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딘과 함께 보스턴에 있는 댄스 클럽에 갔다. 그곳은 우리가 좋아하는 라틴 댄스 살사와 바차타 노래만 나오는 곳으로, 클럽 한 가운데에서 랜덤으로 파트너에게 춤 신청을 해 행복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곳이다. 우리는 무인도에 던져나도 알아서 잘 살아남는 스타일이라, 입장만 같이하고 이후부터는 따로 춤을 추러 다녔다.
입장하기 무섭게 1시간이 넘도록 춤을 추고 나니, 힘들어졌다. 문득 현딘이 어디에 있나 궁금해졌다. 때마침 그도 힘들어져서 나를 찾고 있었다. 우리는 가장자리 쪽 의자에 앉아 "여기 있는 여자들 진짜 예쁘고, 재밌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면서 현딘은 "소파라는 여자 애를 만났는데, 너무 춤을 즐겁게 췄다면서 말 걸어볼까?"라는 물어봤다. 나는 고민할 시간이 없다며 당장 출발하라고 했고, 그는 불도저처럼 돌진해서 15분이 넘도록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인스타까지 알아왔다.
저렇게 예쁜 여자와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온 현딘이 내심 부러웠다. 반면에 나는 소파와 함께 춤 출 기회가 없었다. 그럼에도 클럽 문이 닫고 나가는 길에 몇 마디 함께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예쁘더라.
그런데 그녀의 매력은 얼굴에서 끝난 게 아니다. 그녀는 미국 최고 대학 중 하나인 UCLA 학생이고, 자신의 삶을 글로 적어 책으로 만든 작가였다. 무명 작가도 아니고 나름대로의 팬을 가지고 있는 색깔 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것을 인스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녀는 아마존을 통해 책을 판매하고 있더라.
그걸 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대체 이걸 왜 못했지?" 나 나름대로 작가라면 서점을 통해 정식 출판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었다. 일종의 전자책은 훌륭한 도구이지만, 진짜 작가라고는 볼 수 없다는 구시대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던 거였다.
그때 나의 책을 영어로 번역해서 아마존에서 팔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나를 만난 90%의 외국인은 나의 책을 간절하게 읽고 싶어했는데, 영어버전이 없어서 그 누구도 나의 책을 읽지 못했다. 만약 영어로 된 책을 전자책으로 팔고 고객의 니즈에 맞춰 종이책으로 보내준다면, 나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을 거다.
아마 이 방향성을 가지고 준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종이책을 만들게 되는 기회도 찾아올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