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뽑기

초단편 소설집 #20

by JU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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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을 때 나는 인형 뽑기 안이였다.

왜 내가 이곳에서 깨어났는지 알 수 없다.


나는 잠시 도서관에서 시험공부를 하다 잠이 들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이곳에 와있었다.


이곳에서 벌써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밤이 두 번이나 찾아왔다가 사라졌다.


내가 왜 인형 몸 안에 들어와

인형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걸까.


나는 움직일 수 없다.

생각만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고 웃고

동전을 넣는 것을 보면 나의 모습은 귀여울 거라고 생각했다.

곧 이곳을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두 번의 밤이 찾아올 동안

이곳을 빠져나간 인형은 하나도 없었다.


술에 취한 한 아저씨는 3만 원가량을 썼지만

그래도 되지 않자 발로 기계를 찼다.

그는 결국 경찰들에게 잡혀갔다.


이상하게 배가 고프지도 않고 배변활동도 신호가 오지 않는다.

그저 나는 따뜻한 이불을 덮고 잠을 자고 눈을 뜨고

사람들을 보다 다시 잠이 든다.

춥거나 덥지도 않다.


미라가 관 속에서 잠들어 있는 것처럼

나는 숨을 쉬지 않고, 시간을 보낸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곳이 어쩌면 천국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무런 걱정도 할 필요도 없다.

난 살아있는 것도 아니고 죽어있는 것도 아닌 상태지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오래 잠을 자고 있는 드라큘라 같은 것이다.

내심 아무도 나를 꺼내지 말고

그대로 오래오래 이곳에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나는 나이를 먹고 언젠가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무의 세계로 가고 싶었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동전을 넣고 실망을 하고 갔다.

한 커플은 심하게 말다툼까지 하다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버렸다.


여자는 왼쪽 남자는 오른쪽.

소리는 멀어졌고, 기계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


그 커플이 사라지고 잠시 뒤 초등학생 남자가 다가왔다.

그는 무표정으로 나를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그는 가방을 메고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가까이서 나를 바라보다가

사람들이 오면 뒤로 물러서서 조용히 인형을 뽑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왠지 나의 존재를 알아차린 것만 같았다.


사람들이 역시나 실패만을 하고 돌아간다.

그 녀석은 주위를 한번 살피고 천천히 내게 다가와 나를 보고 희미하게 웃었다.

기분 나쁜 웃음이었다.


“너 살아있구나”

그 소년이 다가와 말했다.


나는 그대로 심장이 얼어버릴 것만 같았다.

목소리를 내어보지만 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는 주머니에 손을 뺏다.

손에는 1000원 지폐가 들려있다.


기계에 돈을 넣고 신중하게 레버를 움직 인후 버튼을 눌렀다.

손가락 같은 기계의 손이 나를 감싸는 느낌이 들었다.

보통때와 다른 감촉이다.

그리고 서서히 내가 날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 녀석은 여전히 희미하게 웃고 있다.

나는 잠시 들렸다가, 입구에 걸려 떨어진다.

그 녀석이 아쉽다는 듯 인상을 썼다.


‘다행이다.’

나는 안도했다


그 녀석은 가방을 내려놓고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잠시 뒤 1,000원을 가방 속에서 꺼내 내게 보여준다.


“돈은 없다가도 생기는 거야.”

그 녀석은 나에게 말했다.



그리고 그 동전을 천천히 기계에 넣는다.

그는 가볍게 나를 들어 올린 후 입구로 골인시킨다.

인형 뽑기 출구에서는 익숙한 다른 공기가 느껴졌다.

그가 손을 넣고 나를 집어든다.

그리고 가방 속에 그대로 넣어버린다.


암흑의 시간이 흐른 뒤 내가 눈을 뜬 건 그 녀석의 방 안이었다.

그 녀석의 손에는 커터칼이 들려있다.

그는 나의 목을 천천히 자른다.

아픔은 없다. 피도 나오지 않는다.

나는 그저 인형인 것이다.


함박눈 같은 솜털이 흘러나온다.

그 솜털은 너무 애처롭게 그 녀석의 책상 위에 흩어진다.

“아파?”


나는 대답을 할 수가 없다.

‘아프지 않지만 아프다.’라고 생각한다.

그때 누군가 그를 부르는 소리가 난다.

“민수야 밥 먹어!”

“네!” 그 녀석은 크게 대답한 후 목소리를 다시 낮춰 내게 속삭인다.

“미안, 이따 자기 전에 더 놀아줄게. 귀여운 나의 곰돌이”


아프지 않다고, 계속 생각했다.





매주 연재했던 단편소설을 자유연재로 전환합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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