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겨울, 합기도장에서는 가끔 바닥에 버너를 놓고 위에 큰 냄비를 얹어 라면을 7~8개씩 끓여 먹었다.
라면이 보글보글 끓는 동안, 합기도장 친구들은 종이컵과 나무젓가락을 손에 들고 버너 주위에 모여 앉았다.
라면이 다 끓자, 1번 타자가 나무젓가락으로 라면을 한 움큼 집어 종이컵에 넣는다. 후루룩! 맛있는 소리가 들린다. 뒤이어 2번째 아이도, 3번째 아이도 차례로 라면을 가져갔다. 합기도장에 등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친구들과 데면데면했던 나는 마지막 차례로 라면을 집으려 기다렸다. 나를 제외한 마지막 친구가 라면을 가져가고, 내 차례가 왔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1번 타자와 2번 타자가 다시 냄비를 차지했다. 라면을 또 한 움큼씩 퍼갔다. 당황한 나는 황급히 라면을 집으려 달려들었지만, 3번 타자와 또 경쟁해야 했다. 겨우 냄비 안에 젓가락을 넣었을 때, 뻘건 국물 안에는 짧은 면발 몇 가닥만 있을 뿐이었다.
관장님이 자리를 비웠던 탓일까, 세상은 공평하지 않았다. 라면을 가져가는 것에는 정해진 차례가 없었다. 차례는 내가 차지해야 하는 것이었다.