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에세이 #52
나는 줄이 있는 이어폰을 쓰고 있다.
요즘 길을 가다가 줄이 없는 에어팟을 보면 눈길이 간다.
가끔 이어폰은 하나의 생명체처럼 느껴진다.
그들은 귀에 매달려 일을 하는 것이다.
에어팟은 주인이 목적지에 도착하면 네모난 치실 통 같은 곳에 들어가
멋지게 휴식을 취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반면 줄이 있는 내 이어폰은 어지러운 가방 속에 처박혀
뒹굴뒹굴하다가 줄이 엉켜서 내 앞에 나타난다.
고달픈 삶을 사는 것 같아서 내 이어폰에게 미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