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 속의 드라마
우리집 고양이 이름은 시니다. 뜬금없지만 한때 나와 친구들 사이에서 핫했던 드라마 <신의>와 워딩이 같아서, 시니의 이름을 부를 때 '신의..?'하고 말장난을 치곤 한다. <신의>는 이제는 너무도 거물이 되어버린 이민호, 이 작품으로 성공적으로 컴백한 김희선 주연의 드라마다.
마성의 드라마
<신의>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마성의 드라마'라고 할 수 있겠다. 얼마나 마성이었냐면, 당시 고3이었던 나를 비롯한 신의 애청자 친구들은 수능 8일 전까지도 마지막회를 사수했다. 마지막회가 방영된 다음날, 우리는 결말을 비롯하여 신의라는 드라마에 대해 진지하게 총평하는 시간을 오래도록 가졌고, 그 후로도 마지막회 대사를 달달 외울 정도로 다시 되새김질했다.
물론 초반부는 좀 항마력이 필요하다. 거의 마법(?) 수준의 기술이 난무하고, 무협스러우면서도 현대극스러운 것이... 중간에 드라마 박사인 엄마께서 설명해주는 것 듣고 너무 재밌어서 입덕해서 중간부터 봤는데, 1회부터 제대로 봤으면 입덕안했을 수도 있다.
이민호X김희선
나는 김희선이라는 배우에 대해 익숙한 세대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김희선과 이민호가 드라마를 한다고 했을 때, 바로 '으잉 무슨 조합?'하는 반응을 보였다. 나이차가 너무 나지 않나 생각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김희선은 드라마가 전개될 수록 나이를 거꾸로 먹는 기적을 보여주었다.
특히 최영 역의 이민호가 이끄는 부대인 우달치 부대에 있을 때는... 거의 이십대 초반이라고 믿을 정도였다. 내 나이 또래에게 '과거의 하이틴 스타' 김희선이 어떤 배우인지 인식시켜준 것 만으로도 성공적인 컴백이 아닐 수 없었다.
지극한 팬심과 갸륵한 정성
팬심이 지극했던 나는 팬들이 만든 리뷰&사진집을 구매하기도 했고, 심지어 수능이 끝난 후에는 팬뮤비까지 만들었다. 내용은 우달치 부대에 새로 들어온 신입 대원 은수와 대장 최영의 꽁냥꽁냥한 이야기. 배경음악은 데이브레이크의 '들었다 놨다'. 노래 서치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던 노래인데, 오늘도 거리를 걷다가 이 음악을 들었다. 이 음악만 들으면 밤새워서 베가스로 영상을 만들던 이때가 떠오른다.
사실 팬뮤비는 하나도 아니고 두 개나 만들었다. 앞의 영상이 통통 튀고 밝은 느낌이라면, 뒤의 것은 아련하고 슬프고 마지막회의 감성을 그대로 담은 거였다. 배경음악은 브라운아이드소울의 '시계'. 역시나 명곡이다.
이 작품으로 데뷔한 배우?
신의는 한 배우를 발굴해 낸 작품이기도 했다. 당시 언니가 이 작품으로 데뷔한 어떤 배우를 보며 '저 배우는 크게 될 재목이다'라고 한 바 있었다. 언니는 그 배우에게 페이스북 친구 신청을 해서 서로친구를 맺기까지 했는데, 그의 이름 바로 '윤균상'이었다...
이제는 삼시세끼를 비롯한 예능, 역적 등의 드라마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윤균상. 언니는 그를 볼 때마다 자식 보는 느낌이라고 한다.
내 기억 속의 OST
OST는 단연 알리의 'carry on'. 거의 꽃보다 남자에 파라다이스 나오는 정도로 자주 나왔던 노래인데, 진짜 드라마 분위기와 딱 맞고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추억이 많은 드라마, 하지만...
이렇게 한창 덕질을 할때는 몰랐지만 <신의> 속 세계가 그를 제작하는 외부 세계에는 큰 사건사고가 많았다. 추억 속에서 떠올릴 거리가 많은 드라마지만, 이 작품을 떠올릴 때면 안타깝고 편치 않은 감정이 함께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