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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긍 Mar 30. 2020

#그림에세이 가장 어려운 숙제-2

-재력, 권력의 높낮음으로 ‘도토리 키 재기’를 한다.

 조물주가 보시기에 ‘도찐 개찐’ 아닐는지.   

       

-'도찐 개찐‘ 시리즈-3' (2015)            

             



“냉장고 두 번째 칸에 김치랑 나물..     

감자볶음이랑 덜어놨어.

이따가 잘 챙겨 먹고..          

 아, 오늘은 녹십초 마왕 언니네 못가나?     

 거기서 먹으면 편할 텐데..”          


뜨거운 물을 보온병에 쪼르르 따르던

 엄마가 나를 보며 말한다.       

              

“오늘은 토요일이잖아~

녹십초 병원은 토욜에

오전 근무만 해서 마왕 언니한테 못가.      

잘 챙겨 먹을게~ 계란 프라이도 해 먹고.”   

        

나의 대답에 엄마가 웃는다.  

   

 “아 맞다. 토욜은

녹십초 점심 안 주는구나? 호홋..”  

           

아침 일찍부터 돗자리와 정종,

나무젓가락을 넉넉하게 챙기며     

준비가 분주하다.


아직 중요한 엄마의 임무가 남아있다.      

          

아메리카노와 3박자 커피믹스,   

차가운 네온 음료와 과일주스,

물 등 마실 거리를 다양하게 준비한다.


 가끔 열리는 ‘마미 다방’이라고.ㅋ

        


우리 식구들과 큰아버지 내외분,

작은 아버지네 식구들과 고모 세분,

몇몇 자녀들에 이젠 손자 손녀들까지

정기적으로 열리는 가족 나들이다.     


우리들이 먹고 마실 간식거리가 대부분.    

성묘에 필요한 과일들은

고모네에서 준비하는데   

   

아마 지금도 그대로일 듯.     

         

내가 오래전 마지막으로

 산소를 찾았던 기억이다.      

       



조부모님 산소가 있는

공원 입구까지 차로 이동하는 거리만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산지가 험해서

이제는 그곳에 갈 수 없다.  

   

 아, 몇 해 전 친오빠네 식구가 늘면서

산에 오르지 못하게 된 배부른 새언니와

함께 산 아래 카페에서 성묘를 마치기를

오랫동안 기다린 기억이 있다.               


 성묘를 끝내고

산에서 내려오는 식구들과 

 점심을 함께 했다. 그때 맛있는

훈제 오리고기를 먹었었구나.      

        



엄마는 집에 홀로 남아

밥을 챙겨 먹을 내가 못내 마음이 쓰이나 보다.    

 

챙겨야 할 준비만도 만만치 않은데


딸내미 점심까지 이렇게 신경 써준다.


 늘 괜찮다고 하는데도.        

    


      

맑고 쾌청한 파란 하늘의


전형적인 가을 날씨다.      


햇볕이 강한 오늘


성묘길이 무척이나 무더웠으리라.   

       

초저녁쯤이 되어 식구들이 모두 돌아왔다.     

         

“산소에 잡초가 무성한데

매번 관리인을 부르자니

비용도 만만치 않고..


이제 잔디를 깎는 기계를 사야겠어.

    

우리가 가끔 다듬으면 될 거 같은데..”

    

내리쬐는 강한 가을볕 탓이었을까?


 피부가 발갛게 열이 오른 아버지가 말했다.  

     


               

언젠가 아버지 당신이 하늘에 가시면


 ‘수목장’으로 하고 싶다 하셨다.   

             

요즘 들어서는 친환경적 자연장이 대세라고 한다.  

    

화장한 고인을 나무뿌리 밑에 모시는

 ‘수목장’ 뿐만 아니라 바다에서 제를 지내는

 ‘해양장’ 또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고인을 매장, 화장만으로

장묘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드린다는 의미로

괜찮은 것 같다.  

    

꼭 묘지가 아닌 후손들이 고인이 모셔진

나무가 있는 공원을 찾는 것도 좋지 않을까?


 수목장의 나무관리는 잘해주겠지.


‘해양장’은
헤엄 못 치는 나에게는

너무 무서웡. 죽더라도
물은 싫어!ㅠ 너무 무서웡.   

    

훗날 부모님을 먼저 보내드리는

그때의 내 마음은 어떨까?  

       

어쩌다가 그런 상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마음이 아려온다.   

            

그렇다고 내가 먼저 가는 건

큰 불효라니 그것도 곤란한 노릇.   

