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xmas79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긍 Apr 15. 2020

#장애이해_그림치료 내 마음을 치유하는 것들-(1)

-아이들의 다친 마음들이 그림으로 치유되기를(4.20장애인의 날 특집)

이제 내 마음 속 광대가

아이들에게 장애를 이해시킨다.

    



두 다리가 잘렸어요. 근데..
그런 할아버지를 봐도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그냥 돌멩이예요. 흐흑..”


 

긴 파마머리를 하나로 곱게 내려 묶은

아이의 긴 속눈썹이 가늘게 파르르 떨린다.  

         

아이는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할아버지를 그림으로 불렀단다.


그러더니 자신은 할아버지에게  아무것도 해드릴 수 없는 그냥 ‘돌멩이'라며 그렇게 한참동안 흐느꼈다.


나는 교탁 아래의 티슈를 뽑아 들고 

아이에게 다가가 그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할아버지를 이렇게 안타까워하는데

 

그냥 차가운 '돌멩이'라니요.


곁에서 할아버지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드리고

 이야기를 많이 해드리세요.

     그거면 충분해요.”   

   

나는 그 아이를 품 안에 꼬옥 안아 

머리를 쓸어 주었다. 아이의 긴 머리가 참 부드럽고 좋은 향기가 난다.


그래도 울음이 멈추지 않아 아이는 결국

담임 손에 이끌려 복도로 나갔다. 그리고 울음이 멎은 한참 후에야 다시 교실의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아이의 할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최근 두 다리를 절단했단다.


그 모습을 곁에서 지켜봤을 

가족들의 심정이 감히 조금이나마 짐작이 가기에 내 마음이 더 짠해온다.


전주의 미산 초교 4학년 여학생의 그림이다.    

             

수업을 마치고 교탁에서 짐을 정리하는

나에게 아이가 다가왔다.    

       

“선생님.. 정말

너무 고마워요.!”    

 그의 표정이 한결 밝아져서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내가 아이의 손을 잡아

 미소를 띤 얼굴로 말했다.   

            

"이제 마음이 아프고 답답하면..    

      

이렇게 그림에 털어놓아요.          

무거운 마음의 짐도

한결 가벼워질 거예요."       

      

학생수가 20명 남짓 될까?

이렇게 작은 학교는 첨이다. 전주의 변두리에 있는

 ‘미산초교’에서 강연 제의가 왔는데 마침

그 근방에 볼일이 있어서 수락했다.


아이들 수가 적은 만큼 1, 2학년(저학년)과

 3,4,5, 6학년(고학년) 이렇게 두 그룹을 나누어 2교시씩 수업이 진행되었다.


아무래도 학교가 작다보니 외부에서 하는 교육의 기회가 적어서

 아이들의 수업에 대한 몰입도가 그만큼 높다.    



   

남 앞에서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던 내가

장애이해교육 강연을 하게 된 건..

고정욱 작가의 추천 덕분이었다.


고 작가는 60 평생 휠체어 생활을 하며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글을 쓰며 작가로 

활발히 활동한다. 그의 동화

 ‘아주 특별한 우리 형’, ‘가방 들어주는 아이’는

 베스트셀러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장애이해교육을 이어왔다.


휠체어장애인을 배려해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글쓰기 수업을 함께 할 때도 있단다.




음.. 나의 경우는 그와 장애의 관점이 다르군.           


내가 느끼게 된 장애에 대해 말해야겠다.


불의의 사고로 모든 게 힘들어진 경험과


본인을 더 아프게 만들던

 ‘여성장애인’을 불쌍하게 보던 그들.


특히나 여성장애인들은 나처럼 

결혼할 생각이 없는 경우라도

 그게 동정으로 연결 지어 

제멋대로 판단하는 게 허다하다.


 왜 나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수근 거리며 불쌍하다고 손가락질들이지?

 그건 연령이 높아질수록 그게 더욱 심한 듯.        

 

사고초반 다리를 많이 절었는데 

뒤엉켜버린 시선에 마비되는 오른쪽 신경. 


