯.


그리고 몰아서 많이 올려서도 안 되고 하루에 한 두 차례씩 본인의 짧은 소식을 계속 전해야 한다고.

           

역시 뭘 하던 부지런해야 하지.


나는 점점 facebook에 맞춰 짧은 글만 쓰고 얼짱 샷 사진만 골라가며 올리기 시작했다.


하루에 3시간 반 이상은 몰입하게 되고.


소통하는 페친들이 점점 늘어나고 매일 올리는 나의 짧은 일상과 늘 웃고 있는 사진 빨에


드디어 ‘페북 연예인?!’으로 등극하기 시작한다.

(물론 지극히 내 개인적인 소견ㅋ;) 그렇게만 하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이제 개인방송으로

어떤 이야기를 이어 갈 거야?      

미긍은 하고 싶은 말이 많겠지? 허허..”  

                

정 멘토의 sns 코칭 중 하나로

이번엔 개인방송이란다.

     

대체 무슨 말을 어떻게 하란 거지? 특히나 나와 연관 없는 누군가에게 말하기는 질색인데.


정 멘토를 향해 볼멘소리로 말끝을 흐렸다.   

                 

“저는 그냥
 그림만 그리고 싶다구요!
 왤케 해야 할 게 많은 거지요?ㅠ
facebook을 배우면서 사진 올리기도
 이제 겨우 배웠는데.. 에휴.”
          

 

                    

그러자 답답하다는 듯

정 멘토의 반응.   

                  

“요즘 같이
 멀티를 요구하는 시대에 왜 그래?
 아마추어 같이. 껄껄껄..”    
                

개인방송으로 집중도를 높이려면

일단 정기적으로 매주 올려야 한다.


그리고 ‘유튜브’ 같은 경우 한눈에 모두를 놀라게 할 만큼의 파격적인 컨셉(엽기 혹은 폭식 등.)이거나 전문 분야에 대한 정보를 끌어내는 게 유리하다.  

                        

주변에서는 남의 속도 모르고

내가 그림을 담아내는 노하우를 노출해보란다.


 하지만 라이브 방송을 하기엔

이 느린 손으로는 자신이 안 생긴다.


촬영을 신경을 쓰며 그림 그리는 게 말이 되나?

더군다나 편집 같은 것도 전혀 할 줄 모르는데

나보고 어쩔!?     

 

사실 그동안 나에게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내기에

신경 쓰는 게 많이 있다.  

        

“강연하기엔 미긍 작가는

 목소리가 너무 작아요.      

보컬 트레이닝을 받아야겠어.”    

                 

장애이해교육 강연을 추천하는 고정욱 작가의 조언에 군말 없이 가수로 활동했다는 양 코치를 소개받아 매주 보컬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게다가 그림 안에 글을 쓰기에 힘이 없다는 조언에

 붓글씨 학원을 다니며 캘리그래피도 얼마 전까지 배웠고 이제 정 멘토를 통해 sns 코칭을 받으며 배움은 멈추지 않는다.


아주 얕으면서도 다양하게.


                 

개인방송을 시작하기 전 일단 방송할 때 쓸


 마이크에 부착할 표구가 필요하다. (모형 마이크)


붓글씨로 정 멘토의 ‘맥아더스쿨’과 ‘미긍tv’를 붓글씨로 담았다. 그리고 혼자서도 방송할 수 있게 핸드폰 카메라를 끼울 수 있는 도구를 정 멘토에게 선물 받았다.  

               

-캘리그라피 '미긍tv 표ㅛ구 제작(2016)

   

여러분 .. 녕하세요.

매주 화요일.. 3 짧방 ‘미긍tv’입니다.

오늘은...”    

            

아유.. 역시 오늘도 어색하다.

평소에 잘 웃는 편이긴 하지만


 내가 혼자 말하면서 웃기엔 늘 뻘쭘 해. 3분 짤방으로 얼마나 내용에 신경을 썼겠는가.

그냥 매주 올려야 하는 강박관념 속에 숙제처럼 매주 채워간다.


아무래도 라이브 방송이다 보니 NG가 나면 다시 찍으며 방송을 이어나갔다.


 그러다가 이제 점점 나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미긍tv에 댓글이 달린다.      

            

‘왜 그렇게 맨날

윙크를 하세요?ㅋ'    

      

엥? 내가 윙크한다고?


그동안의 동영상을 다시 돌아보니 알게 되었다.   

