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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긍 Apr 06. 2020

#장애극복_그림에세이 아파트 정원 나무가 부러졌다!?

-구하라 자살.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우울증. 내 주변에서 그 상황을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했던 우울증. 그런 상황이 내 주변에도 일어났다.     

-미긍 일상 그림 에세이(2020.04)                         


미인은 명이 짧거나 불행하다는

 ‘미인박명[美人薄命]’이라 했던가?


그녀는 2008년 걸 그룹

 ‘카라’로 데뷔해 ‘프리티걸', '허니' 등

많은 히트 곡을 탄생시켰다.


특히 '미스터'로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얻으며

한류를 이끌었다.


그녀가 속한 여성그룹

 ‘카라’에 대해 그닥 관심이 없었던지라

잘 몰랐는데 생전 그녀의 모습을 돌아보니 너무 예쁘고..

  일단 어리다.ㅜ



남친과의 결별로 힘든 상황을 맞은 구하라는
 친한 동료인 故 셜리의 자살소식에 힘들어했는데

그녀를 추모하기 위해 올린 sns 동영상에
수많은 악플이 달렸고 그로 인한
상처는 계속됐다고.  
 
예전에 한 시사 프로그램에서
'악플러'들을 취재했는데  그들은
본인들이 그런 심한 악플을 달았던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단지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유명인들을 보며 본인들의
 ‘화풀이 대상’으로 삼은 게 아닐까?

실제로 네티즌들의 악플들이
그녀의 힘든 상황을 더 부추겼단다.          

결국 꽃 같은 나이
28세에 세상을 떠난 故 구하라.     

청담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2019.11)          



오늘도 재활운동을 위해

아파트 단지 내의 피트니스센터를 찾았다.

아직 추운 기운이 남아있는 아침이다.


사물함 신발장을 열어 실내화로 갈아 신으려는데


 어떤 아줌마가 힐끔힐끔 나를 쳐다본다.


시선이 또렷이 잡히지 않아 긴가민가해도


튼실해뵈는 그녀의 풍채를 보니 내가 아는 지인은 아니다. 그런데 무언가 나에게 말하고 싶어서 입이 간질간질해하는 느낌이랄까?


혹시 내가 걷는   걸까?


이건 언젠가 나의 불편한 모습을 발견했을 때와 비슷한 시선인데. 일단 못 본 척 그냥 무시하기로.    

신발을 갈아 신고 운동기구가 있는

피트니스실로 들어가려는 순간

이제 그 아줌마가 나에게 다가온다.


그러더니 참고 있던 속사포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아가씨..
저기 102동 앞 정원에 나무들 봤어?!
나무가 다 부러지고 쓰러졌잖아.

장난 아니지?! 어제 완전

쑥대밭이 되고 난리였지.


내가 이 아파트에 오래 살았지만..


살다 살다 이런 광경은

처음 본다니까.. 에휴~~”          



엥? 듣다 보니 

내 얘기가 아니다...?

 나무? 102동이라면 이곳 피트니스를 올 때

 지나쳐오는 바로 옆 건물인데.


사실 내 눈에 제대로 보일 리도 없거니와

 

그나마 시선을 앞만 보고 직진하니 모르겠다.


이것저것 나의 상황을 설명할 필요도 없고 해서

 

아줌마를 보며 짧은 대답만 했다.  

    

“아니요.. 전 그냥
정원 안 보고 이쪽으로 바로 와서
 모르겠는데요..?”


그러자 아줌마가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말을 보탠다.

    

“거기에 경비들도 다 몰려오고...

 나중엔 앰뷸런스도 왔을 거야.

어제 하루 종일 102동이 난리였어..

 

이러다가 아파트 값만

 더 내려가는 거 아닌지 몰라.

 아휴~ 속상해..”           


솔직히 이유가 궁금했지만

아줌마가 입을 열면 끝나지 않을 거 같은 느낌에

 그냥 운동이나 하기로 했다.


 요즘 들어 나오는 회원들은 별로 없다.


이내 아줌마가 운동기구가 있는

이곳 주변을 휘휘 둘러본다.


실내 자전거를 타고 있는

어떤 영감을 확인하고는 얘기할 만한 상대가 없었는지 나를 향해 다시 다가온다.


그러더니 러닝머신 앞에서

운동화 끈을 다시 바짝 조이는 나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아마..

 9층에서 떨어졌다지?

그것도 벌건 대낮에..”


그 말에 내가 되물었다.

 “누.. 누가 떨어졌는데요...??”


그러자 그녀가 침을 한 번

  꼴깍 삼키더니 말을 잇는다.

     

“102동 그 아파트에

아버지랑 자매랑 셋이 살았대.

근데 자매 중에 동생이 떨어졌어.

 나이가 50대 중반이라지 아마? 쯧쯧쯔...”  

         

들어보니 102동 9층에서

추락한 그녀는 사고가 아니란다.


50대 중반 여성이라면 

보통 기혼일 텐데. 남편이랑 이혼이나 

사별을 했던 걸까?


 만약 아이가 있다면 아마

20대 초반 정도 되었겠군..

나는 혼자 상상만 하다가

운동을 대충 마치고


찝찝한 기분으로 

102동 앞 정원 나무를 돌아보았다.


작은 나무가 쓰러졌고

나뭇가지들이 부러졌나 보다.

경비아저씨들이 사고지점 나무를 정돈하는 모습을 보며 집으로 돌아왔다.   


   

-아파트 입주민 회의 (일러스트/2020)

점심을 먹고 겨우내 덥수룩하게 길러진

머리를 다듬으려는 생각에 미용실을 찾았다.

