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태국에 사는 한국인 형이 자신의 태국 친구들을 소개해줬다. 학교 동창들이었는데, 토종 태국인부터 혼혈 그리고 토종 서양 외국 출신들까지 총 15명 정도 있었다. 오늘은 그 과정에서 생각한 것과 배운 것을 정리해 본다.
1. 한국 댄스 모임에서도 외국인들을 많이 만나고 소통을 자주 했기에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외국인들들만 있는 5명 모임의 리더로도 활동했고, 외국인들끼리만 자주 만나 영어로 대화도 자주 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너무 많고 발음이 다들 제각각이라서 생각보다 어려웠다. 한국에서 유학 간 사람들의 마음이 제대로 이해되었다.
첫 번째 대화를 만나자마자 대화를 나눌 만한 공감대가 없었고, 공감대를 찾거나 그것을 더 확장시킬만한 대화를 나눌만한 영어 실력이 되지 않았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같은 공간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먼저 찾아와서 먼저 말을 걸어주고, 혹은 내가 말을 걸었을 때 영어가 서툴더라도 즐겁게 응해준 친구들이 정말 고맙더라.
내가 한국에서 외국인 친구과 소외당하는 아웃사이더를 잘 챙겨주는 이유도 사실, 과거부터 여러 가지 이유로 소외받는 상황을 많이 경험해 봤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두려움과 어려움을 잘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항상 밝은 얼굴로 그들에게 먼저 다가간다. 오늘의 경험 덕분에 내 주변 사람들을 더 잘 챙겨야 되겠다고 생각한다.
2. 외국인이라고 해서 다 영어를 잘하는 게 아니라는 것. 특히 서양인이라고 해서 말이다. 아주 당연한 말이지만, 토종 한국인 나로서는 외국인은 무조건 영어를 잘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하지만 여러 명과 대화를 해보니 그런 게 아니더라. 사실 모국어가 아닌 것은 누구나 서툴기 마련이기에, 영어를 못한다는 것에 스스로 자책할 필요가 없다는 걸 배웠다. 사실 영어 못한다고 해서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는데, 혼자만의 세상에 너무 갇혀있었다.
3.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다 보니, 항상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항상 완벽하려고 했는데, 이번에 외국인 친구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배운 건 그들끼리 소통할 때도 '다시 되물어본다는 것'이다. 한국인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같은 한국인끼리도 대화를 하면서 잘못 듣거나 이해를 못 해서 다시 물어볼 때가 있다. 이건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인데, 지금까지의 나는 완벽하려고 하다 보니 그런 상황 자체를 피하려고 했고, 그러다 보니 도전 자체를 멈췄다.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몸'으로 배웠다.
4. 태국에 방문한 한국인 형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인간은 그림과 몸짓을 넘어 언어를 사용하면서 엄청나게 발전했다. 덕분에 아무것도 아닌 인간은 엄청난 힘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면, 다시 아무것도 아닌 인간으로 돌아간다." 물론 영어를 못해도 어느 정도 소통할 수 있고, 살아가는데 큰 지장은 없다. 하고자 하면 어떻게든 대화는 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언어라는 장애물이 있는 이상, 제대로 소통을 할 수가 없다. 이 말은 내가 경험하는 세상이 언어의 크기만큼 압도적으로 작아진다는 거다. 개인적으로는 사업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데, 일단 그전에 최소한의 영어라도 마스터해야겠음을 몸으로 배웠다. (수영도 마찬가지다. 짜오프라야 강에서 서핑 보드를 타고 혼자 노를 저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수영을 못해서 하지 못했다.)
