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라 자살.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우울증. 내 주변에서 그 상황을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했던 우울증. 그런 상황이 내 주변에도 일어났다.
-미긍 일상 그림 에세이(2020.04)
남친과의 결별로 힘든 상황을 맞은 구하라는
친한 동료인 故 셜리의 자살소식에 힘들어했는데
그녀를 추모하기 위해 올린 sns 동영상에
수많은 악플이 달렸고 그로 인한
상처는 계속됐다고.
예전에 한 시사 프로그램에서
'악플러'들을 취재했는데 그들은
본인들이 그런 심한 악플을 달았던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단지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유명인들을 보며 본인들의
‘화풀이 대상’으로 삼은 게 아닐까?
실제로 네티즌들의 악플들이
그녀의 힘든 상황을 더 부추겼단다.
결국 꽃 같은 나이
28세에 세상을 떠난 故 구하라.
청담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2019.11)
사물함 신발장을 열어 실내화로 갈아 신으려는데
어떤 아줌마가 힐끔힐끔 나를 쳐다본다.
시선이 또렷이 잡히지 않아 긴가민가해도
튼실해뵈는 그녀의 풍채를 보니 내가 아는 지인은 아니다. 그런데 무언가 나에게 말하고 싶어서 입이 간질간질해하는 느낌이랄까?
이건 언젠가 나의 불편한 모습을 발견했을 때와 비슷한 시선인데. 일단 못 본 척 그냥 무시하기로.
신발을 갈아 신고 운동기구가 있는
피트니스실로 들어가려는 순간
이제 그 아줌마가 나에게 다가온다.
그러더니 참고 있던 속사포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사실 내 눈에 제대로 보일 리도 없거니와
그나마 시선을 앞만 보고 직진하니 모르겠다.
이것저것 나의 상황을 설명할 필요도 없고 해서
아줌마를 보며 짧은 대답만 했다.
“아니요.. 전 그냥
정원 안 보고 이쪽으로 바로 와서
모르겠는데요..?”
솔직히 이유가 궁금했지만
아줌마가 입을 열면 끝나지 않을 거 같은 느낌에
그냥 운동이나 하기로 했다.
요즘 들어 나오는 회원들은 별로 없다.
이내 아줌마가 운동기구가 있는
이곳 주변을 휘휘 둘러본다.
실내 자전거를 타고 있는
어떤 영감을 확인하고는 얘기할 만한 상대가 없었는지 나를 향해 다시 다가온다.
그러더니 러닝머신 앞에서
운동화 끈을 다시 바짝 조이는 나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들어보니 102동 9층에서
추락한 그녀는 사고가 아니란다.
50대 중반 여성이라면
보통 기혼일 텐데. 남편이랑 이혼이나
사별을 했던 걸까?
만약 아이가 있다면 아마
20대 초반 정도 되었겠군..
나는 혼자 상상만 하다가
운동을 대충 마치고
찝찝한 기분으로
102동 앞 정원 나무를 돌아보았다.
작은 나무가 쓰러졌고
나뭇가지들이 부러졌나 보다.
경비아저씨들이 사고지점 나무를 정돈하는 모습을 보며 집으로 돌아왔다.
점심을 먹고 겨우내 덥수룩하게 길러진
머리를 다듬으려는 생각에 미용실을 찾았다.
머리 커팅을 잘한다는 주변 입소문에 찾게 된
동네 미용실이다.
매장 안을 들어서니 시끌시끌한 동네 사랑방이군.
듣다 보니 사고 얘기 2부가 시작되고 있었다.
그곳에 있으니 묻지 않아도 마치 그 자리에 있었던 양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자살한 그녀를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그녀가 아파트에서
뛰어내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유명 연예인들이
우울증으로 자살을 택했다는 뉴스를 종종 접하는
요즘인데 우울증으로 세상을 등지는 경우를
이렇게 나의 집 근처에서 보다니.
우울증(depression)은 ‘마음의 감기’라고 불리는
흔하면서도 그냥 방치하기엔
너무 위험한 질환이다.
그것은 기분장애의 일종으로
우울한 기분, 의욕과 정신 활동의 저하와
초조하고 식욕 저하, 불면증, 지속적인 슬픔·불안증 등이 특징이다.
감정을 조절하는 뇌의 기능에 변화로
'부정적인 감정'이 나타나는 병인데 전 세계 1억 명 이상이 앓고 있단다.
특히나 여성의 비율이 남성에 비해
현저히 높고 ‘자존감’에 상처를 입는 경우
우울증으로 이어지고
자살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고.
자존감(self-esteem)은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존재이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하는 마음이다.
이것은 자신에 대한 평가이기 때문에 다분히 주관적이다.
사실 본인이 추구하는 목표가
지나치게 높으면 자존감을 느끼기
어려워진다.
목표를 낮게 잡아 생활 속에서
작은 성취감을 느낀다면 본인을
더 소중한 존재로 여기며
자존감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불편해진 오른손으로
선반 위의 컵 내리기,
단추 채우기, 양말 신기, 음식물을 오른쪽으로 씹기,
포크랑 나무젓가락 대신 쇠 젓가락 사용하기,
글씨 쓰기, 부축 없이 혼자 걷기, 등.
요즘 '사회적 약자'
(:사회적으로 신체적 또는 인지적 기능이
다른 사람보다 더 약한 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
사실 사회적 약자라는 범위가
금전적, 신체적인 불편함에 한정되어 있지만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포함되어야 하지 않을까?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는 약자에게
상처가 되는 막말이나 악플로 아픔을 더하는 행위에 강한 처벌이 뒤따르길 바란다.
“걷는 게
왜 그래요?
소아마비?? 쯧쯧..
아직 젊은데 불쌍.”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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