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의 기준점

by 김영중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저지른다.
나도 그렇다. 실수를 저지른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사과한다.

어떤 사람은 그럴 수도 있다며 오히려 위로해주었다.
어떤 사람은 다음에 그래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용서해주었다.
어떤 사람은 완전히 굴복하는 모습을 원했다.

과거에는 어느 정도까지 사과해야 하는지 기준을 알지 못했다. 상대방이 굴복하라면 굴복했다. 실수의 크기와 상관없이 실수했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하게 감내해야 할 부분으로 받아들였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상대방이 원하는 데로 굴복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굴복시키는 사람들과는 모든 관계가 끊겼다. 최선을 다했는데, 최악의 결과가 도출되었다.

돌이켜보면 굴복한다고 착한 사람도 아니고, 굴복시킨다고 나쁜 사람도 아니었다. 인간관계에 미숙한 두 사람이 있었을 뿐이었다.

굴복하는 사람은 실수에 위축되어 순간적으로 약한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굴복했다. 그리고 반복되는 굴복의 과정은 미안함을 억울함으로, 억울함을 분노로 바꾸었다. 미안함이 분노로 바뀌는 순간 그것은 순수한 사과가 아니었다.

굴복시키는 사람은 관계의 우위를 확인하고 싶었다. 그것이 지위에서 오는 관계든, 사랑에서 오는 관계든 굴복시키는 과정을 통해 관계를 확인하고자 했다. 다만, 그 과정이 결국에는 좋지 않은 결과를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미치지는 못했다.

사과도 하나의 협상의 과정이고 스킬이다, 순수하게 미안한 마음을 유지하면서 상대방에게 용서를 받아내야 한다. 그리고 미안한 마음이 억울함으로 바뀌는 기준점을 스스로 잡아내고 사수해야 한다. 기준점을 반복해서 넘는 순간 관계는 끝을 향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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