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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긍 Nov 17. 2020

'내 눈엔 캔디-'

-변함없이 아름다운 당신은 나만의 달콤한 캔디다.-노인요양병원에서


“우아~ 마왕! 이게 얼마만이야?!

이러다가 1년 채우는 줄 알았오~ ㅎㅎ”


저녁 무렵 마왕을 우리 집으로 초대했다.

사실 집에 먹을 건 별로 없지만

마침 집도 비었고 이것저것 챙겨줄 게 있다는 핑계로 집으로 부른 거다.   

   



얼마 전 간편히 조리해먹는 냉동 떡볶이를 준비했는데 냉동식품 같지 않게 떡볶이 떡도 쫄깃하고 매콤 달콤한 게 정말 맛있다.      

   

*광고는 절대 아니고 맛있어서 올림다~ ^ ^ㅋ

쫄봉이떡볶이 (두 가지 맛 5900원) ㅋ

((떡볶이 파는 곳))

https://smartstore.naver.com/yoongafood/products/4902936868   

  

밝아진 색상의 부스스한 그녀의 머리 스타일이 눈에 띈다. 내가 물었다.


 “마왕! 머리에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그러자 멋쩍게 웃으며 하는 말.


 “이거? ‘그레이’ 색으로 빼려고 탈색하다가

 머릿속이 너무 아파서 관뒀더니 일케 됐어~ㅋㅋ”   

    

‘헐.. 안 그래도 흰머리 많은데 탈색까지?

 그동안 별 짓 다했군.’          

  


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가장 피해를 본 곳 중 하나가 인천 국제공항이란다. 이전에 20만 명 수준이던 하루 평균 이용객이 지금은 7 천 명대로 줄었고(2020.09) 점점 더 줄고 있다.


사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통계는 아니어도

나 역시 피해가 만만치 않다.


그동안 해온 ‘장애이해교육’ 제의와

그림 공모전이 끊긴 것 말고도 일주일에 한 번은 꾸준히 애용하던 요양병원의 직원식당 출입을 할 수 없게 됐다.

     

이제 병원은 외부인의 출입은 물론

직원들이 밖에서 식사를 하는 것도 금한다.

결국 마왕은 그동안 병원과 집만을 오간 덕분(?!)에 살이 4킬로 가량 빠졌단다. (이건 참 부럽!ㅎㅎ)

         

내가 그곳에서 점심을 먹었던 게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니 이렇게 오랫동안 마왕을 못 본 것도 처음이로군. 냉장고의 반찬을 뒤적이며 저녁을 준비하던 나를 쭉 스캔하던 마왕이 말했다.  

   

“넌 그동안 만보 걷기를 열심히 해서 그런지.. 오른쪽으로 기울었던 체형이 잡혔내..?

 이제 앉을 때 허리도 반듯하고...”


이렇게 우린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며 웃었다.

드디어 소박하게 준비한 집 밥을 함께 한다.

마왕은 호박 잎 쌈을 참 좋아한다.

요즘 아빠가 삼촌네 공장 앞 공터에 쌈 채소와 호박 등을 심어 재배 중이라 집에 늘 쌈 채소가 풍년이다.   

   

‘마왕이 좋아하는 호박잎이랑 함께 쌈 채소에 쌈장을 챙겨줘야지.’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나의 질문에 쌈을 싸 먹던 마왕이 답한다.


 “나 요즘 메신저 노릇을 아주 톡톡히 하고 있지~ㅋㅋ”


얘기를 들어보니 코로나 감염 우려로 병원에서 가족들의 면회가 금지된 상황에 영상통화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게 도우미 역할을 한다고. 하긴 환자들을 포함해서 간병인 대부분이 어르신이라 영상통화를 하는 게 쉽지 않을 거다. 그러면서 그녀는 영상통화로 가까워진 어떤 보호자 얘기를 한다.  

       


“자녀들이랑 간병인이 있는데도
할아버지가 직접 물수건을 깨끗이 빨아서
할머니의 등이랑 몸을 싹싹 닦아주셨지.
 그것도 매일..”

내가 물었다.

 “할머니 상태가 많이 안 좋으셔?”

그러자 마왕이 답하길.

“응.. 할머닌 의사 표현이 전혀 안 되고
눈을 떠도 의식이 없으시지. 근데 할아버지는 그런 할머니랑 눈이 마주칠 때마다 예뻐서 어쩔 줄 몰라 하셔~”
    


그럴 때마다 마왕은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왜 예쁘다고 칭찬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사실 할머니는 이미 여러 질환으로 몸이 많이 부어있고 건강했을 시절의 예쁜 모습은 전혀 상상이 되지 않는다고.   

   

환자가 몸을 움직이지 못한 채 누워만 있으면 많이 붓는데 욕창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할머니처럼 의식 없는 환자의 몸은 계속 돌려가며 눕혀야 한다. 과거의 나도 주변에서 힘겹게 돌려 눕혀봐서 그건 좀 안다.ㅋ   

 

“면회를 올 때면 할아버지는
밝은 베이지색 면바지에 체크남방을 구김 없이 말끔히 갖춰 입고 오셨지. 그것도 XX아파트에서 이곳까지 걸어오셨어.”


‘아.. 그 아파트라면 병원에서 꽤 먼 거린데 매일 이곳까지 걸어오셨다고?’      


할머니가 입원한지도 2년을 훌쩍 넘겼고 열정적으로 병원을 찾던 할아버지의 방문이 끊기게 된 건 역시나 코로나 19 때문이다.


그로 인해 마왕은 매일 오전 병실마다 돌며 보호자와 환자를 영상 통화로 연결해주는 메신저가 되었다.   

  

“할아버지가 기다리시니까
 어서 예쁜 얼굴 보여 주세요~ㅎㅎ”  


마왕이 할머니 침상에서 핸드폰을 내밀며 그 말을 건네면 의식 없이 누워만 계시던 할머니가 조금씩 달라진다.


먼저 표정이 미세하게 움직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발그레한 웃음까지 살짝 감도는 거다.


처음 그 모습을 지켜보았을 땐

할머니의 컨디션이 좋으신가 보다 했단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다.


그 표정은 할아버지와

영상으로 마주할 때마다 반복된다는 걸.


물론 할머니가 그 어떤 말과 표현을 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동영상으로 할아버지를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에 핑크빛 생기로 물든다. 그제야 마왕도 아주 조금은 알게 되었단다.


할아버지에게는 할머니의 아름다움을 보는 마음의 눈이 띄어있다는 걸.

서로에게만 아주 달콤한 캔디처럼.  


'두 분의
 행복한 재회를
기도합니다!'  -미긍



음.. 이렇게 오랜만에 봐도
변함없는 마왕과 난 이성 간의
 달콤한 '캔디’는 아니겠고..

그냥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는
 ‘집 밥' 정도?ㅋ

‘내일은 병원에 쌈 채소나 배달해야겠다.’
** 병원에 쌈 채소  배달 갑니당~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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