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NO Jul 06. 2020

보이지 않는 무언가

이렇게 변할 수도 있는 걸까 생각이 든다


31살 때 고양이와 함께 자취방에서 살기 시작했다. 태어난 지 3달 밖에 안 된 고양이었다. 그 고양이는 지금도 나와 같이 지내고 있는 고양이다. 이름은 ’ 겨울이’이다. 내가 사계절 중 겨울을 좋아해서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의 회색털과 귀여운 얼굴이 왠지 눈사람 같기도 했기 때문이다. 어린 겨울이는 원룸을 이곳저곳 뛰어다녔다. 지금은 그보다 넓은 투룸에서도 잘 뛰지 않는다. 덕분에 뱃살에 토실토실해졌고 더욱 눈사람 같아졌다. 나도 전보다는 배가 나왔다. 같이 나이를 먹은 것이다. 


내가 '겨울이'를 좋아한다고 느끼게 되는 건 이상하게도 잠시 떨어져 있을 때다. 외출을 하다 보면 문득 겨울이가 보고 싶어 진다. 몇 시간 전에 봤고 또 밤이 되면 만날 것을 알지만 당장 집으로 순간 이동해서 겨울 이를 만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눈물이 날 것 같이 조금 슬프기도 하고 좋기도 하다. 슬픈 건 왜일까. 그건 겨울이가 혼자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그건 정확히는 모르겠다. 좋은 건 물론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나와 겨울이 사이에 이어져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일 것이다. 신뢰 같은 것이. 그 끈 같은 것은 내가 지구 반대편에 있어도 절대 끊어지지 않을 것만 같다. 참 소중한 느낌이다. 


겨울이와 살면서 많은 게 변하기도 했다. 먼저 부정적인 생각보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지내고 있다. 이상하게 겨울이가 잠든 모습을 보고 있으면 긍정적인 생각이 든다. 또 집돌이가 되었다. 나는 친구들을 만나는 걸 누구보다 좋아했던 사람이다. 엄마는 그런 날 보고 “풀어놓은 강아지처럼 어딜 자꾸 돌아다니냐”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집에서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고 고양이와 있는 시간이 더 좋아진 것 같다. 마음속 소중한 끈 같은 게 생기면 이렇게 변할 수도 있는 걸까 생각이 든다. 


고양이와 매일 생활하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인스타그램이 도 다른 집 고양이를 보는 게 취미가 되어버렸다. 드로잉북을 꺼내 그 고양이들을 그려 넣기도 한다. 그러면 내 마음속에 다른 고양이들이 찾아와 소중한 끈 위에 앉아있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든다. 


종종 길고양이들의 안 좋은 기사들을 접할 때가 있다. 이럴 때는 마음속 무언가가 꿈틀 대기도 한다. 분노 같은 것이. 그럴 때면 조용히 잠든 겨울이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 꿈틀대는 것을 가라앉힌다. 겨울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세상의 고양이들 모두.




https://www.instagram.com/xmen_juno/

매거진의 이전글 스스로 변하고 싶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