그로 인해 혼자 다닐 땐 내려가는 계단에서 


자주 넘어지고 다쳤다.


특히나 처음 내려가는 


낯선 계단들은 더욱 두려웠다.


게다가 나를 동정하는 사람들의 시선과 


손가락질에 더욱 아프다.  

         

내려가는 계단 앞에서 나는 

서커스에서 처음으로 줄을 타는

 '광대'가 된다. 그리고 나를 손가락질하며 

동정하는 사람들은 서커스의 관객이다.


내 맘속에 살고 있는

 '줄 타는 광대'를 그림으로 불렀다.

그런데 참 신기한 일이 생긴다!  

        

그림 속 광대에게 말을 하면서

 내 마음의 아픈 상처에도 

점점 새 살이 차오르는 거다.


그림으로 오른손의 재활치료와

마음의 상처까지 치유되고 있었다.


장애인을 대하며 

당신도 모르게 줄 수 있는 상처.


 이제 내 안의 '광대'가 말을 한다.     

     

-'광대의 꿈' 일러스트 에세이집 中 (2014)

  

                아이들에게 '광대'를 말했더니

 초교 4학년 남자아이가 내 맘속의 광대를

자신의 그림으로 불러냈다. 그림으로

나를 응원하는 아이가 너무 고맙다.   

            

-초교 4학년 어린이 작품 (2017)

             

그림을 그리는 수업을 하며 

차차 내가 할 수 있는 수업의 방향성이 서서히 잡혀나간다.


아이들의 마음속
 응어리들도 그림으로
 풀어내면 어떨까..?

장애이해교육과 미술심리치료가
 하나로 묶인다면...?

         

요즘 많이 대두되고 있는 

미술치료에 주목했다.

                   

미술 치료 [art therapy]는
 미술과 심리학의 결합으로 미술 활동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며 스트레스를 완화시키는 방법이다.

말로써 표현하기 힘든 
느낌과 생각들을 미술 활동을 통해 표현하여 
안도감과 마음의 안정을 주는 치료법이기도 하다.                


이제 '미술심리상담'의 이론을 

체계적으로 공부해보기로 했다.


사실 여러 개로 시선이 깨지는 ‘복시’ 탓에 책에 들어가는 빽빽한 활자를 보면 멀미가 날 만큼 어지럽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그나마 활자가 크게 하니 어지러움이 덜하다.

학습교재를 모두 다시 프린트해서 

나만의 이론 노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프로그램을 청취하며 자주 들여다보았다.


그렇게 몇 개월이 흘러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시험을 치렀는데..


다행히도 '미술심리상담' 자격증 1급을 취득. 감사감사~

-미술심리상담 자격증 1급 수료 (2018)

                                   

자격증을 수료하고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대다수라는

작은 초교를 찾았을 때의 일이다.


두 학년을 모아서(1, 2학년), (3, 4학년, 5, 6학년)

 2교시 수업으로 쉬는 시간 없이 집중해서 수업을 진행했다.   

        

전교생이 75명 남짓이라는 

안산 능길 초교는 학교 건물이 작은 편인데도 건물 안 공간은 아주 여유가 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많아서인지 한 부모나 

조부모에게서 자라는 아이들이 꽤 있단다.

아이들 중 형편이 괜찮은 학생들은 아파트 입주 등

 다른 지역으로 대부분 빠진 상태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남아있는 아이들은

 더욱 외롭다고.


 아이들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어둡다.  

         

이번에도 장애이해 강연과 더불어

 자신만의 그림 그리기 수업을 진행했는데

 3학년 여자아이의 그림을 보고 너무 깜짝 놀랐다!


그림 속 공간이 온통 

검은색의 무언가로 꽉 채워진 상태다.

         


‘미술 심리상담’에서 배운 이론에서 보면

 자신의 억압된 감정과 스트레스 표출의 경우 ‘'블랙'으로 담아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아주 평범해 보이는 

초등학교 3학년 여자아이에게

 이런 무거운 그림이 나오다니.