        

'효도'라는 거창한 말보다

 

나중에 후회가 되지 않도록      


평상시 두 분에게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해야지.        

          


  

"이거 좀 봐라~

 하나하나 참 예쁘지?!"  

        

산에 못 오르는 딸을 위해 엄마가

 성묘 길에 도토리를 한 줌 주워주셨다.   

   

다람쥐들의 식량이라 미안하지만 너무 이쁘다.  

    

공깃돌만 한 게 참 귀엽기도 하다.        


        

문득 '도토리 키 재기'라는 속담이 떠올라     


그것들의 키를 재보았다.    

      

대부분 1.2cm, 모자가 벗겨진 건 0.9cm...   

   

신기하게도 키가 거의 똑같다.      

     

      

조물주(하나님, 조상님, 부처님, 알라신 등등.. )가  


내려다보신다면 우리도 도토리처럼


손톱만 한 게 비슷비슷할 텐데.     

 

몸이 불편하다면 모자가 벗겨진


도토리쯤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매일 같은 소식만 되풀이되는 뉴스.

           

고용주들의 ‘갑질’은 물론이고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차별과     

 

상대편을 헐뜯으며 싸우는 정치판 모습들.   

   

위에서 이런 인간사를 보면


 '도토리 키 재기' 쯤으로 느끼지 않을는지.      



물론 본인의 삶을 있는 그대로 노력 없이

 

방관하자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지금도 장애를 극복해나가기 위해


나는 늘 노력해야 하니.  

              

하지만 ‘장애극복’이라는 말의 의미를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나 보다.   


       



'장애 극복이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해요.


장애는 극복해야 할 것이 아니라,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거죠.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데 마주하게 되는


 세상의 장애물은 극복해야 할지 몰라도


자신의 장애는 그냥 장애인 거라 생각해요.'    

       




'장애극복 그림 에세이'라는

나의 블로그 카테고리에

지인이 보낸 메시지다.      


대수롭지 않게 정한

카테고리 하나만으로도

전혀 다른 감정을 야기할 수 있구나.       

         

내가 메시지로 답장을 보냈다.   

       



‘관심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선 장애를 극복하고자


노력을 해야만 하는 경우가 생기지요.  

    

만약 도전 없이 그대로 머물렀다면


제가 다시 일어날 수 있었을까요?  

    

게다가 매일 오그라드는 오른손으로

 

그림 작가로 활동하는 기적도


생기지 않았겠지요.’(중략)  

          


        

시각장애, 척수장애, 청각장애,

     

뇌 병변 장애, 절단 장애, 언어장애.. 등등.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장애들만큼이나    

 

그 장애를 인식하는 입장들도


저마다 확연히 달라진다.  

    

그걸 알기에 메시지를 보낸


지인의 입장도 이해한다.   




그녀는 장애인 관련기관에 소속되어 있다가   

   

사고로 ‘척수장애’를 입은


휠체어 장애인 남성과 결혼했다.   

   

그래서 어쩌면 ‘장애극복’이라는 언어가


부정적으로 인식되었을 수도.

 

‘척수장애’를 입고 극복해내서


다시 걷는다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고 들었다.


뇌손상으로 생긴 시각장애로 인해

 

앞을 제대로 못 보게 된 나의 경우처럼.   

   

내가 입게 된 ‘복합 장애' 중

극복할 수 있는 건 노력한다는 의미다.     

(이러기엔 넘 길좌나;;ㅠ)     


        

사전을 찾아보니

 ‘극복(克服)’의 뜻은  ‘악조건이나

고생 따위를 이겨 냄’을 의미한다.  

  

본인이 겪게 된 ‘장애’를

필히 이겨내야 한다는 의미로 선택한 단어인데     

 받아들이는 입장에 따라서는

다르게 인식할 수 있는 모양이다.     

          

앞으론 사용하는 단어 선택에

 

더욱 신중해야지.      


특히나 ‘장애’의 경우엔

모두 같은 ‘도찐 개찐’이 아닌     

 서로의 입장이 다를 수 있으니까.       

        



저마다 비슷비슷한 도토리들을


위에서 찬찬히 내려다본다.  

        

이게 바로 ‘조물주 코스프레’ 임?!ㅋ    

 


‘도토리 키 재기’야말로


 ‘도찐 개찐’이더라~

    

-'도토리 키 재기'(캘리/2015)

   

※'가장 어려운 숙제'

   다음 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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