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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탕진남 Sep 02. 2023

세계 3대 주산지에서 '와이너리 투어'

개인적으로는 유명한 관광지는 안 좋아한다. 아무런 역사도 없고 단순히 예쁘다는 이유로 유명해진 관광지를 안 좋아한다는 의미다. 대신 역사와 현지의 문화와 삶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이라면, 비싸더라도 돈을 기꺼이 투자한다. 오늘 스페인에서 와이너리 투어가 그랬다.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와 프랑스 소도시 와이너리에 방문했던 기억덕분에, 와인 주산지에서 와인을 제대로 경험해보고 싶다는 로망을 키웠었다. 언젠가 한 번 즈음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어쩌다 방문한 스페인이 프랑스에 이어 와인 3대 주산지 아니겠는가. 따라서 기꺼이 와인 투어를 신청했다. 


주산지인 만큼 와인을 통해 스페인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와인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깊게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대부분의 투어가 2인 혹은 4인부터 시작하는 투어라 혼자서 다른 사람들과 함꼐 조인할 수 있는 것을 찾기가 어려웠지만, 운이 좋게도 좋은 분들과 조인할 수 있었다. 


약 5시간 동안 와이너리 투어를 했고, 그 이후에도 만난 분들과 케미가 잘 맞아서 4시간 동안 점심을 먹으며 추가 시간을 가졌다. 그 과정에서 배운 건,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와인의 역사

2. 미국에 사는 한국인들

3. 타인 신경 쓰는 한국인들

4. 환경의 중요성

5. 질문하는 문화 


1번, 한국은 밥과 국의 문화다. 또한 기후가 와인의 포도가 자라기에 적합하지 않으며, 누룩 기반의 쌀이 가양주의 형태로 발달했다. 밥과 국은 식으면 맛이 없기에 서양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빨리 먹어야 했고, 그런 환경에 의해 와인 대신 막걸리가 발전했다. 실제로 와인은 기원전의 이란에서부터 시작되었으나, 이런 저런 환경의 영향으로 포도가 나기 더 적합한 동양이 아닌 서양으로 퍼져나갔다. 


그런 차이는 현지에서도 느낄 수 있다. 한국을 포함해 동양은 빨리빨리 문화가 강하다. 대부분의 경우 식사는 빨리 마치고 차를 마시는 시간이 지내도록 발달해있다. 한국인만 봐도 밥은 빨리 먹고, 이야기는 커피 마시면서 하지 않는가. 반대로 이곳은 기후적 영향으로 풍미 깊은 와인이 발달했고 음식 또한 온도와 크게 관계 없이 발달했다. 따라서 음식을 천천히 와인과 느긋하게 즐기되, 커피는 빠르게 해치우는 식으로 문화가 자리잡혔다. 그 덕분에 현지 식당을 가면 기본적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결제하는데까지 최소 2시간은 넉넉하게 잡아야 한다. 이는 유럽이 가장 심하며, 미국 또한 비슷한 경향이 있다. 


더불어 한국은 빨리 성장한 국가다. 즉 경제적 사회적 발전은 빠르지만, 그것에 맞는 문화적 발달은 느리다. 즉 음식이 성장을 위해 해치우는 도구일 뿐, 그 이상의 즐기는 문화로 정착하지 않았다는 거다. 따라서 아직까지도 밥을 빨리 먹고 상대적으로 무미건조한 소주를 마시는 문화가 강하다. 


2번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큰 하이라이트가 아니었나 싶다. 사실 나는 와이너리 투어를 해보는 것 자체가 1순위였어서, 누구든지 함께함으로서 그것을 할 수 있다면 감사한 마음이었다. 그래서 누가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낼지 시간을 보낼지 몰랐는데, 나는 La와 샌디에이고에 사는 한국인 3분을 만나게 되었다. 


2분은 부부였고, 1분은 여성분의 친구였다. 그 중의 남편 분은 중학교 때부터 미국에서 부모님과 함께 la에서 사셨고, 아내분은 대학교 유학을 미국에서 하셨다. 또한 친구분은 한국에서 대학교 졸업 후, 미국으로 넘어왔다. 이 분들은 최소 15년에서 20년을 미국에서 사신 분들이었다. 


그거 아는가. 나는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미국의 오픈 마인드가 너무 좋았다. 내가 무엇을 하든 모두가 존중하며, 그런 존중감 속에서 발전하고 성숙해지는 미국의 성장이 벅차게 좋았다. 그래서 미국 이민까지 생각했는데 실제로 미국에서 사는 분들을 만난 것은, 꿈에 그리던 와이너리 투어를 가는 것 이상으로 벅찬 경험이었다. (개인적으로 왠만하면 벅차다라는 표현을 안 쓰기에, 이 표현을 썼다면 진짜 좋았던 거다.)