        

어쩌면 나를 모르는 누군가의 시선에선  


내가 쉼 없이 윙크를 하고 있다는 걸.

          

눈이 감기는 속도가 차이가 있다.


아무래도 오른쪽의 신체기관들은

 더뎌졌기에 동영상의 눈이 어색해 보이는 거 같다.


실제로는 잘 못 느끼는 건데. 쳇.     

     

이에 굴복할 내가 아니지.   


  

‘내가 윙크를 하는 이유?!’


라는 주제로 다음 주 라이브 방송을 채웠다.  

                   

미긍tv를 통해 그동안 내가 몰랐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는군.     

          

그렇게 방송을 마치는데

모르는 누군가에게서 긴 쪽지가 날아왔다.  

        

개인 쪽지는 사절인데 누구지..?   

              

‘미긍 작가님, 너무너무 반가워요.      

함께 교회 다니는 친한 언니 추천으로

미긍tv 방송으로 힘내고 있어요.      


사실 저도 매일매일 힘든 상황에

죽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ㅠ..’                


헐.. 도대체 왜?!     

 

궁금증이 생겨서 그녀의 페이지를 찾아보았다.   

        

그녀도 얼짱 각도 사진 찍기의 3단계인 볼에 바람 넣고 눈 동그랗게 뜨기까지 진도가 나갔군.


출생 출생연도를 보니 나보다 한참이나 어린 20대 중반이다.


그녀의 페이지를 훑다가

어떤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쪽 다리가 있어야 할 공간에

 철심 형태가 채워져 있다?!     


 그녀에게 대화 신청을 한다.  

                

‘안녕하세요.. 미긍 작가입니다.     

 미긍tv를 잘 봐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그러자 얼마 후 그녀가 말을 잇는다.  

       

 ‘아.. 네.. 정말 힘이 되는 방송 고마워요.      

저는 꿈 쟁이 소연이라고 해요...’


그녀와 대화를 이어나가며 점점 그녀가 본인을 열기 시작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입사하는 시험을 무사히 합격해서 너무너무 기뻤어요. 아.. 원래 회계를 전공했어요.


그렇게 첫 출근하는 날


새벽부터 비가 많이 내렸지요.


우산을 쓰고 걸어도 비가 많이 뿌리쳤어요.


그날 엄마가 입사선물로 사준 새하얀 블라우스에 스커트를 입고 출근하는데..    

       

그런데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저를 보지 못한

다른 버스가...

갑자기 저를 향해 돌진하는 거예요! 그만..


저를 그대로 깔아뭉갰고요.ㅠ


새 하얀 블라우스가 온통 붉은 피로 번지는 걸 보면서 의식을 잃었어요..


그렇게 병원에서 죽은 듯이 얼마 동안 자다가 깨었을 땐...


 한쪽 다리를.. ㅠ’     


          

글을 띄엄띄엄 써 내려가던

소연 양이 잠시 글을 멈춘다.  

         

그 상황들을 한 장면 한 장면씩

머리에 떠올리는 나에게도 그날의 고통이 전해져서 마음 한 켠이 너무 무겁다.    

       

지금은 예전과는 전혀 다른 분야인

사회복지학을 택해 이대 대학원 기숙사에서 공부하며 국가고시를 준비한다고.    

                   

그녀와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조용하고 차분한 목소리에 약간 어리광이 묻어있는 말투다.


 사고 얘기를 하다가 통화 끝에 말한다.    

       

‘저를 이렇게 만든 버스 운전기사는 딸린 식구들이 자신만 바라보는 가장.

     

아빠 앞에서 용서를 빌며 울더래요. 아빠가 결국 그를 용서하기로 했다고..


당시에 저는 그냥 죽어버리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었네요.


그동안 저 때문에 많이 힘든 엄마랑.. 우리 아빠의 눈물 때문에...'


          


’ 정말 맞아요.. 사고를 일으키는 이들에겐 나올 것이 하나도 없더군요.

 음주운전으로 저를 이렇게 평생 장애인으로 만들었지만..  사고초기에 들어간 병원비조차 다 보상받지 못했어요.


그 작자는 지방에 있는

가난한 노모에 빌린 차량이 전부이고.

휴. 사고를 당한 사람만

진짜 억울한 거지요...’     


 내 말에 그녀가 맞장구친다.

그녀가 중간고사를 마치면

맛난 걸 사주기로 약속했다.


 얼마 후 금요일 점심 그녀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미긍 작가님!