머리 커팅을 잘한다는 주변 입소문에 찾게 된

동네 미용실이다.


매장 안을 들어서니 시끌시끌한 동네 사랑방이군.


 듣다 보니 사고 얘기 2부가 시작되고 있었다.


머리에 두건을 두른 채

파마 중인 한 아줌마가 말한다.

     

“9층인데 안 죽었겠냐구~?

안 죽었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아무리 나무가 받쳐준다고 해도

그 높이에서 떨어지면 즉사잖아.


설사.. 목숨이 붙어있다고 해도

 분명히 어디 병신 됐지. 정상이겠어?

 아버지랑 자매 달랑 셋만 산다는데

그럴 거면 여러 사람 고생 안 시키고

 차라리 즉사가 편할 거야...”


그러자 내 머리에 스프레이로 물을 흠뻑 적시던 미용사가 말을 잇는다.    

  

“나 어제 휴무라서 문 안 열은 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몰라. 102 동이면

미용실 코앞이잖아..


혹시나 그 여자가 떨어지는 거 봤어봐..

 어쩔 뻔?! 아휴~ 소름 끼쳐~”


그곳에 있으니 묻지 않아도 마치 그 자리에 있었던 양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자살한 그녀를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그녀가 아파트에서

뛰어내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그건 바로..

‘우울증..’        

  

유명 연예인들이

우울증으로 자살을 택했다는 뉴스를 종종 접하는

요즘인데 우울증으로 세상을 등지는 경우를

 이렇게 나의 집 근처에서 보다니.    

     

우울증(depression)은 ‘마음의 감기’라고 불리는
 흔하면서도 그냥 방치하기엔
 너무 위험한 질환이다.

그것은 기분장애의 일종으로
 우울한 기분, 의욕과 정신 활동의 저하와 
초조하고 식욕 저하, 불면증, 지속적인 슬픔·불안증 등이 특징이다.

감정을 조절하는 뇌의 기능에 변화로
 '부정적인 감정'이 나타나는 병인데 전 세계 1억 명 이상이 앓고 있단다.

 특히나 여성의 비율이 남성에 비해
현저히 높고 ‘자존감’에 상처를 입는 경우 
우울증으로 이어지고 
자살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고.      


 Q 자존감이 무엇일까?   


자존감(self-esteem)은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존재이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하는 마음이다.

이것은 자신에 대한 평가이기 때문에 다분히 주관적이다.

 사실 본인이 추구하는 목표가
지나치게 높으면 자존감을 느끼기
어려워진다.

목표를 낮게 잡아 생활 속에서
 작은 성취감을 느낀다면 본인을
 더 소중한 존재로 여기며
자존감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 사고 초반

 할 수 없게 된 일들이 너무 많아졌다.


그래서 이제 난 달라져야 했다.

일단 아주 사소한 일들...

 -이를테면 불편해진 오른손으로

선반 위의 컵 내리기,

 단추 채우기, 양말 신기, 음식물을 오른쪽으로 씹기,

 포크랑 나무젓가락 대신 쇠 젓가락 사용하기,

글씨 쓰기, 부축 없이 혼자 걷기, 등.


 이루어 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다.


물론 그 누구도

오른손 대신 왼손을 쓰는 나를

다그치지 않는다.


편하게 생활했다면 아마

 지금까지 휠체어를 탔을 거다.


 당시 상황에선

평생 휠체어를 타야 한다했으니까.


 ‘이해’는 게으름과

    장애를 부르지.


-이모티콘 '미긍 마우스' 곧 출시(2020)


나 자신에게는

누구보다 엄격해야 했다.   

  

이제 하나씩 찬찬히 이루어내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결국엔 이 불편한 시력과

오른손으로 그림을 그리며 글을 쓰는

 작가로 활동하게 되었으니

 정말 감사하다.   

        

-이모티콘 '미긍 마우스' 곧 출시(2020)
요즘 '사회적 약자'
 (:사회적으로 신체적 또는 인지적 기능이
 다른 사람보다 더 약한 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

 사실 사회적 약자라는 범위가
금전적, 신체적인 불편함에 한정되어 있지만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포함되어야 하지 않을까?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는 약자에게
상처가 되는 막말이나 악플로 아픔을 더하는 행위에 강한 처벌이 뒤따르길 바란다.                


사실 본인이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여성장애인이 되어보니..


 생활 속에서

상처 받는 일들이

 적지 않았다.


 나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마음 써주는 척 장애인 남성이랑

 선을 보라고도하고.


“걷는 게
왜 그래요?
 소아마비?? 쯧쯧..
아직 젊은데 불쌍.”



꼬치꼬치 캐묻는 것 좀

그만 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앞으로 누구나

   ‘사회적 약자’가 될 것이다.

-미긍 마우스 이모티콘 곧 출시2020

아무리 외모가 뛰어나고 빵빵한 재력으로도

어느 누구도 세월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만약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딱 한 가지 방법은 있다.


 사고로 

  '즉사'하는 ? ;      



본인들이 사회적 약자의 입장이 될

 훗날을 생각해서라도 힘든 이들

당사자의 마음을 헤아렸으면 한다.


흘러간 가요에서

이 상황에 딱 맞는 구절.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   

       


미인박명[美人薄命]’  

      

숱한 어려움에도 


지금까지 살아있는 걸 보니..

         

나는 그 정도 미인은 아닌가 보다.   

 

 

그냥 야무지게


오래 살아보는 걸로.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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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티콘 '미긍 마우스' 곧 출시(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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