 

나는 그림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본인의 그림에 열중한 아이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이 그림으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     

 이렇게 온통 검은색뿐일까요?”


 내 질문에 머뭇거리더니

아이가 입을 연다.

               

“얘는 집밖에 나가기 싫어요.

그냥.. 혼자 집에 있는 게 젤 좋아요.”   

            

나는 아이를 맴돌다가 곁에서

 몸을 숙이며 말했다.

              

“그래도... 아이는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해요. 집 밖에서는 나비랑

 새싹들이 희망을 담아 밖으로 나오라고

 아이를 부르지요. 이제 밝은 그림으로

 완성해볼까요?”


내 말에 아이는 담담한 표정으로

 본인의 그림에 새싹과 나비를 담아 밝은 그림으로 완성했다. 나는 그림 속 아이에게 마음속으로 말했다.     

 ‘그래.. 이제 

세상 밖으로 나오는 거야!’     

           



“선생님~! 이쪽으로

와보세요. 얼굴 그리게..”      


교실의 앞자리에 앉은 한 여학생이

 나를 그린 그림을 선물하고 싶다며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똑바로 응시했다. 두근두근. 아이의 빠른 손놀림에

 내 모습이 점점 완성되어간다.


기분이 묘~ 하게 좋다!


 와~ 제법 잘 그리는데?


 아이가 아니 작가님이 나에게 작게 속삭인다.

    

"선생님의 시가 마음에 남아서

 이렇게 그림에 담았어요."         


‘찢어진 채 사라지기엔      

내가 너무 아까워...’      

(‘미긍 나비’중)         

 

아이는 강연을 하며 읊어준 나의 시 한 구절을


그림으로 담았다. 부스스한 헤어스타일의 미긍,


묘~ 하게 닮아서 웃음이 난다.  

          


아이들이 속한 반이 그들이 

졸업까지 유지된다고 하니

 한 교실에 발달장애로 보이는 친구도 서로 감싸주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지방의 작은 학교처럼 

서로를 각별히 챙기는 모습이다.


 '청각장애'와 ‘발달장애',

또 부모의 국적이 달라 

한국어를 잘 못하는 아이들까지 

구분 없이 한 반에 모여 있다고 한다.    

      

부모 중 한 명이 러시아 언어를 쓰는 아이는

자신만의 러시아 동화책 표지와 내용을 작품으로 담았다.


이렇게 자신의 세계를 담아낸 아이들의

다양한 그림들을 보니 흐뭇하군.       

         


아이들이 집중도가
 너무 높아서... 정말
 깜짝 놀랐어요!"      


수업을 마치고 담임교사가 나를 보고

 웃으면서 한 마디 했다.   

       

아이들과 나는

서로에게 에너지를 주며

 '공생'하고 있었다.


 힘든 상황을 딛고 일어난

내가 그랬듯...

 지금의 외로움과 어려움들이

그들이 어른으로 성장했을 때

자신을 일으키는 자양분이 되기를.   

        



특별한 날

축하나 파티에 즐기는

 ‘별을 마시는 술’이라 불리는 샴페인.


그것도 사실은

 와인의 실패작이었다지?


Q 당신은 누군가의

가치를 본인의 잣대로만

 평하려하는가?


             

두고 보라지~

                       

나를 ‘동정’하던 손가락질들을  

          

두 손 모아 ‘동경’하게 만들 테니.   


다들 약은 약사에게..


마음의 치유는 나에게 오시라~♬           



그건 그렇고 술은 역시..     


와인보단 우리 술

막걸리지~ㅋ!



'내 마음을 위로하는 것들'
2편이 이어집니다.

'구독 신청'을 하시면
당신을 위로하는 '미긍 세상'이
 매주 열립니다.


-곧 출시될 '미긍 마우스' 이모티콘!(2020)



매거진의 이전글 #장애극복_그림에세이 아파트 정원 나무가 부러졌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