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을 보니 벌써 여행을 떠난 지 2주가 지났다. 좋은 이야기는 그동안 많이 했으니까, 힘든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1. 영어 - 태국, 두바이, 뉴욕 그 어디에서도 언어가 통한 적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큰 문제는 아니다. 언어가 안 되도 살 수가 있다. 어렵기는 해도 살 수 있다. 이는 마치 수저 없이 손으로 밥을 먹는 것과 같다. 밥을 먹을 수 있고 때때로 그것이 더 좋을 때도 있지만, 대체로 훨씬 더 비효율적이다. 영어도 그러하다. 없어도 살 수는 있지만, 그것이 있다면 더 쉽고 편하게 살 수 있다. 길을 물어볼 때, 어떤 것에 대해 설명을 들을 때, 대화를 할 때, 박물관에 갈 때 그것이 있다면 좋겠지만 없으니 꽤나 불편하다.
2. 샤워와 빨래 - 집에서는 가장 자유롭게 하는 것들이다. 집에는 욕조, 세탁기, 건조기가 있으니 이것들을 아주 쉽게 할 수 있다. 반대로 여기는 집에서처럼 편안한 환경에서 씻기도 힘들고, 씻을 때마다 빨래를 해야 되니 자연스럽게 그것 자체를 안 하게 된다. 여행 내내 약간의 찝찝함 속에서 살고 있다.
3. 심리 - 기댈 곳이 없다. 사실 서울에서도 누군가한테 기대지도 않고, 기댈만한 일도 많지 않다. 그런데 낯선 환경에 있다보니 문득문득 시덥지 않은 두려움과 어려움이 떠오르면 나를 힘들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말 힘들 때 언제든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 이것 저것을 경험하고 또 그것을 적어내면 일을 할 때는 평생 이렇게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또 한편으로는 몸이 지쳐지면 심리적으로도 무너지면서 집으로 가고 싶다.
사실 힘든 이야기를 하려고 해서 애써 찾았을 뿐, 이런 힘든 점과 불편한 점은 서울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다. 또한 집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인간으로서 인생을 살아가기에 당연히 경험하는 것들이고, 편하고 즐거운 일이 있으면 힘들고 괴로운 일이 있는 것도 당연하다. 이것은 나쁜 게 아니라 변화의 과정으로서 매우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결국 지금 내가 배워야할 건 완벽한 곳을 찾는 게 아니라, 삶 그 자체를 적응하는 법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