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속도
결혼을 했다. 긴 연애를 하였지만, 더 강력한 결속을 만들어주는 '결혼'을 함으로써 매일 혼자 달리던 나에게 진정한 러닝 메이트가 생겼다. 끼워 맞춘 거 같지만 나의 인생의 러닝 메이트는 그는 나의 뜀박질에도 메이트가 되어 주었다. 신기하게도 그의 달리기의 방식은 그의 인생을 대하는 모습과, 나의 달리기 방식은 나의 인생을 대하는 모습 닮아 있다.
나는 빠르게 달리지 못한다. 그렇지만 꾸준히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다. 속도의 문제는 훈련의 부족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어쨌건 간 이건 나의 인생을 대하는 태도와도 닮아있다. 속도를 올려 뛰는 건 당장 눈앞의 성과를 가져와 주지만, 후반에 힘이 빠져버릴 수 있는 리스크가 있다. 그래서 나는 속도를 올리기가 두렵다. 멈춰서는 것이 두려워 나는 매일 같은 속도를 유지한다. 어쩌면 그게 내 속도가 빨라지지 않는 이유이겠지.
반면 나의 러닝 메이트는 빠르게 달릴 수 있다. 그렇지만 가끔 멈춰 서서 걷기도 한다. 그는 인생을 대할 때도 그러하다. 리스크가 있더라도 일단 몸을 던져보고 시도해 보는 타입이다. 그게 100%의 가능성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달릴 때도 그러하다. 날아가듯이 뛰다가 멈춰 걸으며 나의 뒤로 멀어졌다가 다시 저 멀리 앞질러 뛰어가기도 한다.
우리의 이런 너무 다른 성향은 연애 초반에는 많은 부딪힘을 만들었다. 꽉 막힌 방어적인 나의 성향이 그에게는 답답함이었을 테고, 그의 천방지축 호기로움이 나에게는 부담이었던 적도 있다. 그런데 서로가 서로의 이런 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같이 걸울 수 있었다.
서로의 성향은 각자에게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나의 신중함은 내가 더 멀리 뛸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갔고, 그의 앞선 열정이 때로는 몇 가지를 놓쳐 발목을 잡기도 했으니. 그러나 서로가 서로를 어쩔 수 없이(?) 인정하고자 마음먹은 뒤로는 오히려 쉬워졌다. 서로가 장점을 살려 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게 되었고, 오히려 다름은 합쳐짐으로써 더 우월한 뭔가를 만들어 냈다.
그리하여 우리는 오늘도 같이, 또 따로 걷다가 종국에 함께 5Km의 선위에 도달한다. 앞서 달리는 그의 뒷모습에 자극을 받아 좀 끄집어내어 보는 내의 용기와, 앞서 달리는 나의 뒷모습을 바로 미터로 삼아 다시 속도를 내는 그의 노력이 우리의 한계를 깨뜨리고 더 멀리 우리를 보내준 것이다.
꼭 연인이나 동반자 같은 가까운 사이가 아니더라도, 지금의 내가 변화가 없이 멈춰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 러닝 메이트와 함께 뛰어보는 것은 어떨까? 기대하지 못했던 놀라운 시너지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