5. 오늘 글에 자주 등장하는 건, '몸'으로 배웠다는 거다. 사실 이게 젤 중요하다. 누군가를 탓하는 건 아니지만, 어렸을 때 영어를 배우라고 하기 전에 외국 친구들을 만나게 해 주면서 영어가 필요한지 스스로 배울 수 있게 해 줬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현명하서도 어리석기 때문에 어떤 상황을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그것에 대해서 공감을 제대로 하기 힘든다. 말로만 영어를 배우게 좋다고 하는 게 아니라, 왜 영어를 배워야 하는지 직접 몸으로 배웠다면 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6. 인생은 돈이다. 몇몇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그들의 목표에는 경제적 자유를 이루는 것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문제가 상당히 중요한 게 진로 고민이 많은 건, 돈 문제이기 때문이다. 좋든 싫든 어쨌든 돈을 벌어야 하는데, 단순히 월급 받는 노동자로서는 충분한 돈을 벌기 어렵다. 따라서 다른 방법을 만들어내야 인생을 자유롭게 살 수 있는데, 대부분이 그 방법을 모른다. 나 또한 그 방법을 찾아내고 만들어내고 입장이다. 살아온 환경과 문화는 달라도, 같은 인간이기에 고민하는 건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7. 뉴욕에 갔을 때 제일 원했던 것 중 하나는, 뉴욕 현지인들의 파티를 가보는 거다. 여러 친구들이 모여서 다 같이 인생을 즐기는 걸 경험해보고 싶었다. 어제 배운 건, 난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거다. 어제의 만남도 태국 현지인들의 파티였다. 그것보다 태국에서 어느 정도 사는 돈 많은 친구들의 만남이다. 그 속에서도 언어를 하지 못해서 소통이 힘들었는데, 이 실력으로는 파티를 가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물론 간단한 게임이나 클럽 가는 것처럼 놀 수는 있지만, 결국 인간 대 인간으로서 대화하는 순간이 오기에 영어 실력을 더 키워야겠다 싶다.
8. 어제 외국인 친구들과 4시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엄청나게 많은 것을 배웠다. 낯선 환경에서 완전히 낯선 사람들과 소통하니, 알지 못했던 나와 인생의 원리를 알게 되었다. 결국 여행을 온 이유는 이것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나 자신을 성장시키고, 그것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주고 싶었다.
9. 외모가 다양하다. 위 설명처럼 어제 모임에는 인도, 호주, 프랑스, 영국, 태국, 한국과 혼혈 외국인이 많았다. 그렇다 보니 기본적으로 체격, 피부색, 외모, 머리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 한국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 또한 다르지만, 나라 자체가 다르다 보니 그 다름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그만큼 서로가 완전히 다른 환경 속에서 지내왔고, 그 환경에 영향받아 완전히 다른 외적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그걸 보면서 원래 다른 게 당연한데, 나는 한국식 외모 틀에 얽매여서 괴로워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나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식 외모 틀에 맞추기 위해서 고생했던 내가 안타깝게 느껴졌다.
10. 나 자신에 대한 너그러움이 늘어났다. 과거의 나는 나를 완벽함이라는 틀속에 가둬놓고 살아왔다. 예를 들자면 나의 부족함을 감추기 위해 나는 불안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자주 말했다. 생각해 보면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 사람은 죽은 사람 말고는 없다. 그렇지만 나는 항상 무엇이든 잘해야 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런 모습들을 인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길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나의 생각과 감정을 매우 솔직하게 적었다. 내가 강하고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 그럼에도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중이다. 이 과정이 매우 어렵지만, 이건 아주 중요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을 인정하는 것이 모든 성장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이상이다.
앞으로 성장할 지점에 대해서만 적다 보니, 얼마나 즐겼는지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부족했다. 그렇지만 어제의 시간은 완벽하게 좋았다. 부족한 영어 실력과 낯선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e 커머스와 에어비앤비 사업하는 친구와도 사업 이야기, 어제 콘서틀 한 친구와 간단한 음악 이야기, 한국에 관심 많은 친구랑 한국어 이야기, 프랑스에서 태국으로 인텁쉽 온 친구랑 진로 이야기 등 충분히 즐겁게 소통했다. 그렇기 때문에 아쉬운 점이 더 많이 남는 거다. 영어를 못해도 즐거웠는데, 영어를 잘했더라면 얼마나 더 즐거웠을까? 그런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