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의 경험을 위한 최상의 조합 찾기
"이 음료는 아무리 생각해도 어떤 빨대와 어울리는지 모르겠어!"
통화 중 친구의 말을 듣고, '센세이션이다!' 하고 생각했다. 커다란 우유병에 든 초코우유를 먹고 있는데, 그 음료가 어떤 빨대와 가장 어울리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 발상 자체가 센세이션이었다. 지금까지 음료를 먹으면서 최상의 빨대 조합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많은 음료를 먹으면서도!
"가장 어울리는 빨대?"
"응. 예를 들어서 단지 바나나 우유는 엄청 얇은 빨대랑 가장 어울리잖아. 그런데 이 초코우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어떤 빨대와 가장 어울리는지 모르겠어!"
친구의 말에 고찰을 시작하게 되었다. '경험으로서의 빨대'에 대한 고찰을.
빨대란 말 그대로 무언가를 빨아당기는 도구다. 음료를 먹을 때, 더욱 편리하게 먹기 위해서. 깊은 곳에 있는 음료를 위로 끌어당기기 위해서. 이 상태에서는 사실 초코우유를 얇은 빨대로 먹든, 중간이 접히는 빨대로 먹든, 두꺼운 빨대로 먹든 상관이 없다. 어떤 것이든 '빨아당긴다'는 빨대의 기능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단계에서도 길이는 상관이 없다. 용기에 비해 빨대의 길이가 너무 길면 불편하고, 이는 편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길이라면, 사실 단지 바나나우유를 얇은 빨대로 먹든, 중간 두께의 빨대로 먹든 불편할 것은 없다. 하지만 가장 얇은 빨대로 먹을 때, 어쩐지 더 맛있다! 이는 얇은 빨대가 바나나우유와 '찰떡'으로서, 최상의 경험을 주기 때문이다.
풍부한 시대다. 음식, 영화, 전자기기, 가구... 모든 면에서 그렇다.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풍부하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 경험이다. '무엇을 보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경험하는가?', '무엇을 먹는가?'가 아니라 '어떤 식사를 경험하는가?'가 중요하다.
영화 산업에서 단순히 영화 상영 이외의 것에 많은 투자를 늘려가고 있는 트렌드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메가박스는 '필름 소사이어티', '클래식 소사이어티' 등 큐레이션 도입과 부띠끄관의 도입으로 영화 관람을 고급화된 문화경험으로 변화시켰다. 계단 아래 만화방 역시, 영화 관람 전후의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CGV의 포토티켓도 같은 맥락이다. 포토티켓은 고객들 하나하나에게 가시화된 경험을 남긴다. 영화를 단순히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억으로 남게끔 하는 것이다.
식품 산업에서 완전 조리 식품이 아니라 반조리 형태의 레토르트 식품이 늘어나는 것도 마찬가지다. 손질된 재료를 배달해 주는 GS의 '심플리쿡' 서비스, 한국야쿠르트의 '잇츠온' 등 밀키트 서비스가 그 예시다.(잇츠온의 경우, 출시 1년 만에 345만개가 판매되어, 일평균 약 1만개 가량이 팔렸다고 한다) 사실 '효율성'의 입장에서는, 재료를 조합하거나 직접 조리를 하는 것보다 완성된 음식을 먹는 것이 훨씬 편하다. 그런데도 이러한 형태의 반조리 식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이것에 고객 각자의 경험이 첨가되기 때문이다. '경험의 가치'가 효율성을 능가한다.
빨대와 음료의 최상의 조합도 이러한 맥락에 있을 것이다. 단지 바나나우유는 하얗고 얇은 빨대, 패스트푸드점 콜라는 조금 두껍고 기다란 빨대가 찰떡이다. 어떤 빨대로 먹든 먹을 수 있지만, 모든 빨대로 일원화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겠지만, 음료마다 어울리는 빨대를 찾는 것이 더 좋다. 효율을 능가하는, 최상의 경험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CF. 바나나우유가 얇은 빨대와 찰떡이라고 하긴 했지만, 사실 바나나우유는 다양한 맞춤형 빨대, 더욱 다양한 '경험으로서의 빨대'의 선두주자이기도 하다. 두꺼운 빨대, 특이한 빨대가 주는 독특한 경험이 최상의 경험이 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