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글쓰기를 응원합니다.
안녕하세요, 브런치북 에디터
김민섭입니다.
저는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글을 쓰고 대학에서 나온 사람으로, 그리고 대리운전을 하며 <대리사회>라는 글을 쓴 사람으로 더욱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에는 <훈의 시대>라는 ‘나-사회-시대’로 이어지는 연작을 썼습니다.) 그런데 올해 봄에, 의도치 않게 한 작가를 발견하고 그의 책을 만드는 경험을 했습니다. ‘새로운 소설’이라는 수사와 함께 나타난 김동식 작가의 <회색인간>이 제가 기획하게 된 첫 책입니다.
대학에서 나와 글을 쓰는 몇 년 동안, 그리고 타인의 글을 기획한 1년 동안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습니다. 브런치에 글을 써나갈 작가님들께, 민망하지만 제가 배운 ‘글을 쓴다는 의미’에 대해 전하고 싶습니다.
저도 그랬고 김동식 작가도 그랬고,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한 개인의 ‘고백’으로 시작합니다. 그것은 자신의 몸에 쌓인 글을 옮겨 적는 일입니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글은 대학에서 대학원생과 시간강사로서 8년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리고 맥도날드에서 물류상하차 일을 하는 동안 제 몸에 쌓인 글을 옮겨 적는 작업이었습니다. 김동식 작가는 아연주물공장에서 10년 넘게 일한 독특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글 쓰는 법을 배운 일이 없지만 아연 녹인 물을 국자로 떠서 부으면서 머리로는 계속 이야기를 만들어 냈고 그러는 동안 그의 몸에 그만의 방식으로 탄생할 언어들이 계속 새겨졌습니다. 그는 공장에서 퇴근하고 나면 새벽까지 소설을 써서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고, 1년 반 동안 300편의 글을 쓰기에 이릅니다. 그의 글에는 모두가 감탄하는 기발한 상상력과 함께 노동하는 한 개인이 바라본 사회의 현실이 담담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사실 노동을 하는, 사회적 관계를 맺는, 그리고 자신의 자리에서 버티어 나가는 모든 평범한 사람들의 몸에는 저마다의 글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그게 별것 아니라고 여기고 옮겨 적지 않지만, 그것은 몹시 소중한 일입니다. 세계에서 자신만이 길어 올릴 수 있는 무엇이 반드시 있기 때문입니다. 맞춤법이 틀려도, 문법이 맞지 않아도, 책상을 벗어나지 않고 쓴 교수나 전업작가의 글보다 훨씬 매력 있는 글이 됩니다.
고백의 서사들을
직접 책으로 묶어 보려고 합니다.
얼마 전, ‘정미소’라는 출판사를 만들었습니다. (시청이나 구청에 신고서 한 장만 제출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고백의 서사들을 직접 책으로 묶어 보려고 합니다. 한 톨의 볍씨가 정미소에서 도정을 거쳐 우리가 아는 흰 쌀이 되는 것처럼, 한 개인이 자신의 껍질을 벗고 나오는 데 작은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것이 편집자의 역할이라고 믿습니다. 그 책을 받아든 독자들에게도 정갈한 미소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개인의 “나는 어떠하다”하는 ‘고백’은 자연스럽게 “이 사회는 어떠하다”는 ‘선언’으로 이어지고 다시 필연적으로 이 사회를 위한 ‘제안’에 도달한다고 믿습니다. 한 개인의 고백이 사회적 제안이 되는 데까지, 지켜보고 응원하겠습니다.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올라온 글들을 장르와 관계없이 모두 살펴보겠습니다. 당신의 몸에 쌓인 글들을 옮겨 적는 일을, 한 개인의 고백을 시작해 주세요. 그것은 한 세계를 써 나가는 일입니다.
2019년의 새로운 김동식을 기다리며,
당신의 글쓰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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