 넘 반갑고 감사해요~”    

           

많은 사람들로 북적대는 이대 앞에서

 그녀와 나는 조심조심 한 줄로 걸으며 음식점을 찾기 시작했다.  

           

 “어떤 음식 좋아해요?

 맛난 걸로 골라 봐요~”   

        

메뉴를 고민하던 우린 결국 담백하고 야채를 많이 먹을 수 있는 샤브샤브로 택했다.          


여대생들이 많은 곳이야말로 깔끔한 맛 집이지.     

      

와. 여기는 야채도 진짜 많이 주는구나. 여대생들로 꽉 채워진 테이블을 보니 애써 찾아온 노력이 아깝지 않다.          


그런데 우리가 미처 계산하지 못한 게 있다.    

        

주문자들의 식성에 맞춰 채소와 야채 등의 메뉴를 직접 가져와야 하는 거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셀프서비스’라고.       

   

헙. 의족을 끼고 불안하게 걷는 그녀에게 맡길 수도 없고 불편하지만 내가 나서야겠다.


쟁반에 메뉴를 담아 나르기에도 쉽지 않군.


다른 지인들과 만났을 땐 그들이 알아서 챙겨줘서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다.


이게 얼마나 나에게 벅찬 일인지.      

    

결국 기본 메뉴를 채워 겨우겨우 자리에 앉았다.


매장 내의 에어컨 바람에도

등줄기에 땀이 졸졸 흐른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앉고 나니 그녀가 조리해준다.


밥까지 볶아서 먹었다. 아주 맛나게.      

         

불편한 손까지 사용해야할까 봐 긴장했는데 휴 다행.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소스를 찍어먹는 것도 잊은 채


그냥 밀어 넣었나 보다.


그렇게 배불리 먹고 나니 편해진 우리는 조용한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왜 내가 이런 고통을 느껴야 하는지.
 물론 언니도 그랬겠지만
저는 그때 죽었다가 이제 다시
사는 것 같아요. 솔직히 언니 사연에
 쪼끔 힘을 얻고 있네요.
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저 되게 웃기죠.ㅋ 언니 말처럼
사람들이 불쌍하게 보는 시선들이
제일 싫구요...”            



그때 처음으로 만져본다.      


그녀가 착용한 다리의 말캉한 촉감을.

     

허벅지가 시작되는 부분부터


아래까지 쇠로 된 뼈대 구조를 마치 피부처럼

연한 핑크색과 살색이 섞인

물컹한 실리콘으로 덮여있다.

        

초반에는 빈 공간에 그걸 채워내기가

너무 끔찍하게 아파서 포기하고 싶었더란다.


 하지만 외부에 나가려면

그 아픔을 참고 착용해야만 한다.


 본인 사이즈에 맞춘 의족이지만

걸을 때마다 들썩이고 그럴 때면

의족에 닿는 피부가 몹시 쓰라리다고.   

   

거기에다 본인을 알지도 못하는 이들의 다리 왜 이러냐고 묻는 쏟아지는 질문들.


그리고 아줌마들의 동정의 손가락질들.


그럴 때면 정말 미치겠다고.     

      

과거 내가 비장애인이었을 때도 익히 배웠다.


불편한 이들을 향한 호기심의 시선들은 그들에게 큰 실례가 된다는 걸.


막상 당해보니 기분 진짜 더럽다.


심지어는 나에게 의료기기나 건강식품을 팔겠다고 쫓아오는 무리들과 불쌍하다며 동정하는 시선들.


거기에다가 사이비 종교인들까지.


나와 전혀 무관한 그들의 동정은


대체 누구를 위한 걸까?

            


그녀는 절단 장애인들끼리 소통하는

인터넷 모임도 가입해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이제 사회복지분야를 공부하며 국가고시 준비(공무원 시험)에 새로운 사람들과의 소통. 외로울 틈이 없겠군.    

 

차를 마시며 그녀의 활동을 응원하고

용기를 주었다.


그녀를 집으로 내려가는 시외버스 정류장에 데려다주면서 여러 생각을 해본다.


                   

‘얼짱 각도’는 그닥 필요치 않다.    

           

서로에게 힘이 되는 ‘소통의  뜨기에.


              

이제 슬슬 유튜브 '미긍tv'를 복귀해볼까?    

-'오늘도 얼짱 샷~ 찰칵!'


미친 긍정 '미긍 마우스'가

곧 스티커 출시! ^ ^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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