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마음이 흐르는 대로, 느낌이 가는 곳으로

by 탕진남

현재 나는 태국 카오야이라는 곳에서 지내고 있다. 원래는 방콕 시내에서 3시간 거리인 이 먼 곳까지 올 계획이 없었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섬에서 지내던 생활을 마무리하고, 방콕 시내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때 우연히 카오야이 골프장에 있는 한 콘도에서 머물 기회를 선물 받게 되었다. 그래서 오게 되었다.


오늘은 경치 좋은 이곳에서 여유롭게 망고나 먹으면서, 하루종일 글이나 쓰려고 했다. 어제 5시간 동안 이동하느라 상당히 지쳤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화장실이 고장난 바람에, 아침 6시부터 급하게 어딘가로 향해야 했다.


결국, 젤 가까운 골프장 클럽하우스로 차를 타고 나갔다. 그곳에서 은밀하게 화장실 업무를 처리하니, 옆 건물에서 밥을 먹는 사람들이 보였다. 나도 먹어도 되나 싶었지만, 아무도 나한테 관심이 없어보이길래 일행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먹었다. 계획에 없던 공짜밥치고는 아주 훌륭한 식사였다.


그렇게 계획에 없던 아침을 해결했다. 밥 먹고 나오니 샤워실이 보였다. 아무도 없길래, 계획에 없던 샤워까지 했다. 필요하다면 돈을 내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돈을 받을 사람이 없었다. 일어난지 1시간 만에 화장실, 아침, 샤워를 공짜로 해결해버렸다. 그러고 나니 오늘은 카오야이 국립공원으로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가 있는지도 잘 몰랐지만, 무작정 출발했다. 도착해보니 이곳에 있는 나이트 사파리 투어를 신청할 수 있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신청했다. 이 투어는 저녁 7시에 시작하기에 원래는 집에서 쉬었다가 다시 오려고 했는데, 의문의 트래킹 코스에 호기심을 느끼는 바람에 목적지를 바꿔버렸다. 그렇게 구경하다보니 재밌어서, 계획에 없던 카오야이 국립공원을 가로지르는 로드트립을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히 폭포를 볼 수 있는 곳에 도착했다. 가다보면 뭐라도 나오겠지라고 생각하면서 갔는데, 진짜 나와서 놀랐다. 막상 도착하니 너무 졸리길래 차에서 잠부터 자고, 폭포로 갔다. 예상치 못한 폭포 장관을 경험했다.


그러고 나니 배가 고파져서, 폭포에서 올라오자마 보이는 야외 식당에 갔다. 제일 신기해보이는 메뉴인 코코넛 밀크 수프를 먹으면서, 지형님에게 선물 받은 책 조르바를 읽고 있었다. 그렇게 20분 정도 읽었나? 재미가 없길래 다시 로드트립을 떠났다.


경치 좋은 곳을 보고, 잠시 차를 세웠다. 이렇게 오래 있을 생각은 없었는데 벌써 2시간 째다. 낮잠도 자고, 자연의 소리도 듣고, 릴스도 찍고, 책도 읽고 있다. 그냥 7시까지 여기서 놀다가, 사파리 투어나 가보려고 한다.


나의 여행은 항상 이런 식이다. 특별한 계획도, 뚜렷한 목적도 없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고 있다. 사실, 나는 누구보다도 이것을 원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흘러가보고 싶어서, 출국 3일 전 갑자기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해버렸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것도 모르겠다. 알고 싶지도 않다. 그저 지금처럼 알 수 없는 인생이라는 파도 위에 나를 던져 놓다보면, 자연스럽게 ‘그것’을 알게 될 거라 믿는다. 그 과정 속에서 ‘말로 딱 표현은 안 되는 일상 속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채울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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