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xmas79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긍 Aug 11. 2022

웃는 개 ‘난이’

-캐릭터디자인을 할 때 그 캐릭터가 스토리를 담고 있으면 더 좋다.

캐릭터 캐릭터디자인
  스토리가 있으면  좋아요!


오빠네 새 식구가 생겼다.


엄마가 조카에게 선물한 강아지인데

올해 초에 태어난 녀석으로 마르티스가 섞인 푸들종이다.


이름은 꾸꾸라고 했다.


조카가 캠핑을 간 사이 꾸꾸가 우리 집에 오게 됐다.


꾸꾸가 거실 바닥에 놓인 리모컨을 물어뜯다가 엄마에게 혼이 나는데 그러면서도 엄마가 마냥 좋은가보다. 귀를 바짝 머리 뒤에 붙인 꾸꾸가 엄마를 향해 꼬리를 크게 흔들어댄다. 그런 모습을 보니 오래전 그 녀석이 떠오른다.


나는 어린 시절 마당이 깊은 양옥집 1층에 살았다. 늘 열려 있는 대문을 들어서면 양쪽에 네 그루의 나무가 서있었고 그 아래에선 철마다 여러 종류의 꽃들이 피어났다. 현관까지 붉은 돌길이 이어졌던 것도 기억난다.


요즘 같은 장마철 어느 날이었나 보다.


아구~ 깜짝이야!

   엄마..!”


아침에 현관문을 열어 신문을 주우려는데 신문 옆에 털이 덥수룩하고 꼬질꼬질한 개 한 마리가 앉아있다. 지저분한 털에 덮인 눈 아래 눈곱이 가득했다. 나에게 으르렁대거나 짖지는 않았지만 나는 왠지 겁이 나서 밖에 나갈 때마다 못 본 척 녀석을 피했다.


그날 비는 좀처럼 멎지 않았고 꼬질꼬질한  녀석도 한참이나 우리  현관 앞에 머물렀다. 점점 날이 저무는데도.


-노숙견(볼펜드로잉)


다음날 아침, 엄마가 무언가를 내밀며 나에게 말했다.

 “  아직도 있나? 어제 종일 먹지도 못했을 텐데.. 이거 갖다주고 ~”


받아 든 플라스틱 용기에 가득 담긴 국밥이 따스했다.


밖으로 나온 내가 국밥을 내밀자 녀석은 정말 게 눈 감추듯 그 많은 양을 한 번에 해치웠다.


그때부터였나 보다.

그 꼬질이가 변하기 시작한 게.


날이 개었는데 집 밖으로 나갈 생각을 안 하는 그 녀석.


누군가 우리 집 문을 두드리기라도 하면 정신없이 목청껏 짖어댔다. 헐.

결국 엄마가 꼬질이에게 다가가 사정을 하게 된다.


이제 비도  오는데 

   나가는 거니?”


꼬질이는 엄마를 향해 꼬리만 세차게 흔들어댈 뿐이었다.


오후가 되자 엄마는 끓인 물을 큰 양동이에 거듭 붓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머리를 질끈 동여매고 앞치마를 두른 후 샴푸와 수건을 준비했다. 마지막으로 화장실 청소할 때 쓰는 진분홍 고무장갑을 낀 다음 비장하게 한 마디 한다. “그 꼬질이, 이리 델꼬 와~!”


꼬질이는 몸집이 제법 큰 중견으로 보였다. 당시 초등학교 고학년인 오빠가 팔을 걷어 부쳤다. 다행히 오빠의 손길에 순순히 몸을 맡기는 꼬질이. 나는 신이 나서 팔짝팔짝 뛰며 외쳤다.


 “엄마, 여기 꼬질이 와요~”  


엄마는 꼬질이의 몸에 따뜻한 물을 조금씩 끼얹는다.


그러자 놀란 꼬질이가 몸을 흔들어 물기를 털어대고 순식간에 욕실은 온통 그 녀석의 흙탕물로 범벅이 됐다. 엄마의 옷도 홀딱 젖었다. 화가 난 엄마의 외침.


 “어허~! 가만히 있어,

못난이, 털지 말라구..!!”  


한참을 그 꼬질이와 실랑이를 벌이던 엄마가 갑자기 고무장갑을 벗는다.

 “, 살이..  만져져..”


오빠와 나는 꼬질이와 엄마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신입장애대학생들을 위한 멘토링이라고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