그렇다면 무엇이 벅찬 경험이었나. 첫 번째 그들의 바이브가 달랐다. 그 분들을 보자마자 나는 엘레강스하다라는 생각이 절로 나왔다. 명품을 걸치거나 외모가 빼어나서가 아니라, 어딘가에 구속 받지 않으며 하고 싶은 것을 '가능한 많이 하는 삶'에서만 나올 수 있는 여유 있는 바이브였다. 그들은 누가봐도 고급지고 교양있었고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한국에서 산 세월보다 미국에서 산 기간이 더 길거나, 비슷한 분들이었다. 즉 한국에서 나이에 맞춰 주어지는 틀에 얽매이는 것보다,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것에 더 익숙한 분들이었다. 자신의 꿈을 키우고 만드는 것에 더 익숙한 분들이었다. 따라서 타인의 인정과 시선에 맞춰 움직이는 게 아니라, 온전히 본인의 원츠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덕분에 그들의 질문과 마인드 그리고 생각 수준은 남달랐다. 한국 사람들보다도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고, 틀에 얽매이지 않은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종의 내 워너비 같은 사람들과 실제로 함께 하니, 너무 즐거웠다. 


나는 그들과 인생, 꿈, 인류의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나웠다. 글로 써보니까 너무 거창하지만, 거창하게 말할 수 없을만큼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3번은 한국인에 대한 것이다. 한국인은 와인을 볼 줄 몰라 단순히 예쁜 것만 좇는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한국에서 내추럴 와인이 인기인 것도, 내추럴이라는 있어 보이는 이름값과 천연 효모를 쓰는 내추럴 와인들의 라벨이 예쁜 탓이라고 한다. 동시에 와인을 음식과 즐기기 위한 수단보다는 타인에게 보여주고 자신을 피할하기 위한 역할이라는 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실제로 내 주변에도 그렇게 여기는 친구들도 많기에, 충분히 공감되는 거였다. 따지고 보면 아무 의미 없는 타인에 대한 의식을 신경 쓰는 한국인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재밌는 계기였다. 


4번, 환경의 중요성이다. 막말로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유명한 가우디 투어는 개나소나 다 간다. 일반적인 경우 10명에서 20명 정도가 함께 다니며, 주입식 설명을 듣는다. 하지만 와인 투어는 아무나 오지 않는다. 스페인에서 와서 와인 투어를 신청할 정도라면, 와인을 즐길 여유가 되거나 혹은 스페인 자주 와보거나 혹은 스페인에 적어도 1주일은 머무는 사람이다. 이들은 단순히 빠르게 진행되는 투어로 정신 없이 여행하는 사람들과 확실히 다른 사람들이다. 경제적인 것은 물론이고 마인드적으로 휼륭한 사람이기에, 매너 / 유머 / 외모도 좋고 상당히 즐거울 시간을 자동을 보낼 수 있다. 이것을 통해 배운 건, 어떤 사람들이 뭉쳐있는 환경에서 살 것인가다. 모든 것이 자유로운 미국 혹은 틀에 박힌 한국 중 무엇이 더 좋은가를 생각해보았다. 


5번은 예상치 못한 부분인데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아까 말했던 것처럼, 그들은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오래 살았거나 비슷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알다시피 미국은 개인주의가 강하기에 남에게 큰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면, 아무도 신경 안 쓴다. 덕분에 나는 그들의 배움 태도를 볼 수 있었다. 나는 3일 전에 가우디 전일 투어를 했었는데 질문 하는 사람이 아예 없었다. 더군다나 그런 분위기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은 쉴 새 없이 질문했다. 잠자고 있던 나의 질문 본능을 꺠울 정도 질문을 많이 했고, 우리의 투어는 쌍방향으로 오가는 아주 즐거운 투어였다. 덕분에 나는 내가 몰랐던 관점을 배우고, 더 큰 세상을 배울 수 있었다. 


정리하자면, 이번 와이너리 투어는 최고였다. 전문 소믈리에분을 통해 와인을 배울 수 있는 것은 물론이었고, 그 문화를 즐기러 온 분들과 함께하면서 외국에서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실제로 그들은 한국 음식과 가족 외에는 한국이 그립지 않다고 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나는 어디에서 어떤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과 살아야할지 다시 생각해봤다. 


원래 투어가 5시간이었는데 , 그분들과 대화가 좋아서 9시간 동안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그것도 모자라서 잠시 쉬었다가 함께 저녁을 먹으러 다시 나간다. 이것만 봐도 나는 누구와 잘 맞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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