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 속의 드라마
수능 1주일 전, 내게 가장 중요했던 건 야자도, 공부도, 컨디션 조절도 아닌 드라마 시청이었다. 그만큼 소문난 드라마 덕후였던 나는 어제자 드라마 본방사수를 못한 지인들에게는 생생한 연기를 담아 내용을 정리해주고, 새로운 드라마를 찾고 있는 지인에게는 취향에 따라 최적의 드라마를 추천해주는 드라마 큐레이터(?)이기도 했다. 개인적인 기억의 아카이빙 및 사소한 정보 제공을 위해 새로운 매거진 프로젝트를 시작하고자 한다. 내 기억 속의 드라마 프로젝트. 드라마 소개 글이 아닌, 그 드라마와 관련한 나의 기억을 다루는 글이다. 100개의 짧은 글을 목표로 하지만, 쓰다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초등학교 5학년, 그때 우리의 대화 중 가장 많이 나오던 이름은 '신비'였다. 신비는 내 친구도 아니고, 친척도 아니고, 교과서 속에 나오는 인물도 아니다. 진수완 작가의 드라마 <원더풀라이프>에 나오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꼬마아이다. 맑은 눈에서 힘을 얻는 건 남녀노소 공통인지, 겨우 열두 살 밖에 되지 않은 우리도 신비 때문에 많이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다. 신비야, 신비야, 하면서.
원더풀라이프는 하룻밤의 실수로 아이를 가지게 된 젊은 부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매일 싸우기만 하던 부부가 병을 가졌지만 누구보다 맑은 아이 신비를 통해 진정한 가족으로 재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이다. 기억 속에만 있던 이 드라마를 얼마 전 다시 보게 되었다. 진수완 작가와 관련한 글을 쓰면서 십 년 만에 다시 접한 <원더풀라이프>는 기억과 조금 달랐다. 아니, 많이 달랐다. 세진(유진 분)과 승완(김재원 분)은 생각보다 많이 싸웠고(거의 매 회 싸운다), 생각보다 어렸다. 갈등 너머 갈등이었던 그들의 사이가 탄탄해지는 건 생각보다 더 뒤의 이야기였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현실적이다.
연재를 시작하면서 왜 이 드라마가 제일 먼저 생각 났을까? <경성스캔들>, <킬미 힐미> 등 내 마음 속의 히트작을 많이 남긴 진수완 작가의 작품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로맨스를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기억 속의 첫 드라마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무튼 어린 나이의 나를 많이 울고 웃게 했던 이 드라마. OST인 박혜경의 '바보'도 꽤나 중독적이니 들어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