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고향의 바다와 안동의 사다리: 미련이 동력이

by 흔한아저씨

​차 위에서 노숙한 지 3주. 인생의 마침표를 찍을 장소를 찾아 헤매던 나의 방황은 결국 고향이라는 이름으로 귀결되었다. 본래 생의 말년을 조용히 보내고 싶었던 섬, 그 익숙한 바다를 마지막 장소로 정했다.
​아버지께 작별 인사라도 드릴 겸 찾아간 집에서 정말 오랜만에 '집밥'다운 밥을 먹었다. 하지만 차마 그곳에 머물 수는 없어, 다시 바다가 보이는 곳에 차를 세우고 자리를 잡았다. 이것이 내 인생의 진짜 마지막 순간이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러나 이 세상은 죽음을 준비하는 순간조차 돈 없이는 허락되지 않는다. 살아남기 위해, 혹은 마지막을 준비하기 위해 일주일 내내 일자리를 찾았고, 결국 안동의 한 공사장에서 하루 일당을 벌 기회를 얻었다.
​몇 년 동안 정장을 차려입고 말로 먹고살던 나에게 노가다 현장은 전혀 다른 세계였다. 이른 아침 안동으로 출발해 무거운 짐을 옮기는 건 견딜 만했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높은 사다리를 타고 작업하는 일은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고통이었다. 다행히 함께 땀 흘린 동료들이 좋은 분들이었기에 무사히 하루를 마칠 수 있었다. 현장의 거친 공기 속에서 좋은 사람들과 시작을 끊은 것은, 위태로운 내 마음에 작은 위안이 되어주었다.
​일을 마친 지금, 나는 또다시 내일의 일거리를 찾고 있다.
​여전히 이전 연인이 생각나고 사무치게 그립다. 보고 싶지만, 무너진 내 처지로는 차마 연락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이 시리다. 마지막을 보낼 장소는 찾았지만, '한 번만 더 보고 싶다'는 그 지독한 미련이 발목을 잡는다.
​언젠가 이 미련마저 하얗게 재가 되어 사라지면, 그때는 정말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바다 위로 비치는 달빛을 보며, 나는 아직 놓지 못한 미련을 내일의 사다리를 오를 힘으로 겨우 바꿔본다.

작가의 이전글​[번외] 익숙함과 낯설음 사이, 차 안에서 보낸 2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