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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긍 Jan 23. 2018

'.. 저 파란 하늘이 내 맘에 들어와요!'

(2017 그라폴리오 '출판 서바이벌'1차 당선 최다 클릭 작품)


".. 여, 여기 반짝반짝 

보석 박아주세요.

 .. 여긴 너무 깜깜해.

힝~ 보석 박아 줘요. 

 저, 저.. 기요..!"



 빡빡 밀은 머리가 

듬성듬성 자라 올라왔을 때 

아이로 깨어난 나는 

누구에게나 같은 말을 

되풀이했습니다. 


 

당시 나이 스물넷,

 나는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음주운전 신호위반 차량에 치이는 사고로 

뇌 손상을 입어 아이로 깨어났습니다. 

그리고 마비로 들 수 없게 된 오른손 대신 

왼손으로 떠지지 않는 눈을 가리키며

보석을 박아달라고 외쳤지요.



사고는 나를 어린아이로 만들었습니다.

 어쩌면 그 편이 정신적으로는 

고통이 덜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를 돌보는 엄마가 많이 힘들어했고 

오랫동안 병원 중환자실, 

중중 환자실을 머물렀습니다.


 

그날도 부서진 골반뼈 때문에

 온몸이 침대에 꽁꽁 묶여 고정된 채

 한밤중에 깨어났습니다. 


독한 약 기운이 떨어지면  

끔찍하게 너무 고통스러웠고 

한밤중에도 몇 번씩 깨어났습니다. 

병원 냄새, 푸르스름한 환자실 조명이 

언뜻언뜻 내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저기요... 저기..”

그땐 엄마를 엄마라고도 

부르지 못했습니다.


“.. 어? 깼니? 아파? 약 줄까? 

쌌어? 기.. 기저귀 갈아줄까..?”


난 아직 잠이 덜 깬 엄마를 향해

 말했습니다.


“당신이 참 불쌍해.. 요.. 불 쌍...”

나는 어린아이의 목소리로 

보호자용 간이침대를 내려보았습니다.

 

“엄마가 왜 불쌍해...

이렇게 딸이 옆에 살아있는데..

엄만 불쌍한 사람이 아니야. 

여기 다른 환자들도 있으니까 

조용히 하고 자야 해. 어서 자자~”



중환자실에선 죽어서 

시신으로 나가는 환자들이 

하루에도 몇 구씩이었습니다. 

환자의 주치의가 보호자를 호출하면 

환자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봐

 다들 긴장했습니다. 



어린아이로 돌아간 나는 

병원에선 놀랄 만큼의 기록을 세우며

 점점 깨어났습니다.


 


 나의 안에 살고 있었던 

어린아이를 그림으로 잠시 부릅니다.

그러면 순수하고 거짓 없는 색감과 

감성으로 미긍의 그림을 

깨어나게 하지요.



'미긍', 

아름다운 긍정이란 이름으로 

그린 첫 작업입니다.


'.. 저 파란 하늘이 

내 마음으로 들어와요....!'


창작자들의 놀이터 

네이버 '그라폴리오'에서 

2017 '출판 서바이벌' 41632번의 클릭으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지금도 가끔 

어린아이가 나에게 찾아와

 말을 걸어요.




".. 다 잘 될 거예요! 

거 봐요. 

내가 예전부터 

그랬잖아요. 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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